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시청사와 연결된 19세기 조지아의 철학자이며 역사학자, 문학가인 Solomon Dodashvili의 이름을 딴 솔로몬 도다쉬빌리 광장엔 아침부터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많다.
시청사 옆길로 들어가면 뮤지엄이 있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뮤지엄의 입구에는 짐승의 뿔로 만든 술잔 Khantsi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을 청동으로 표현한 ‘타마다상’과 뒹굴듯이 놓여 있는 와인 항아리 크베브리Kvevri가 과연 조지아답다.
타마다는 축제나 잔치에서 주관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술자리에서 건배를 주관하는 사람도 ‘타마다’라고 한다. ‘타마다상’은 꽤 오래 전의 작품처럼 보이는데 뮤지엄 밖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지아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와인 항아리 크베브리
술잔을 들고 잔치를 주관하는 아주 오래된 청동으로 만든 '타마다상' 전통적인 뿔잔을 들고 있다.
1충에는 고고학 박물관으로 조지아의 역사와 생활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유물들이 있다. 문양에는 포도문양이 역시 많다. 지리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조지아의 남자들은 용맹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했던 짧은 칼들은 거의 예술작품이다.
2층에는 피카소 등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조지아의 국민화가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ashvili(1862-1918)의 작품들이 많다. 프랑스의 화가 루소와 루오를 합쳐놓은 듯한 화풍이다. 루소의 그림보다는 어둡고 강하며 더 간결하고 담백하고 루오의 그림보다는 훨씬 감성적이다. 보이지 않는 원시적이며 영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직원의 허락을 받고 찍은 피로스마니 사진과, 피카소가 그린 작업하는 피로스마니(왼쪽에서 두 번째)
시그나기 가까운 마을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한 그는 트빌리시로 이주한 후 빈곤한 생활을 하는 중에도 조지아의 혼이 담긴 작품들을 그렸다. 1912년경 유럽에 그의 이름이 알려졌으나 한 신문의 혹평에 그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글은 독이 되어 심지어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나보다. 알려진 일화는 허구가 가미된 사실일지라도 피로스마니의 편향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나오는 길에 피로스마니의 사진을 보고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준다. 피카소가 피로스마니를 그린 귀한 사진이 있는 자료다.
그의 불우한 삶과 한 여인(프랑스 출신 배우였던 마르가리타)에게 그의 모든 것(그림과 집 심지어는 피까지)을 팔아 구입한 엄청난 꽃과 장미를 보내 사랑을 고백한 슬픈 사랑이야기는, 그의 사후 알려져 라트비아 작곡가의 곡에 러시아의 시인 안드레이 보즈넨센스키Andrei Vozenesensky의 시를 붙이고 러시아의 국민가수 알라 뿌가쵸바 Alla Pugacheva가 1980년대에 발표한 "백만 송이 장미 Millions of Red Roses"로 태어났다.
원래 그 가사가 담긴 곡을 듣고 싶어 검색했더니 뿌가쵸바의 곡은 있으나 언젠가 들어봤던 부드러운 저음의 러시아 남자가수가 부른 곡은 없다.
Millions Of Roses
Once upon a time an artist live, he had a house
and canvases
But he fell in love with actress, who adored flowers
Sold all his painting and works,
And for the summ, he had got,
He bought the ocean of flowers
Million, Million, Million, of Red Roses
who's in love, who's in love in earnest
Would turn his life to flowers for You.
Morning You'll look out from the window
perhaps, You have lost Your mind...
As the extension of Your dream,
Square is full of the flowers at Your sight.
Your soul would grow cold
"What a rich man plays tricks here?"
But, standing under Your window,
Train took her into the night, their rendezvous
was too brief
But her life was lift was light was lightened with
the wild song of roses.
The artist lived in loneliness, he went through much grief,
But his life was lightened by a square, full of flowers.
니코 피로스마니의 생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방을 나오면 왼쪽으로 전에는 레스토랑으로 사용한 듯한 발코니가 나온다. 2층 발코니에서 바라본 풍경은 시그나기에서 마주친 최고의 풍경이다. 뮤지엄을 나오면서 오늘 한 번 더 와도 되겠냐며 티켓을 보여줬더니 흔쾌히 그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