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국경 가까이 갈수록 녹색이 더 짙어진다. 녹색은 묘하게 사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다. 아제르바이잔 셰키에서 2시간여를 달려 국경마을 발라칸에 도착 출국 수속을 마쳤다. 조지아의 라고데키국경에서 입국 수속을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내고 편한 마음으로 조지아 국경을 넘었다.
국경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를 잡아타고 산악도시 시그나기로 가는 길, 타자마자 거침없이 달리는데 거의 한국의 총알택시 수준이다.
키프카스를 넘는 대상들이 쉬어 가는 곳 Signagi
국경에서 1시간여를 달려 택시가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오르더니 해발 800m의 아름다운 마을 시그나기 마을에 내려준다. 다정하게 잡아끄는 매력이 넘치는 거리와 오래된 마을의 아름다운 주황색의 기와지붕들은, 잠시 홀린 듯 쳐다보게 만들고, 태워버릴 듯한 태양빛도 짙은 녹음에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
시그나기는 카케티 kakheti주의 작은 마을로 인구는 약 2천여 명 정도이다.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심한 지역으로 포도 생산량이 많아서 와인 생산지의 중심지로 마을의 끝자락에는 와인셀러들의 샵이 많다.
18세기 에레클2세는 페르시아의 침략으로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을 위해 견고한 성벽을 쌓아 이 마을을 만들었으며 시그나기란 명칭도 터키어에서 온 대피소, 피난처라는 Shelter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실크로드의 길목인 이 곳은 19세기에는 최고의 무역거점지로 발전했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시그나기 호텔에서 바라보이는 마을은 그야말로 그림 같다.
시그나기 호텔에서 바라본 마을
여름의 카프카스는 매우 덥지만, 조지아 시그나기는 가혹하리만치 덥다. 가까운 보드베 Bodbe수도원을 다녀오기 위해 더워서 인적이 끊긴 거리에서 택시를 찾았다. 시그나기에서 2Km 정도 되는 그리 멀지 않은 길로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지만, 그것은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의 얘기다. 왕복 8리라에 흥정했다.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한 성녀 니노가 묻혔다는 9세기에 세워지고 17세기에 재건한 보드베 Bodbe수도원은 조지아의 성지로 카케티왕국 왕들의 대관식장소로 사용될 만큼 중요한 곳이었다.
보드베수도원의 마른 땅에서 잘 자란다는 너무 멋진 진한 녹색의 사이프러스는 하늘까지 뻗어있다.
돌아오는 길에 실한 복숭아 6개를 구입했다. 건조하고 높은 기온만큼 당도가 얼마나 높은지, 과연 과일들의 천국이다
보드베 수도원의 매력적인 사이프러스스테판교회에서 성 조지 교회까지 마을 트레킹
18세기 ElekleⅡ세가 만들었다는 4.5Km의 성벽길에는 레이스 모양으로 오린 것 같은 23개나 되는 둥근 망루와 6개나 되는 성문이 시그나기성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스테판교회의 망루에서 시작해서 성벽을 따라가다 산책길로 접어들어 카프카스 산맥을 보면서 한참을 걷다 보면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예쁘고 작은 레스토랑도 나오고, 뜰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 두 분이서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며 쉬어가라고 발길을 잡는다. 뿌리치고 그냥 갈 수 없어 시원한 티 한잔에 카프카스 산맥을 보면서 더위를 식히기로 했다. 전망 좋은 곳에 앉아 호감을 보이는 따뜻한 아주머니들과 몇 마디는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은 덤으로 얻는 행복이다.
둥근 레이스모양의 망루
보수한 흔적들이 시간 속에 남아있는 성문
한 참을 걷다가 시그나기 읍내에 접어들 즈음, 퐁퐁 나는 굴뚝 연기에 이끌려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조지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포도덩굴이 집을 타고 올라온 전형적인 조지아주택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이다. 시그나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막걸리처럼 유리자에 넣어온 하우스 와인 1리터에 8라리, 돼지고기로 만든 (므)쯔와디와 포도잎을 이용한 똘마 그리고 조지아 요구르트 마쪼니를 시켰는데 먹을 만하다. 아름다운 시그나기에서 조지아 와인을 앞에 두고 천국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포도나무가 타고 올라온 레스토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