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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Oct 23. 2024

한강《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를 읽었어. 기묘한 이야기였지. 왜 이토록 기묘해야만 했을까, 생각하며 두 번 읽었어. 그리고 알게 됐지. 평범함은 너무도 평범하고, 그만큼 폭력은 관습적임을.  


평범함을 강요받으며 살아 온 사람이 평범성을 벗어던지고 폭력에 저항하려 할 때, 그 이야기는 결코 평범할 수 없어. 평범함은 익숙한 폭력 위에 세워진 것이니까. 우리는 충격적인 이미지를 통해서만 평범함을 떠받치는 폭력을 알아차릴 수 있지. 봉준호 감독도 기생충을 통해 솜씨 좋게 그러한 일을 해냈지. 내가 그 영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나니?  


그녀가 폭력을 거부하는 방식이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야. 그렇지 않고선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거든. 폭력은 관습의 방패 뒤에 숨고, 권위의 창으로 집행되며, 관성에 의해 강화되지. 그 폭력은 사소한 핑계로도 쉽게 정당화될 만큼 우리 일상에 깊이 뿌리내렸어. 극도의 평범함은 언제나 지독한 폭력성과 맞물리지. 그리고 그 폭력을 끊어내려면 또 다른 폭력이 필요해.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타인도 자신도 모두 파괴할 정도로 강렬할거야.  


평범한 폭력이 이유를 필요로 하지 않듯, 그로부터 벗어나는 데도 이유는 필요 없어. 간밤에 꾼 꿈, 그거면 충분해. 하룻밤 꿈처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지. 누구와의 약속도, 합의도 필요 없어. 그냥 벗어던지면 돼, 평범과 폭력을. 필요한 건 오직 날개뿐. 몸은 껍데기처럼 남겠지. 말도, 이데올로기도, 연설도 필요 없어. 그저 꿈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를 날개만 있다면. 잠시 숨을 참을 수 있다면.


#채식주의자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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