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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성을 쌓고....

# Telavi - 조지아의 기독교와 13명의 Syrian Fathers

by 그루


조지아의 기독교는 보드베수도원에 잠들어있는 327년 성녀 니노 미리안3세를 중심으로 조지아의 개종이 시작되었다.

니노는 카파도키아에서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하였으며 불치병에 걸린 나나왕비의 병을 고쳐주면서 미리안왕을 만난다. 조지아의 개종을 원한 니노의 요구에 미리안3세는 완강히 기독교를 거절하였지만 개종한 후에는 동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272~337)에게 개종을 위한 사제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6세기에 요한신부를 비롯한 13명의 Syrian Fathers는 시리아에서 기독교 전파의 소명을 가지고 조지아 전역으로 퍼져 수도원과 교회를 지었으며 교회생활의 기본 원칙 등의 기초를 세웠다고 한다.

이칼토Ikalto수도원과 침묵

텔라비에서 생각보다 가까운 이칼토수도원 앞에는 그 자리에 계속 앉아계신 것처럼 교회만큼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계셨다.


맙소사!, 할아버지도 침묵하는 교회처럼 생각이 들었을까? 일군의 카메라는 찍어도 괜찮은지 묻지도 않은 채 할아버지를 향해 앵글을 맞춘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쏟아지는 총알세례를 받는 것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카메라셔터는 찰카닥찰카닥, 계속 연발되는 총탄이 나가는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를 향한다.오 마이 갓, 민망함을 넘어서 놀란 나머지, 그들처럼 나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이 부끄러운 나머지 카메라를 감추고 싶어졌다. 그들을 뒤로 하고 들어가면서 들린 셔터소리는, 내 등에 총알이 박히는 소리처럼 아팠다.


나의 분노는 의미없는 노여움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디 그들이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를, 어느 빛 좋은 날 아침 조지아의 한적한 수도원 앞에서 소리없는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당시 조지아의 대표적인 아카데미가 있었던 이칼토 수도원
이칼토 수도원의 와이너리 풍경


텔라비의 근교에 위치한 이칼토Ikalto수도원은 13명의 시리아 사제 중 제논Zenon에 의해 세워졌으며, 현재는 폐허 상태지만 본당 왼쪽에는 당시에는 꽤 유명한 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타마르여왕(1184~1223) 시절의 대 시인 쇼타 루스타벨리Shota Rustaveli(1172~1216)는 이칼토수도원과 쿠다이시의 겔라티수도원에서 수학했던 조지아문학의 거장(시인)으로 조지아 지폐 100라리 속의 인물이기도 하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의 중심대로 이름도 루스타벨리였다. 교회의 뒤편은 꽤 넓은 부지에 와이너리가 위치한다. 앞에는 크베브리가 묻혀 있는 저장고와 프레스를 했던 장소 등이 당시를 짐작케 한다.


한편에 있는 묘지에는 8살에 죽은 한아이의 묘지석이 안타깝다.


알라베르디Alaverdi Monastery

6세기에 알라베르디 교회가 처음 세워졌으며 13명의 Syrian Fathers 중 한 명인Joseph은 알라베르디Alaverdi Monastery 의 주교가 되었다. 현재의 교회는 11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멀리서부터 거대한 성채가 시선을 압도한다.

교회에서 눈을 조금만 돌리면 포도밭이 교회를 감싸고 있다. 주렁주렁 열린 포도알은 와인용이어서 알이 작아 보인다. 이곳은 와이너리가 유명한 곳으로 한 해의 추수철이 되면 포도축제가 열리는 중심지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주차장이 있는 성채 맞은편에는 커피와 아이스크림도 파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쉬어가기에 좋다.


알라베르디 교회
굴뚝이 있는 것은 사람들이 사는 곳, 사제들이 사는 곳이 아닌가 싶다. 알라베르디 성당
알라베르디 성당 안의 포도

그레미Gremi교회


그레미는 17세기 중반에 텔라비로 수도가 옮겨질 때까지 카르틀리-카케티왕국의 첫 번째 수도였다.

수도였을 당시 중심역할을 했던 Gremi교회는 교회보다는 심혈을 기울여 쌓은 경사진 성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성채 안에 있는 뮤지엄은 무료지만 요금을 내면 탑까지 올라갈 수 있다. 탑까지 올라가니 알리자니강의 지류인듯한 Bolia강과 평원이 내려다보인다. 16세기에 지어진 교회는 건물의 비율이 다소 안정감이 없어 보이며 벽체가 다른 교회건물들보다 얇다. 하지만 멀리서 보는 그레미교회의 불균형이 자꾸 올려다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교회보다는 성채가 먼저 보였던 그레미교회

네크레시Nekresi교회


크바렐리Kvareli에 위치한 네크레시Nekresi교회는 6세기 13명의 시리아 신부들 중 아비보스Abibos가 교회를 세웠다. 교회 안에는 기독교를 국교화한 이베리아 미리안왕의 손자인 트르다트Trdat왕이 4세기 말에 세운 오래된 교회도 있다. 입장료를 내면 셔틀버스가 높은 산꼭대기 있는 수도원에서 내려준다. 걸어서 가도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서 갈 수 있지만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 날씨다.

오래된 교회만이 주는 편안한 느낌은 마모된 돌마저 온기가 있어 보인다. 와이너리가 꽤 큰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교회의 규모가 퍽 컸던 모양이다. 높은 산꼭대기의 교회에 무너진 망루가 보인다. 폐허는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네크레시교회의 소박한 십자가

끊임없이 성을 쌓고


조지아에서는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골의 작은 마을까지 유난히 성채와 망루가 많다. 투르크인들이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 내려오기 전, 투르크의 한 재상은 “성을 쌓는자, 망할 것이며......“ 라는 말을 했지만 유럽과 러시아, 페르시아와 오스만문명까지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지정학적인 축면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조지아에는 ‘우정과 불화는 형제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언제나 있어야 했던 성채와 망루는 단 하루도 옆집을, 앞집을, 윗집을, 아랫집을 믿을 수 없었던 조지아의 뼈아픈 경험의 표현이다.


멀리 수없이 많은 포도원이 있을 알라자니평원이 보인다. 오래된 옛길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가로수길을 따라 수도원을 들리다보면 가히 와인루트라고 부를만하다. 사원의 한쪽에서 뒹구는 와인 항아리 크베브리들과 지금도 남아있는 와인 저장고는 물론 눈만 돌리면 보이면 나지막한 포도밭들이 조지아의 축제 같은 추수철을 가히 상상케 한다.


이칼토 수도원의 와인항아리 크베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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