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과의 여행.
제주도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습니다.
2박 3일 일정이기에 짐이 많지 않아, 작은 수트케이스와 숄더백을 점검받았습니다.
뭐, 종종 뭔가 추가 언급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 않습니까?
숄더백에 전자기기가 있느냐, 해서
태블릿이 있다, 했고,
꺼내달라, 해서
꺼내어 보여 주고
별문제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이 다가와서 하는 말,
가방 안에 있는 통 좀 꺼내 주시겠어요?
저는 기초와 색조까지 모든 화장품을 때려 넣은, 제법 규모 있는 화장품 케이스를 말하는 줄 알고, 아, 화장품이에요, 하며 수트케이스에서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아니요, 이 작고 동그란 통이요.
아! 이건ㅋㅋㅋㅋㅋ
소금이에요.
그래요, 저는 어쩌다 보니, 좌우지간 말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아침, 저녁 천일염 가글은 필수로 하고 있답니다. 세수하고 양치할 때 목 가글도 꼭 합니다. 제 목의 상태는 천일염 가글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로 나뉜답니다.
하여튼 2박 3일 여행도, 이 고맙고 소중한 천일염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왜 나의 소중한 소금 친구를 문제 삼는 건지, 원…
아! 감이 옵니다.
마 to the 약
민망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밝게(!) 웃으며, 문제의 그 ‘흰 가루 통’을 꺼냈습니다.
“이게 뭔가요?”
소금입니다.
천일염이죠.
“아, 그렇군요. 이 통은 원래 소금이 담긴 통인가요?"
영양제통이에요.
네, 빈 영양제통에 덜어 담아 소중한 친구를 데려왔던 것입니다.
결국 공항 직원은 나의 소중한 천일염을 가져가 무언가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든지 검사하시고 반드시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정말 무언가 검사를 하시더군요. 마약검사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검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나의 소중한 천일염은 정중히 돌려받았습니다. 번거로우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인사를 하고는 민망한 얼굴로 당당히 친구들에게로 돌아갔지요.
그러는 동안 일행인 저의 40년 지기 친구들은 들썩거렸습니다.
친구야…
너 도대체 뭘 가져온 거니…?
다들 짐을 받아 들고 카페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양 한 마리가 없어진 걸 발견하곤 부랴부랴 잃은 양 마들렌을 찾고 있었습니다. 뜻밖의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제 일행은 당황한 나머지, 이 어리둥절한 상황의 사진 한 장도 남겨주질 않았더군요. 친구가 잡혀갈까 염려라도 했던 걸까요.
그러나 예상외로 저는 이미 타국에서 국경수비대에 불법 체류로 적발되어 즉결심판을 받고 추방당한 이력이 있답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잘생긴 공항 직원이 상냥하게 말하며 검사하겠다는, 이토록 친절한 공항 서비스에는 0.1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천국이거든요.
제주공항에서 출발할 때는 남은 천일염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사진을 찍으리라, 별렀지만 그냥 통과시켜 오히려 섭섭하더군요.
그렇게 저의 소중한 후두는 여행지에서도 건강하게 지켜졌고, 실컷 먹고 쉬며 따뜻하게 배려받은 2박 3일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1. 아침&저녁 천일염 가글은 여행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
2. 천일염 친구와 함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경우 가방에서 꺼내 따로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