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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Sep 17. 2017

오토바이 한 대가 비치를 가로질러 달린다

# 8월의 발리 - 롬복의 비치

8월의 발리, 롬복 - 

아름다운 롬복의 비치


롬복에는 아름다운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가 깃들어 있는 마을과 사원들도 많으며, 발리의 아궁산Gunung Agung(해발 3,142m) 보다 높으며 인도네시아의 화산들 중 2번째로 높고 3번째로 넓은 린자니Rinjani(해발 3,726m)화산이 있다. 2015년에도 폭발한 린자니 화산은 당시 화산재가 상공 3Km까지 올라 롬복은 물론 발리 공항까지 폐쇄됐었다고 한다. 린자니 화산의 주변에는 트레킹 코스가 많으며 아름다운 폭포가 많기로 유명하다.  


하루쯤 린자니 화산 기슭이라도 가 볼 마음조차 없이, 바다에 매혹되어버린 우리는 7일 동안 롬복의 바다에 꼭 붙어살기로 했다. 말하자면 쉽게 놀고먹겠다는 것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린자니 산은 다음에, 며칠 전 자바섬에서 왕 중의 왕처럼 생긴 브로모 화산의 우렁찬 숨소리와 잘생긴 풍모를 만났으며, 잠도 안 자고 올라간 이젠 화산에서는 사납게 타오르는 푸른 불길까지 보고 왔거든, 그것으로 화산은 충분해” 이심전심으로 통한 우리에게 린자니는 팽 당해버렸다.    

 

승기기의 비치  


승기기Sengigi지역은 롬복으로 들어오는 여행자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다. 이곳에는 물놀이를 하거나, 파도가 커서 눈으로만 봐도 좋은 아름다운 비치가 끝없이 펼쳐진다. 그런 이유로 승기기 해안에는 크고 작은 리조트들이 해안선을 끼고 앉아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연신 탄성을 지르게 되는 비치들이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져 있다. 페리를 타는 방살 항구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길리 3섬을 들어가는 여행자라면 이동 중에 대부분 이 길을 지나게 된다. 우리도 길리 메노Gilli Meno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오고 갔던 길이며, 길리 트라왕안Gilli Trawangan을 가기 위해 방살Bangsal Ferry Terminal항구까지 가고 오는 길에 아름다운 승기기 해안선을 볼 수 있었다. 한나절 계획했던 드라이브를 거저 한 셈이다.  

   

비치에는 유명한 말림부Malimbu 비치와 니빠Nipa 비치 등 저마다 유명한 이름들이 붙어있다. 전망대 근처에서는 상인들이 옥수수를 팔기도 하는데 졸깃한 우리 옥수수와는 달리 연하다. 현지인들이나 여행자들은 차를 세우고 승기기의 바다가 목적이 아닌 듯, 뷰 포인트에 서서 눈에 빛나는 바다를 담고 있다. 곡선을 따라 반복해서 나타나는 푸르고 선명한 해안선에 햇살이 부서지면 그 누구라도 숨이 멎어버릴 듯하다.



롬복 남부 꾸타와 딴중 안 비치    


셀롱블라낙Selong Belanak, Kuta, Tanjung Aan 비치는 롬복 남쪽을 대표하는 비치이다. 하루는 리조트에서 수영장만 들락날락하더니 오토바이를 빌려 한나절 남쪽 비치를 다녀오자던 남편의 말에 귀가 쫑긋했다. 다른 곳은 안 봐도 Kuta비치와 Tanjung Aan비치는 지나가는 길에 구경이라도 해 보고 싶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로 손꼽혔다고 하니 내심 반가웠다.    


리조트 문을 나서면 오토바이 렌트는 널려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쉬운 선택은 리조트 앞에 기다리는 블루버드 택시였다. 그리고 목적지에 반도 못가 택시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는 것을 알았다. 롬복은 제주도의 2.5배 크기였고 헬멧까지 쓰고 뜨거운 태양과 맞서며 낯선 길을 두어 시간을 달리는 것은 우리에게는 무모한 선택일 것이었다. 


드라이버에게 꾸따 비치(롬복에도 꾸따 비치가 있다)를 가자고 했더니 셀롱블라낙 비치는 안 가냐고 묻는다. 셀롱블라낙 비치는 남쪽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하여 마운 비치와 꾸따 비치 등 이름 있는 비치와 이어져 있다. 리아스식 해안처럼 들쑥날쑥한 해안선을 따라 비치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기사님의 말을 해석하면 하루 종일 택시를 대절하라는 말과 같다.


롬복 프라야 공항을 지나니 사삭빌리지Sasak가 보인다.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같은 곳으로 이곳에는 원래 살던 사람들이 거주한다고 한다. 좁은 길을 천천히 투어차량이 들어간다. ‘윤 식당’의 열풍으로 롬복으로 오는 대한항공 직항까지 일시적으로 생겼다고 하니 지나가는 투어차량을 유심히 보게 된다.     


사삭빌리지를 지나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꾸따 비치가 나온다. 오후 한 시, 한 낮이어서 사람이 많지 않지만 상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코코넛 주스를 판다. 비치는 남성적인 바위산들과 밀려온 해초들까지, 마라톤을 해도 될 만큼 넓은 비치 때문인지 원시적인 느낌이 팍팍 온다. 비치가 길어서 한 번 다녀오는 것도 멀다. 게다가 다른 모래와는 달리 둥근 모래는 발을 푹푹 빠지게 만든다.    

 

 흔하지 않은 물빛


아쉬움을 뒤로하고 입맛을 쩝쩝 다셨더니 너네들 수영 안 해? 하면서 드라이버는 농을 날린다. 꾸따 비치에서 나오다 보니 제법 큰 리조트 하나가 보여 물어보니 노보텔 롬복이라고 한다. 꾸따 비치와 딴중 안 비치의 중간에 있으니 공항과도 가깝고 숙소가 많지 않은 남쪽에서 위치는 좋은 편이다. 언제 또 올지 모르지만 머릿속에 입력했다.   

  

꾸따 비치에서 잠깐 샛길로 오는 것 같더니 이내 딴중 안 비치가 나온다. 둥근 만으로 감싸인 흰색 비치는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한눈에 전경이 다 들어온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비치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바로 인정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을 가늠하는 기준은 세계 공통인 모양이다. 넓고 새하얀 비치와 완만한 해안선, 파도를 막아주는 동글동글하고 나지막한 바위산들은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무장해제시키는 풍경이다.


딴중 안 롬복
롬복의 비치에는 그네가 있다.
오토바이 한 대가 비치를 가로질러 달린다.


롬복 남쪽 지역은 지금은 승기기처럼 숙소가 발달하지 못했지만 머지않아 핫 플레이스가 될 것 같다.  


멀리서 오토바이 한 대가 비치를 가로질러 달린다. 현지인인 저 남자는 신나는 라이딩을 하고 있는데 내 눈에는 요리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사는 서울 목동을 지나가는 안양천 고수부지에는 자장면도 배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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