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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anotubani 마을의 바냐이야기

# 트빌리시

by 그루

드디어 트빌리시 Tbilisi!


트빌리시는 카프카스의 남쪽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조지아(사카르트벨로)의 수도로 5세기 바크탕 고르가살리Vakhtang Gorgasali (452년-502년)에 의해 세워졌다. 줄잡아 1500년 된 고도라고 말할 수 있다.


트빌리시는 ‘따뜻한 곳’이라는 뜻으로 바크탕 고르가살리왕이 트빌리시를 수도로 정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사냥 중에 매가 낚은 꿩이 온천수에 빠졌는데 이미 죽어있었다는 이야기와, 왕이 도망가던 사슴 다리를 명중시켰는데 사슴이 온천에 다리를 담그고는 상처가 치료되어 달아나버렸다는 이야기로 전부 뜨거운 물이 나오는 트빌리시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뜨거운 도시 트빌리시의 바냐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한다.


아바노투바니 마을 입구의 매와 꿩이야기 상

Abanotubani 마을의 바냐이야기


바크탕 고르가살리왕의 동상이 있는 메테히교회 앞 다리 건너 Abanotubani 바냐(목욕) 마을은 돔으로 이루어져 한 눈에 금방 알 수 있다. 이곳의 온천문화는 널리 알려질 만큼 오래전부터 발달해왔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돔형 온천욕장은 페르시아 사파비왕조의 '압바스' 시절 만들어졌다고 한다.


Abanotubani마을

마을로 들어서면 유황냄새 특유의 달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둥근 돔들이 트빌리시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친근하다. 안에서 보면 돔의 천정으로 수증기가 빠져 나가는 역할을 한다.

가이드 책에서 소개된 Orbeliani로 유명한 Blue bath를 찾아갔지만 푸시킨도, 알렉산더 듀마도 다녀갔다던 푸른 외관의 모스크를 닮은, 바크탕 6세의 스승이기도 했던 Prince Orbeliani(1658~1725) Orbeliani의 이름을 붙인 욕장은 공사 중이다.


공사 중인 Blue bath 외에도, 남탕과 여탕이 있는 대중탕이 있고 시간 단위로 탕을 빌리는 시스템의 온천이 있다.

중심에 있는 로열온천은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규모가 가장 커 보였다. 사람이 많은 로열바냐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바냐를 찾아갔다. 로열바냐 뒤쪽인데 두 번이나 갔지만 이름은 모르겠다.


70 라리를 주고 들어간 가족탕, 사우나와 냉탕, 온탕시설이 되어있다.


빌리는 탕은 1시간 단위로 이용료를 받는데 가족탕은 70 라리, 30 라리, 20 라리짜리가 있었다. 때밀이(현지인들은 마사지라고 한다)는 10 라리인데 그냥 10분 정도 해주는 간단한 때밀이다.

이용료를 지불하고 들어가면 거실(준비실)과 탕이 분리가 되어있다. 거실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으니 카메라나 가방이나 중요한 물품은 걱정이 없다. 단 몸에 지닌 귀금속은 꼭 벗어놓고 들어가야 한다. 유황성분 때문에 은팔찌가 변해서 실제로 더 멋진 블루블랙사파이어처럼 빛나는 것을 보았다.


한국사람들에게는 1시간의 온천욕이 너무 짧다고 할 수 있겠지만 두 번 바냐를 이용해본 경험으로 적당한 시간이다. 내 생각이지만 그냥 사우나가 아니라 약효가 있는 유황온천이다. 그러므로 너무 오래 탕 안에 있는 것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가면 20 라리 독탕을 권한다. 두 명이 가면 30 라리짜리를 권하거나 가족탕을 권한다. 20, 30 라리용은 찬물이 나오는 샤워기는 있지만 냉탕과 사우나는 없다. 시설은 70 라리, 냉탕과 온탕은 물론 사우나까지 있는 가족탕이 제일 좋다. 하지만 1시간 안에 사우나까지 맘껏 이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비누나 샴푸, 타월 같은 것은 전부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나는 호텔에 있는 타월을 가져갔는데 빌리는 경우 타월은 제법 비싼 사용료를 받는다.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바냐를 가면 그들의 목욕문화도 보인다. 며칠 후 트빌리시에 다시 왔을 때는 다섯 개 정도 있는 탕이 전부 만원이었는데 잠깐 기다리는 동안에 만난 한 가족은 농구공 만한 수박과 먹거리를 들고 탕 안으로 들어간다. 탕 안에 들어가기 전 목욕준비실 같은 거실이 있기 때문에 탕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온천을 즐기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았다.


효과는?


‘만약에 내가 트빌리시에 다시 가는 이유는 온천 때문이다.’라는 말이 맞다.

피부나 머릿결이 매끈하거나 부드러운 것은 기본이고, 온천욕 후 40도를 넘나드는 밖으로 나왔건만 하나도 안 더울뿐더러 땀도 안 났다.


온천을 한 다음 푸니쿨라를 타러 갔다가 한참을 놀다 왔지만 여전히 덥지 않더라. 온천에서 샤워를 할 때마다 두 번 코로 물이 들어갔었는데, 서울에만 오면 먼지 알레르기 비염이 있어 재채기를 하는 나는 한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비염 증세가 없다. 현지에 살고 있는 분에게 들은 말인데, 머리가 없는 남자들은 머리카락도 난다고 했다.

효과는 누가 뭐래도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이다. 비염이 오기 전에 머리통만한 하미과 한덩어리 들고 아바노투바니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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