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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케티의 중심지 '텔라비'

# Telavi - 조지아의 와인과 식탁

by 그루


시그나기에서 오후 2시에 출발, 1시간 30분 정도 걸려 텔라비 Telavi에 도착했다. 이렇게 날씨가 더울 수 있다니, 조지아에서 에어컨 버스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지그재그로 돌아가는 산길도 힘들지만, 더위는 그 이상이다. 드디어 텔라비 호텔에 도착하여 로비에 들어가는 순간 오늘은 꼼짝도 안 하고 쉬기로 했다. 호텔의 에어컨은 너무 시원하고 게다가 호텔의 위치는 카프카스가 보이는 전망이 최고다. 양 팔을 벌리면 내 가슴에 안길 것 같은 카프카스다.


카프카스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Alazani강 왼쪽에 자리 잡은 동카케티지방은 조지아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 그 중심에 텔라비가 있다. 텔라비는 카헤(케)티지방의 행정중심지로 조지아 와인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사페라비(Saperavi), 찌난달리(Tsinandali), 무쿠자니(Mukuzani) 등의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예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카프카스의 각종 미네랄이 많은 빙하물은 알라자니강에서 수시로 범람을 하면서 비옥한 알라자니 평야로 흘려보내고 각종 농산물이나 포도를 수확한 후, 겨울 한철에는 마른 강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댐과 저수시설이 만들어져 물이 마를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해마다 이를 반복하는 알라자니강은 축복의 대명사일 것 같지만 대부분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진 조지아에서는 침략군은 알라자니 강물이 흐르면 배를 타고, 마르면 걸어서 쳐들어오는 길목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에레클 2세의 텔라비성
에레클 2세


호텔에서 10여분 거리에 에레클 2세가 서 있는 텔라비성이 위치한다. 에레클2세(1762~1798)가 기거했다는 텔라비의 성, 성벽의 외벽은 많이 남아있지만 내부는 폐허화되다시피 했다.


에레클2세는 분열됐던 조지아를 아우르고 부흥으로 이끈 카르틀리 카케티의 왕으로 조지아에는 많은 그의 동상을 볼 수가 있다. 18세기 말의 카프카스에서 남쪽에는 오스만과 페르시아, 북쪽에는 새로운 강자 러시아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의 나날을 보냈을까.


같은 기독교 국가라고 믿고 러시아와 손을 잡은 에레클 2세는 그가 죽은 후의 일을 알지 못한다. 말을 타고 마을을 바라보는 에레클 2세의 동상을 보다가, 발코니가 있는 성문을 올려다보면 고심에 찬 얼굴을 한 에레클2세가 발코니에 서있는 묘한 착각을 일으킨다.


성벽에 서면 나지막한 주택들이 펼쳐진 텔라비 시내와 비옥한 넓은 평원이 한 눈에 보인다. 멀리 병풍 같은 카프카스 산맥까지.

성에서 내려오는 길, 호텔 가는 길이 맞는지 젊은 아저씨들에게 물었더니 시동을 걸더니 타란다. 호텔까지 데려다 주고 흔쾌히 가버린다. 땡큐 쏘 머취 조지아~


성벽에서 바라본 텔라비 전경

굿 레스토랑


‘알라즈니스 벨리’ 내가 묵은 호텔이다. 호텔 매니저에게 “텔라비에서 굿 레스토랑이 어디냐?”고 물으니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우리 호텔도 굿 레스토랑인데 다른 곳에 갈 이유가 없지 않냐” 고 한다. 매니저의 자신감이 맘에 들어서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먼저 와인을 주문하니 레드와인 1L에 8 라리라고 한다. 와인을 주문하면 정말로 지하의 와인 창고에 가서 와인을 대충 담아오는데 화이트 와인을 500L를 다시 시켰더니 거의 1L 가까이, 주는 사람 마음대로 넘치도록 출렁출렁 담아온다.

조지아에서는 양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포도를 재배한다고 봐야 한다. 와인을 담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일정한 시기에 막걸리를 담거나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장을 만드는 것,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김치를 담는 것과 같다. 조지아에서 며칠만 지내면 어디를 가든지 만나는 와인 항아리 크베브리는 이웃집 장독처럼 정겹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막걸리처럼 담아오는 하우스 와인

조지아의 가지 요리


조지아는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가지 요리 또한 다양하고 맛도 좋다. 호두나 갖가지 견과류를 빻아서 얹기도 하고, 고기를 다져서 올린 요리의 모양은 집집마다 멋을 내서 코디를 하는 것 같다. 맛과 영양도 좋지만 시각적으로 조지아 가지 요리는 최고다. 조지아에 있는 동안 밥을 먹을 때마다 주문했던 가지 요리는 항상 새롭게 나타났다. 조지아 가지 요리는 가지의 형체를 다 갖추고 있으면서 굽거나, 찌거나, 기름에 지지거나 다양하게 변신을 한다.

에그플랜츠 위드월넛이란 가지 요리와 쌀이 들어간 살라드, 토마토소스와 소꼬리로 찜을 한 요리, 작은 고추 줄기로 만든 피클 등 조지아의 요리는 매일 새롭다.


조지아에서 가까운 나라인 이란에서도 가지 요리가 발달했지만 이란의 가지 요리는 으깨서 만든다. 가지의 형체가 없어서 맛은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별로였다.


집집마다 다른 가지요리의 변신
돼지 바비큐 '므츠와디"
돼지고기와 감자의 조합 '오작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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