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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Sep 19. 2017

Gilli Meno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 8월의 발리 - 롬복, Gilli Meno

 

하루 종일 스노클링으로 바다에서 보낸 터라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몸이 피곤하기는커녕 밤새 낭구Gilli Nanggu에서 만났던 물고기들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우린 서로 어쩔 줄 몰라하며 좋아했다. 내일 Gilli Meno에 가서 스쿠버 다이빙할 생각에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스쿠버 다이빙   

 

스쿠버 다이빙은 사람들이 물밀 듯이 들어가는 길리 트라왕안에서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롬복 본섬(길리 3섬의 주소지는 롬복이다)에 있는 투어를 이용했다. 롬복에서 길리로 들어가는 시간은 천천히 가도 30분도 안 걸리니 길리 트라왕안에서 다이빙 스팟이 많은 길리 메노 주변으로 움직이는 시간이나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후 스쿠버 다이빙을 마치고 롬복의 리조트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서 발견한 다이빙 투어 부스, 리조트에도 바로 배를 타고 출발하는 다이빙 투어가 있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다이빙 스팟으로

 

신청한 투어는 숙소 앞에서 픽업해서 뜰룩 나르에서 열 명 안팎으로 보트에 태운 후 길리 메노로 이동한다. 손님은 열 명 정도지만 지도하는 인스트럭터들과 산소통과 슈트 등 짐을 나르는 이들까지 배가 꽉 찬다. 호기롭게 스쿠버 다이빙을 하겠다고 신청했던 나를 포함한 서너 명은 이동하는 내내 바짝 긴장감이 들어가 있다. 이동하면서 해 주는 주의사항은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온다.    

 

호주에서 온 스쿠버 전문가들이 들어가고 나니 한 젊은 여자가 벌벌 떨면서 뒤로 다이빙해서 들어가는 것을 어려워한다. 무거운 산소통을 등에 맸으니 뒤로 눕는 자세로 머리부터 물로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쉽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니 그나마 나은 거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0여 년 전, 집에서 멀지 않은 광명 풀에서 필기시험도 보고 10m 바닥을 찍고 SSI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하지만 그 후로 스쿠버 다이빙할 생각과 기회가 없었고 모든 걸 잊고 살았다. 그런데 내 앞에서, 무서워서 뒤로 다이빙해서 들어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여자를 보면서도, 그 행위가 하나도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지 무섭지가 않다.     


무사히 바다로 들어가 옛날 기억을 되살리는데 어느 정도 내 의지대로 되는 10m 실내 풀하고 바다는 전혀 다르다. 얌전한 조류에도 불구하고 좌지우지되는 몸이 미역처럼 마음대로다. 깊어질수록 바닷속 색깔은 울트라 마린으로 변한다. 인스트럭터가 가는 대로 따라가면 위험한 지경은 없을 것이니 의지가 되지만, 갑자기 가늠할 할 수 없는 깊이를 느끼면 겁이 덜컥 나며 호흡이 가빠진다.     


건강한 바다가 이런 곳이려니,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물고기들이 입을 뾰로통 내밀고 다닌다. 자세히 보면 계속 뭔가를 먹고 다니는 거다. 그렇지, 생명의 원천은 먹고 싸는 것이다. 가재들은 바다 맨 밑바닥에 집을 두고 산다. 어두컴컴한 집은 아무도 못 찾을 것 같지만 그런 가재를 잡아 인간들은 만찬에 올린다. 낮은 곳에 있는 산호들은 햇빛을 받아 채도가 높은 알록달록한 색깔을 띠지만 조금 더 깊은 곳에 사는 산호의 색깔은 맑은 회색과 밝은 보랏빛, 채도가 낮은 녹색으로 바뀐다. 단순히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원초적인 생명의 세계로 초대받은 느낌이다. 긴 호흡과 바른 자세로 유영을 즐기기라도 할라치면 조류는 내 몸이 뒤집히도록 한 번 씩 거든다. 몇 번이나 봤던 영화 ‘그랑 블루’의 장면이 생각나고, 바닷속 아름다움에 빠지다 보면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죽는 것은 순간이겠다.     


오전에 1차 펀 다이빙을 하고 올라오니 오래전에 훈련받은 것이 도움이 된 것인가, 인스트럭터가 아주 깊은 곳까지 갔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오후에는 긴장감 없이 더 깊고 아름다운 스팟에서 진정 다큐나 영화 속 보다 더 아름다운 바다 장면을 즐길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사진이 없다는 것, 산호와 침선, 물고기 사진은 물론이고 인물사진은 나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진으로 인증 샷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다이빙 사진만은 아쉽다.   


점심을 먹고 다시 다이빙을 하러 들어간다. 다이빙 마니아외 다른 사람들은 오전에 다이빙, 오후에는 스노클링을 했다.

 

점심은 오전 다이빙을 마치고 Gilli Meno에 내려준다. 길리 세 섬 중 가장 작은 섬이기도 한데 지도를 보면 길리 트라왕안과 Gilli Air의 중간에 있어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스팟이 메노 섬 주위에 많다. 현지인들은 Gilli Air도 바닷속이 예쁘다고 추켜세우지만, 그중 메노 섬이 가장 거주하는 사람이 적을 뿐 내가 보기에 세 섬은 어디를 가나 눈부시다. 마차들이 짐을 운반하며 사람을 태우는 것도 똑같고, 자전거는 가장 많은 주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섬이 작아서 그냥 걸어 다니면서 허튼짓을 해도 한두 시간에 돌아볼 수 있다.   

      

길리 메노의 골목길
길리 메노의 마차, 짐을 실어 나른다.
길리 메노
오전과 오후 두 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다시 선착장에


1차 펀 다이빙할 때 꽉 조여지지 않아 불편했던 조끼와 서툰 부력조절로 인해 바다 밑바닥에 있는 산호에 몸이 안 닿으려고 애쓰다가 산호에 다리가 긁혀 버렸다. 산호를 다치지 않게 애쓰다가 쓸린 곳이니 생채기가 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냥 두었더니 산호의 독이 남아있었던지 상처가 점점 커져간다. 산소통을 통해 거친 호흡을 한 덕분에 목도 깔깔하다. 아무리 좋아도 다이빙을 자주 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올 것 같기도 하다.      

 

다이빙을 마치고 들어온 숙소의 발코니, 양쪽으로 빨래가 가득해도 두어시간이면 마른다.


내 다리의 상처를 알면서도 다이빙의 즐거움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리조트로 돌아오자마자 풀로 가자고 나를 재촉한다. 바다와 닿아있는, 아니 닿아있는 것처럼 설계된 넓은 인피니티 풀은 안 들어가고는 못 배긴다.  

 


리조트의 넓은 인피니티 풀
다음 날은 리조트에서 버터플라이를 꿈꾸며 온종일 비비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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