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니지 - Matmata, Tataouine 그리고 스타워즈
제르바에서 여유 있는 아침 시간을 보내고 ‘로마둑길’을 따라 육지로 건너왔다. 시간을 함축하고 있는 길 이름이 정겹다. 아침 햇살이 찰랑거리는 코앞의 호수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도 보인다. Mednine 쪽으로 가는 길은 끝이 없는 올리브 농원이다.
튀니지의 동전에 올리브나무가 새겨져 있을 정도로 예부터 튀니지의 올리브는 유명하지만, 로마제국 시절 경작지는 더욱 확대되어 올리브는 곡물들과 함께 최고의 수출품목으로 튀니지는‘제국의 곡창지대’, 제국의 빵 바구니‘ 등으로 불리었다.
마트마타 Matmata
마트마타가 가까워지니 식물들은 살지 못할 것 같은 건조하기 짝이 없는, 원추형 산세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마트마타는 베르베르인들이 사는 마을로 1960년대 말까지 마을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22일 동안의 집중적인 폭우가 쏟아진 1969년의 어느 날, 이들이 사는 혈거 주택이 엄청난 비로 범람하여 많은 수의 주택이 붕괴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주민들은 관계당국에 도움을 요청, 행정 대표가 이 지역으로 파견되었다. 땅을 파고 들어간 주택의 형태를 보고 관리들도 적잖이 놀랬다고 한다. 그 후 일부 주민은 북쪽의 신시가지로 이사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지금도 이 곳에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4를 제작했던 시기가 1977년이니, 신문기사로 난 이토록 황량한 지형의 특별한 혈거 troglodyte 주택은 행성에 집착해있던 루카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이 지역의 주민들은 양을 키우며, 올리브와 무화과, 대추야자 등을 재배하는 반유목민으로 살아가지만, 영어와 프랑스어를 잘 하는 젊은이들은 가이드 생활을 하기도 하며, 주민들은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집을 약간의 보수를 받고 보여주거나, 생활용품을 전시한 작은 박물관을 운영하는 등 소위 관광업에 종사한다.
집의 구조는 무척 간결하고 합리적이다. 단단하고 건조한 산악지형의 땅을 냄비 형태로 둥글고 깊게 파고 들어간다. 형태가 완성된 냄비 바닥의 가운데는 우물이 있는 마당이 되고, 집안의 다른 곳으로 통하는 중심이 된다.
밖과 연결된 동굴식의 긴 입구는 현관이 되는데 현관과 연결된 곳은 거실의 형태로 파 들어간다. 둥근형태의 벽을 동굴 형태로 파서 방을 만들면 안방, 그 옆에 방을 만들면 아이들 방, 한 아이가 커서 장가를 가면 맞은편에 굴 하나를 다시 장만하면 신혼 방이 된다. 방들은 통로를 통해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사람의 노고에 따라서 집은 얼마든지 큰 규모로 확장이 가능하다. 깊이에 따라서 2층과 3층까지도 나오는데 아래는 사람이 살고 위층은 주로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다. 튀니지에 흔하디 흔한 올리브나무문을 만들어 달면 집 한 채 완성이다.
처음에는 적을 피하거나 몸을 숨기기 위해 만들었던 형태가 주거형태가 되었는데 비가 적고 극히 건조하며 나무가 없어 그늘을 만들기 어려운 산악지형에 땅으로 깊게 파 들어간 형태는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시간에 따라 필요한 그늘을 마련해준다.
중국의 산시성 황토고원에서도 유사한 거주형태인 '야오동'이 나타나는데 이곳과 다른 점은 형태가 둥근 형이 아닌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이다. 두 지역 매우 건조한 기후에 속한다.
호텔 Sidi Driss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에서 혹성 타투윈의 루크 스카이워커의 집으로 사용되었으며 2002년에는 전편인 에피소드 2-클론의 습격을 촬영한 곳이다.
Tataouine, 지구의 또 다른 행성
타투윈의 뜻은 베르베르어로 "eyes" 또는 "water springs"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부근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주택형태는 크사르 ksar이다. 크사르는 원래는 곡물창고로 사용하던 마을의 공동소유인 고르파Ghorfa가 모여 성채를 이룬 것으로, 반달족이 침입하자, 적들을 피해 높고 험한 곳으로 올라와 거주했던 곳이다.
반달족이 떠난 후, 주민들은 산에서 내려와 살게 되면서 산 위의 크사르는 버려졌지만(지금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크사르는 12세기에 만든 것으로 Tataouine 근처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120여 군데가 넘는 크사르가 남아있다.
그중 유명한 크사르는 Chenini, Douiret, Ksar Ouled Soltane, Ksar Hadada 등으로, 지금도 계곡 아래 마을 사람들의 곡물창고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적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방어와 공격이 용이한 지형인 골짜기가 있는 두 개의 산 사이에 위치한 Chenini, 아래에는 이주민들이 사는 마을이 보인다.
크사르 하다다Ksar Hadada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의 촬영지이다. 둥근 천장과 자유로운 아치가 아름다운 adobe 형식의 주택과 창고들이 동화 속 무대처럼 아기자기한 것이, 이곳에 배우들만 풀어놔도 연극 한 편이 나올 것 같다.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가혹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꽤 인구밀도가 높았던 타투윈Tataouine은 역사적으로 두즈, 토죄르 등과 함께 남쪽 사하라를 횡단하는 대상로의 출발지였으며, 프랑스 점령 시절에는 프랑스군의 주둔 마을이었다.
타투윈 주변지역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편에 많이 등장한다. 관광객들은 스타워즈의 이야기를 찾아 그들의 자취를 애써 상상하러 먼 길을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