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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잘하는 비법

천기누설합니다

by 낭랑한 마들렌

가끔 속상함을 토로하는 분들을 봅니다. 낭독을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 않는 것 같다고요.

낭독 교육과정을 다 마쳤고 자신도 남들 연습하는 만큼은 하는데 왜 남들은 훨훨 나는 것 같고 나는 늘 제자리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낭독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그런 하소연을 들으면 한없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분명 그런 고민을 했던 과정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알지요. 그런 분께는 이렇게 질문해 봅니다.



낭독을 얼마나 들으시나요?



무슨 낭독을 말하는 거냐고 되묻습니다. 그러면 사실상 더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래도 다시 묻습니다.

"어떤 낭독, 누구의 낭독이든 말이에요. 얼마나 들으세요?"


이렇게 다시 물으면 대개는 오디오 북 스트리밍 서비스로 많이 듣는다고 말합니다. 혹은 낭독을 잘하는 사람들의 파일을 듣는다고 합니다. 공부 삼아 나름 열심히 듣는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다시 질문합니다.



자신의 낭독은 얼마나 들으시나요?



그러면 십중팔구, 아니 거의 100%에 가깝게, '안 듣는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자기 파일은 도무지 들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듯 쑥스러워서, 그리고 자기 낭독이 너무 부족하니 듣고 싶지 않아서 안 듣는다고 합니다. 답은 거기에 있습니다.




듣지 않으면 낭독을 잘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이 낭독을 해봐야 소용없는 것입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어 보지 않는 작가가 퇴고할 수 있을까요?

음식을 만들고도 맛보지 않는 요리사가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요?

훈련할 때의 기록을 체크하지 않는 운동선수 역시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까요?



낭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낭독을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멋쩍음, 쑥스러움, 부끄러움도 견뎌야 합니다. 내 낭독이 너무 수준 이하인 것 같아 듣고 싶지 않은 그 불편한 마음 역시 극복해야 합니다. 낭독을 잘하고 싶다면, 한 단계 더 오르고 싶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조차도 무의미해질지 모릅니다.



저는 거의 매일 낭독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 모든 낭독을 다 듣습니다. 요즘엔 낭독 강의가 많아서 수강생들의 파일을 모두 들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낭독은 더 많이 듣는 셈입니다. 특히 오디오 북을 녹음했을 경우에는 납품하기 전에 산책을 나갑니다. 산책하며 내 낭독 파일을 들어보는 겁니다. 그러면 너무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느낌을 살피고 청자로서 가장 먼저 이 오디오 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낭독의 톤 자체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아주 울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재녹음해야죠.



낭독의 제1 청자는
자기 자신입니다.



청자로서의 경험이 많아야 합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의 것, 나보다 조금 부족한 듯한 사람의 것도 많이 들어야 합니다. 함께 공부하는 클래스메이트, 나보다 먼저 낭독을 시작한 사람, 이제 막 낭독을 시작한 사람 등 다양한 동료들의 낭독을 들어보는 겁니다. 오디오 북으로 출시된 낭독도 좋지만, 바로 내 곁에 있는 동료들의 낭독 역시 나에게 큰 공부가 됩니다. 이렇게 여러 동료들의 낭독을 많이 듣는 수강생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선생님이 우리 개개인의 개성과 매력이 드러나는 낭독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씀하신 걸 이해하게 되었어요. 정말 낭독자마다 자기 고유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게 참 좋았어요.



질문하신 분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변하곤 하는데요, 미안하지만 이런 분들은 대부분, 대화에서도 상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공통점까지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물었기에 열심히 대답해 주어도 귀담아듣지 않고 여전히 하소연을 반복합니다. 그러니 역시 낭독은 말하기죠.



듣지 않으면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듣지 않으면 말하면 안 됩니다. 토론에서도 그렇지요.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고 내 말만 중요하다 여겨서 떠들어댄다면 그게 과연 토론일까요? 내가 듣지 않는데 상대인들 내 말을 듣고 싶을까요?


낭독을 해도 해도 여전히 제자리인 듯한 생각이 든다면, 자신의 '듣기'를 점검해 보세요. 낭독이 늘지 않는다는 사람치고 제대로 많이 듣는 사람 없고, 낭독 잘하는 사람 치고 안 듣는 사람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낭독 연습'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시 낭독한다', '입에 붙도록 여러 번 낭독해 봐야겠다' 등으로 말할 뿐입니다. 연습이라고 말하는 순간 기술만이 부각되는 것 같아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듯하거든요. 낭독은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적 기본 소양은 당연히 갖춰야 하지만, 사실 낭독은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글을 쓴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거기에 나의 진심을 담아 정성껏 청자에게 소리를 보내 보세요. 당신만의 감성과 매력이 빛을 발하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낭독이 될 겁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낭독은 성장하게 되고 깊어지는 거랍니다. 당신의 낭독하는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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