# 튀니지 - 토죄르Tozeur와 오아시스
두즈Douz에서 Chott el Djerid, 토죄르(토져)Tozeur까지
산골짜기같은 마트마타에서 두즈에 도착하니 이곳은 대도시다. 사하라로 통하는 전진기지 중에 이토록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은 처음이다. 모로코에서도 타투윈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거친 대상들의 땀 냄새가 듬뿍 배어있는 두즈의 넓은 시장에서, 낙타를 타고 이곳에 막 도착해 며칠을 하릴없이 쉬어갈 사람처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뜨거운 1월의 태양을 만끽했다.
두즈 Douz에서 토죄르(토져)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다. 한 시간 반 가량을 가다가, 길목에 있는 쇼트엘제리드Chott el Djerid 소금호수를 지나야 하는데 호수의 길이가 몇 시간을 달려도 끝이 없다. 소금호수의 거친 숨결은 느끼지 못한 채로, 해는 떨어지고 소금호수를 지날 때쯤은 이미 어두워져 버렸다.
볼리비아 알티플라노에 있는 우유니와는 또 다른, 사하라와 이어진 야성적인 느낌의 쇼트엘제리드를 충분히 봐야 했다면 사막의 대상처럼 두즈의 주막에서 느긋하게 즐겼던 시간을 재촉했어야만 했다.
쇼트엘제리드Chott el Djerid는 튀니지 남부의 소금 호수로, 좁은 국토에 바다였던 흔적이 넓게도 남아있다. 그 길이는 250 km이며 폭은 제일 넓은 곳이 20 km이다. 사하라 사막과 닿아있는 호수는 시간과 지역과 계절에 따라 흰색과 녹색, 보라 등의 색을 띠며, 물이 있는 겨울철에는 배를 탈 수도 있지만,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건조한 사막기후인 여름의 한낮에는 당연히 호수의 물은 말라버리고 사람들의 눈에는 기이한 신기루만 나타난다고 한다.
눈앞에 잡힐 것 같은, 신기루를 보면서 피곤한 몸으로 도시로 들어가던 사하라 대상들처럼, 멋진 신기루를 보고 싶다면, 불타는 여름에 쇼트엘제리드를 와야 하겠다.
토죄르Tozeur
드디어 척박한 땅을 벗어나고, 긴 소금호수를 지나 야자 숲이 우거진 오아시스 도시에 왔다. 그러고 보면 튀니지는 넓지 않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나라다.
사하라로 통하는 관문도시인 토죄르는 산악 사막 지형이긴 하지만 방대한 야자나무 숲이 있는 아름다운 오아시스에 둘러싸여 있는 도시다. 도시 이름은 로마 점령 시절의 이름인 Tusuros에서 왔는데, 로마의 중요한 전초기지라는 뜻으로, 실제로 로마군의 주둔지였다.
캐러밴의 도시답게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많으며 여행으로 축난 몸과 입맛을 되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머무는 2박 3일 동안 매일 찾아갔던 레스토랑 ‘어린 왕자Le Petit Prince’는 일단 가면 음식의 질과 서비스에 많은 감동을 받는다. 튀니지의 대표 와인인 ‘마공’과 더불어 따뜻하고 섬세한 음식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단점이 있다면 저녁 오프닝 시간이 좀 늦은 시간이라는 것, 위가 꼬일 만큼 배가 고프지 않다면, 그래도 참고 기다려서 먹는 것이 좋다.
메디나
대상의 도시인만큼 상업이 발달한 부유한 도시답게 전통적인 벽돌 문양으로 꾸민 건축물들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특히 메디나의 오우레드 엘 하데프Ouled El Hwadef 가문이 살았던 지역에 가면 좁을 골목을 사이에 두고 14세기에 흙으로 구운 벽돌을 이용하여 꾸며진, 정교하며 우아한 전통적인 건축 문양을 볼 수 있다. 지그재그식의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현대적인 느낌의 패턴이 노랗고 붉은색의 벽돌을 만나 옛 골목에 생동감을 준다. 튀니지의 다른 지역에서 보지 못한 아름답고 독특한 건축기법이다.
잉글리시 페이션트와 오아시스
빛의 계곡 Chebika
체(셰)비카Chebika는 Djebel el Negueb산기슭에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하여 뻗어있다. 그래서 아랍어로는 카스르 엘 샴스Qasr el-Shams(Castle of the Sun)로 불린다. 로마시대에는 ‘ad Speculum’이라고 불렀는데, 다른 인근지역과 햇빛과 거울을 이용해서 교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Chebika는 빛이 쏟아지는 계곡이다. 그래서인지 깊은 야자 숲은 무성하고 햇살은 눈부시게 강하다. 예부터 이쪽 지역은 주민들이 위험에 닥쳤을 때 피난처로도 사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동굴 장면을 찍은 곳이라고 하는데 야자나무숲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동굴들이 많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와 특히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찍었던 곳으로, 강렬한 인상의 러브 어페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절함을 뛰어넘는다. 시종일관 주황빛의 단순한 사막이 배경이 되는 영화는 영상의 몰입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하고 주연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풍화된 멋진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데 곳에 따라서는 샘이 솟기도 한다. 왕성하게 자라는 야자나무들 사이로 떨어지는 대추야자열매를 흐르는 오아시스 물에 살짝 씻어먹어도 좋다.
미데스Mides 협곡
스타워즈는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1년 작, 레이더스 Raiders(the Lost Ark)와 English Patient의 촬영지인 미데스협곡은 오아시스의 물길에 따라 만들어진 s형의 계곡이 놀라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시기의 지층들이 깊고 또렸하여 마치 5선지의 악보가 음악처럼 흐르는 모양이다. 서사적인 영상을 촬영하기에 최적의 장소 같다. 협곡의 옆 마을은 1960년대 말 내린 22일간의 폭우로 주민들이 떠난 마을이다. 웅장한 협곡의 물이 범람하여 넘치는 장면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타메르자Tamerza Oasis
Tamerza 타메르자는 규모가 큰 산악 오아시스이다. 주변은 가파르고 거친 산악지형으로, 맑은 물과 샘이 계단식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데 대부분 사막으로 흘러들어가서 없어지는 물의 일부를 마을에서는 끌어들여 대추야자와 각종 농사를 짓고 있다.
튀니지에서 뭘 먹나? Restaurant du Soleil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타메르자 오아시스 마을의 레스토랑 이름이 Restaurant du Soleil란다. Soleil란 태양을 뜻하는 말이니, 오아시스 타메르자에서는 태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들은 잘 알고 있음이다.
사각형의 단순한 모양의 레스토랑은 안으로 들어가면 구조가 기능적이고 아름답다. 아프리카 주택의 외부형태는 대부분 사각형의 단순하면서 소박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날씨에서 생활하기에 적합한 기능적인 구조를 갖추고 규모가 있는 곳에는 마당에 녹색을 들여놓은 뜰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추양념장과 비슷한 하리사Harissa와 닭고기 쿠스쿠스로 차려진, 정성이 들어간 소박한 점심과 후식으로 갓 수확한 대추야자를 내온다. 대추야자 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주인에게 팔 수 없냐고 물었더니 다른 농가에 연락하더니 가져다준다. 묵직한 한 상자에 15 디나르, 아직 많이 남은 여행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 무거운 것을 서울까지 고이 모시고 왔다.
오아시스에서 생산한 질 좋은 대추야자는 토죄르의 가장 중요 수출품목이다. 실제로 토죄르에서 구입한 대추야자와 경유지 두바이 공항에서 선물용으로 구입한 대추야자를 서울에 가지고 와서 모양과 크기, 식감을 비교했더니 토죄르 대추야자의 질이 훨씬 나았다.
혹,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좋아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