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저우貴州 – 구이양貴陽, 花溪공원과 靑巖古鎭
구이저우貴州는 연중 평균기온 14∼18도로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시베리아에서 오는 찬 공기를 산맥들이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이저우 여행을 했던 10월 말에서 11월은, 높은 하늘에 구름이 둥실 떠 있는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가을이 구이저우를 여행할 수 있는 최적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맑은 날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연평균 강수량이 1300mm 정도라고 하니 그만큼 이 지역은 늘 비가 많아 습기가 많고 일조량이 적다. 늘 비가 오는 것이 보통인 구이저우 여행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단연 우산과 비옷이다.
실제로 구이저우성의 대부분은 비가 엄청 많이 와서 만들어진 카르스트 지형의 표본이기 때문에 이곳에 비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호텔마다 로비에는 손님을 위한 우산이 열 개 이상은 비치가 되어있다. 한국의 건조한 겨울 날씨로 아토피나 알러지, 미세먼지로 힘든 사람이라면 겨울 한 철, 완벽에 가까운 생태계 보전으로 산소함량이 가장 풍부하다는 구이저우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구이양貴陽
인간은 늘 자연을 꿈꾸지만, 자연 속에 있을 땐 도시를 그리워한다. 그러므로 여행중에 도시는 휴식과 같다.
밤늦게 도착한 구이양은 얼마나 넓은지, 톨게이트에 들어와서도 시내까지 한참이다. 어제는 엄청난 감동이었던 황과수에서 하루 종일 무리해서 다녔던지라 직립보행의 몸을 누일 수 있는 호텔이 간절하게 그리웠다. 구이양은 그날 저녁, 내게 별들이 무수하게 반짝이는 오아시스였다.
내가 묵었던 호텔이 있는 바오산북로에 위치한 구이저우 사범대학 옆 먹자골목은 서울 남영동의 숙명여대로 올라가는 길을 연상시킨다. 호텔 앞에는 새벽을 가르고 나온 따끈한 찰밥을 파는 행상은 물론이고, 해가 지면 쏟아져 나오는 포차들과 사람들로 거리가 인산인해다. 내가 아는 한 구이양贵阳에서 제일 복잡한 곳이지만 시내 중심이어서 난밍허 강가에 있는 갑수루甲秀樓나 치엔링공원黔灵公園 등으로 접근하기는 쉬운 편이다.
검령공원黔灵公園
청암고진을 다녀오는 길에 들렀던 구이양 시민들의 휴식처인 치엔링공원黔灵公園은 구이양 서북쪽에 있으며 시내와 가깝다. 공원 안에 있는 검령산은 시내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면 쉽게 오를 수가 있는데 케이블카 승강장이 잘 안 보여서 찾기가 조금 애매했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 왼쪽에 위치한다. 정상부근의 산자락에는 청대에 세워진 홍복사(입장료 2원)가 터를 잡고 앉아있다. 용마루와 추녀 마루의 잡상이 멋지다.
화시花溪에서 갈 때는 청암고진행 셔틀버스를 탔던 맞은편에서 248번을 타면 된다. 지름길로 가는지 치엔링공원黔灵公園까지 꽤 빠르게 가는 바람에 긴장 풀고 졸다가 한 정류장을 지나쳐버렸다.
花溪공원(화시 공원)
묵었던 호텔이 있는 구이저우 사범대학 옆 먹자골목은 화시 공원 방향으로 가는 202번(路) 버스의 종점이어서 화시花溪방향에 있는 볼거리들을 가기 위해서는 최고인 셈이다. 하지만 종점이어서 앉아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새벽 첫차부터 줄이 꼬리가 길다. 바랄 것을 바라야지, 앉지는 못했지만 무사히 버스를 탄 것만으로도 안심이다.
약 1시간 30분가량을 가면 내려서 지하도를 대각선으로 지나면 화시 공원이다. 화시 공원이 위치한 곳은 구이양 시내에서 약 12Km에 있는 화시구로, 화시가 가까워지면 풍경구들이 즐비하다. 또한 가까이에는 구이양 민족대학과 구이양 대학 등이 있는 대학가로,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젊은이들의 유동 인구가 많아 맛 집도 많은 구이양 남쪽의 번화가이다.
화시는 항일전쟁 중에는 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전쟁을 피해 머물렀던 지역이며, 공원은 주은래, 등소평 등 많은 정치인들이 방문했던 곳이다. 근처의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어서인지 공원의 입장료가 참 저렴하다.
화시 공원(花溪公园)은 4개의 산이 花溪河를 에워싸고 있어 하나의 강물이 4개의 산을 이끌고 있는 원림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이름난 풍경구처럼 드라마틱한 산수는 아니지만 산과 물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청암고진靑巖古鎭을 가는 길목이기도 한 곳으로 시간이 있다면 구이양 시민들처럼 넓은 공원에서 산책 한 번 어떨까.
청암고진靑巖古鎭
화시花溪행 버스 202번(路)을 타고 花溪公园 정류장에서 내리면, 거의 같은 자리에서 청암고진 행 미니 셔틀버스(4원)가 있다. 거리가 꽤 있어 약 25분에서 30분가량 걸린다.
새벽같이 나왔던 터라 배가 고픈데 마을 입구에 만두와 포장된 죽 종류를 팔고 있다. 중국은 어디를 가든지(유명한 산꼭대기를 가도, 심지어는 호도협 트레킹 중에도) 먹을 것이 있다. 입장권은 10원이며 관광객에게 개방된 8곳을 다 볼 수 있는 요금은 따로 받는다. 하지만 너무 일찍 왔는지 입장권을 팔지 않는다. 10원, 작은 돈에 저절로 발걸음이 가볍다.
명나라 주원장때부터, 정부의 손이 못 미치는 먀오족이 사는 지역(지금의윈난 일부와 후난, 구이저우와 광시 일부지역)에 대한 군사정벌는 300여차례에 이른다.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먀오족에 대한 통제를 하기 위한 정책으로 각 지역에 군사주둔지를 많이 만들었다. 청암고진靑巖古鎭은 그 당시 생긴 군사 주둔지였다가 양민들과 소수민족이 들어와 살면서 지금의 마을로 형성이 되었다. 명 시대의 건물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남아있는 마을은 청대 이후 만들어진 건물들이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바닥에는 검푸른 돌이 반듯하게 깔려있는데 한쪽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포도의 돌들을 정성스럽게 깔고 있다.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마을에 생동감을 더한다.
문창각을 지나고, 자운사를 지나고, 만수궁을 지나고......
여러 소수민족과 한족이 같이 어울려 사는 마을에는 도교사원과 불교사원, 천주교당과 교회 그리고 사당까지 대부분의 종교가 함께 공존한다. 제국주의가 동아시아에 눈을 돌렸던 시절, 종교를 앞세워 중국 땅을 노렸던 프랑스와의 외교 분쟁의 결과로 강압에 의해 세워진 천주교당을 제외하고는, 동서남북에 문을 두고 성 밖의 사람을 분리시키는, 높은 성으로 둘러싸인 마을 치고는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상징들을 성안에 두고 있는 것이다.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마을답게 밥집도, 객잔도,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도 많다. 하지만 작은 사잇길로 들어가면,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빛 바랜 기왓장에 한쪽 어깨를 내어준, 어쩌면 남루해 보일지도 모를 안채를 낀, 시간이 서려있는 돌담길이 애틋하다.
돌담이 아름다운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기웃거리는 내게는 의미 없는 집 한 채, 주은래의 아버지가 한 동안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국화주와 돼지족발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술을 빚어 파는 곳과 돼지 족발집이 우후죽순처럼 자주 보인다. 술과 돼지족발은 언제나 출출한 여행자에게는 멋진 유혹이다. 술도가 앞에서 기웃거리니 청년이 나와서 설명을 한다. 추천해주는 술 단지에서 1 국자에 40원, 2 국자를 술병에 담으니 80원이다.
지방마다 마을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술맛이 다 다르다는 술의 천국인 중국의 전통마을에서 담근 국화주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게다가 구이저우는 중국 최고의 술을 빚는 고장이다.
구이저우는 마오타이주茅台酒와 랑주郞酒 등의 명주가 생산되는 곳이다. 술로 유명한 고장은 물이 좋은 곳으로 유명한데 구이저우에는 장강 상류의 지류인 수려한 원시림을 자랑하는 적수하赤水河가 흐른다. 마시는 사람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안 나지만 몸에서는 술의 향기가 난다는 알코올 53도의 마오타이주茅台酒는 한漢나라의 사기史記에 나올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중국정부가 여는 연회에 쓰는 국연주이며 중국 국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마오타이주茅台酒 말고도 좋은 술이 많은 구이저우의 술을 다른 지역에 가서 빚으면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니, 구이저우의 술은 이곳의 농산물과 물 그리고 일 년 내내 일정한 습도가 적절히 배어있는 공기의 합작품이다.
청나라 광서제(1875~1908) 때 조씨 집안의 조이형 조이규 형제가 베이징에서 시행된 과거시험에 합격하고 형인 조이형은 장원이 되었다고 한다. 명나라 때부터 시행한 과거시험에 중국의 변방인 서남지역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장원이 된 것이다. 형제는 어릴 적부터 집에서 자주 먹던 돼지 족발을 좋아한다고 했으며 청암고진의 미니족발을 먹으면 총명해진다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족발이 마을 입구에서부터 수북하게 쌓여있었던 이유이다.
조씨 형제가 어릴 때 먹었던 족발이 작았던 것일까, 맛은 그럭저럭, 족발들은 보통 족발보다 작아서 들고 먹기에는 좋다. 룰루랄라 예쁘게 포장한 술병을 들고 족발 집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