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타 Jutta마을에서 시작해 Chaukhi Mountains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차량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어제와 오늘, 연속해서 사용하기로 했었다. 기대감과 설렘이 약간의 긴장감과 섞여 아침밥마저 든든하게 챙겨먹었다.
주타마을까지 약 18Km라고 하는데 마을까지 가는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가는 계곡길도 범상치 않다. 환성이 나오면 드라이버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서행을 한다.
해발 2150m에 위치하는 주타마을에서 계곡을 넘어 경사가 꽤 있는 언덕길을 넘어가면 제타캠프가 나온다. 하지만 어찌 빨리 갈 수 있으랴,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수많은 꽃들이 환호하는 언덕길이다. 제타캠프를 지나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산장이 나오는데 머리를 질끈 묶은 산장지기가 시크하다.
말이 적으면 분위기는 팍팍 생기는 법, 눈인사로 말을 대신하고 빛나는 초원을 향해 걷고 있으면 초원과 함께 나도 빛이 난다. 어떻게 아냐고? 앞에 가는 사람이 빛이 나고 있거든.
제타캠프까지 900스텝
산장지기와 산장, 산장안에서 바라보는 뷰도 너무 좋다.
만년설과 트레커
천지가 꽃 잔치, 그저 보고 웃지요
청명하게 건조한 공기지만 물은 풍부한 카프카스의 산악초원이다. 건조해서 노란빛을 띤 풀들과 연둣빛과 녹색이 적절히 섞인 작은 키의 관목들과 큰 키로 자라난 야생초들과 야생화 군락이 있을 뿐 그 흔한 나무 한 그루 없다.
만년설이 녹은 물은 누가 따라오는지 바쁘게 골을 흘러 달려 내려가고, 풀을 뜯는 소와 양들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같이 사용한다. 천국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우두커니 서서 비켜주지 않는 모양새의 소들을 길에서 가끔 마주치기도 한다.
주타마을에서 시작한 트레킹 코스는 완만하면서도 만년설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아름다워서 웬만한 체력이면 Chaukhi산 정상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이드 책에는 산 정상까지 두 시간이라고 되어 있는데 왕복까지 계산하면 적어도 4시간, 이것저것 주변을 기웃거리면 걷기에 따라서 시간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오른다면 만족한 산행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어떤 산행에 비교하랴, Chaukhi Mountains의 꽃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3시간의 트레킹은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을 갖게 만들었다.
내려오는 길, 산장에 들어가니 커피와 주스 등 약간의 음식을 팔고 있다. 맛도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하지만 음료나 주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장 안에서 산을 바라보는 뷰가 끝내 준다는 것, 내려가는 길이 바쁘지 않았다면 그 곳에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았다.
마을을 가로질러 폭포에 가기 위해 러시아 국경 쪽으로 향하니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물건들을 실은 컨테이너차량들의 행렬은 길게 늘어서 있어 이곳이 러시아와 얼마나 가까운지 실감이 난다.
룸스호텔에서 바라본 게르게티 사메바 교회
8월의 카즈베기는 만원
룸스호텔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마을로 내려오는 길, 한국인처럼 보이는 더워서 얼굴이 벌게진 처자가 터덜터덜 울퉁불퉁한 길에서 가방을 낑낑 끌며 올라온다.
“한국인이세요? ”
“네~ 반가워요, 트빌리시가 너무 더워 오는 길인데, 게스트하우스를 못 찾겠어요, 전화해보니 통화가 안 되는 것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다른 곳 알아보려고요.”
“에이 그럼 우리랑 같이 가요, 어제는 비어 있는 것 같았어요. 게스트하우스에 방 하나 없을까.”
“아~ 그럴까요, 너무 힘들어가지고”
“좀 머니까 택시 타고 가요”
택시를 잡는데 작은 마을에 쉽게 택시가 있을 리 없다. 지나가는 차라도 일단 손을 들어보려고 하는데 한 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신다.
게스트하우스명함을 보여줬더니 일단 타란다.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게스트하우스가 멀었다. 에고~ 이걸 우째 걸어왔을까, 차가 없었다면.....
고마운 아저씨께 택시비를 드리니 얼굴은 환하게 기뻐하시면서 당연히 받지 않으신다. 마침 가방에 넣고 다니던 새 양말 두 켤레를 감사의 답으로 드리니 너무 좋아하신다. 좋아하시니 나도 좋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은 잘 했지만 주인 아주머니께서 난색을 표하신다. 오늘 손님이 다 찼단다. 손님들이 곧 도착할 거라면서 방이 하나도 없다고 하신다. 그러더니 온 마을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신다. 이리저리 연락을 취해 보더니 다행히 시내 중심가 도미토리에 침대가 하나 남았다고 해서 그 쪽에서 데리러 오기로 했다. 휴, 다행이다.
트빌리시의 더위와 피곤에 지친 처자는 떠나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현지인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지만, 그것으로 그 마음을 덮을 수는 없다. 받은 마음은 나를 만나게 될 다른 이들에게 갚는 것이 그 마음에 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