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추락하며 끝난 스타트 업의 꿈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난번 잠 이야기 이후 오랜만에 뵙네요. (파이트 슬립) 이번에는 사업하던 시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보통 창업을 한다고 하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청년 CEO라고 하면 주변에서 썩 괜찮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예요. 사업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일단 안타까움과 연민부터 생깁니다. 얼마나 힘들까, 아무에게도 상의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계시겠지. 괜찮으실까. 투자를 받았다고 하면 더욱 안타깝고 직원이 많다고 하면 더욱 걱정됩니다. 요즘 세상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업을 권유합니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왜 사업을 그렇게 걱정스럽게 보냐고요? 분명 저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겠지요.
처음 창업을 할 때에는 온 세상이 저를 위해서 움직여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홉 번의 실수)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경험도 이 순간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었고 심지어 산업계의 변화도 우리를 위한다고 착각했어요. 최고의 동료들이 함께였고 투자금은 우리에 대한 기대와 신뢰의 가치라고 생각했지요. 목표가 돈은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안정되면 떠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으니까요.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돈은 저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반감을 줄 뿐이지요. 처음 1년간은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지속되었습니다. 돈이 떨어져 가면 투자사나 퍼블리싱 회사에서 수급해주기도 했고요. 이 모든 것이 빚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1년쯤 되어 그 사건이 터졌습니다. 대기업이 투자를 철회했고 선택을 해야 했어요. 큰 회사 산하의 스튜디오로 들어가서 안정적인 개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회사를 접어야 할 것인가. 접는 순간 저에게는 빚이 생기겠지만, 이어서 개발하면 빚은 더 커지겠지요. 가장 신뢰하는 우리 동료들과 상의했습니다. 모두 급여를 반납하고 휴직계를 내면서까지 함께 하자고 말해주었어요. 사업을 시작할 때보다 더욱 큰 벅찬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장애인 학교에 의탁하고 일부는 지역에 내려가서 지원금을 받으며 사업을 진행했지요. 돈은 항상 쪼들렸지만,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말씀드린 그 괴 문서가 떴습니다. 인터넷에서 마녀 사냥 당하는 저에게 동료들은 등을 돌렸어요. 그리고 고소를 당했습니다. 나중에 재판에서 여러분이 스스로 휴직계를 낸 것 아니냐 했더니 제가 가족들을 빌미로 협박했다고 하더라고요. (바퀴벌레 재판) 회사에 놀러 온 가족들과 한두 번 인사를 나누기는 했습니다만, 협박이라니. 말이 되나요? 그렇게까지 해서 제가 얻는 게 뭐길래! 아, 제가 잠시 흥분했네요. 아무튼 그때부터 삶은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받았던 돈은 갚아야 할 돈이 되었고 살기 위해 빚을 더 져야만 했습니다. 빚은 2 금융, 3 금융으로 이관된 끝에 사채까지 가게 되었어요. 평생 모은 전재산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했습니다. 웃음과 시간을 팔기도 했고,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기도 했어요. 사기와 투자의 경계선에 서 있는 분에게 많은 원조를 받기도 했습니다. (내려가는 삶의 경사면) 누군가는 저를 더럽다고 욕할 수도 있겠지요. 빌런이나 악당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형사 사건의 피의자에게 누가 일을 주겠습니까? 진행하던 사업도 철회되면서 위약금을 물어내라고 공문이 날아오는 판인데요. (버티기) 비록 어두운 일들을 했지만, 저는 그 시기에 대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유일한 죄스러움은 어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뿐입니다. (언 해피 트리) 제가 무능력해서.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말해서 걱정하시는 표정이군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저의 자존감이 많이 높아지기도 했거든요. 몇 번인가 자살 시도를 했었어요. 네? 이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역시 정신과 선생님이셔서 이 부분에 반응하시는군요. 하지만 그건 다음에 하시지요. 오늘은 사업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네요. 자존감이 높아진 것은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 덕분이었습니다. 그 녀석과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서 사업과 영업, 개발, 회계, 발주와 제작 등 뭐든 다 해냈어요. (생존형 개발자) 부족한 부분은 공부를 했습니다. 외주 비용을 사용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죽을 각오로 하면 뭐든 된다는 말 있지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예전에는 ‘나는 록맨 1을 원 코인으로 클리어한 사람인데 뭐든 못해?’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록맨과 공략왕) 아, 그게 뭐냐고요? 음. 그냥 어려운 고전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무튼, 지금은 ‘죽을 시도까지 했던 사람인데 뭐든 못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 겁 없이 뭐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 잠도 줄였고 장거리 운전도 자주 했네요. 졸음운전의 위기도 많았지만 다행히 사고는 없었어요. 그렇게 살며 4년간의 재판을 보냈고 결국 회사는 청산하고 저는 개인 회생에 들어가게 되었지요.
이 시기를 보내면서 제 마음에 자리 잡은 마음이 있어요. 죽음에 대한 거리감이 줄었다고 해야 할까요? 언제나 죽음이 곁에 와 있는 것을 느껴요. 얼마 전 이 근처에서도 묻지 마 살인 때문에 경찰들이 통제하고 했잖아요? 길 기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철골이 떨어질 수도 있고요.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자살 시도를 했을 때는 충동적이라서 마음에 깊이 박히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그 이후, 재판 도중에 세상에서 나를 지우는 작업을 하면서 소멸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끔찍한 시간이었던 만큼 나의 일부가 된 것이겠지요. 왜 지웠냐고요? 음. 재판 도중 구형이 확정되면 연락도 못하고 바로 잡혀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어머니의 생활비나 월세도, 회사의 프로젝트도, 혹은 인간관계나 다른 취미 집단도 엉망이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미리 저를 지워야 했던 것이지요. 모든 관계를 끊어냈던 거예요. 사라져도 민폐가 되지 않도록이요. 책임에 대한 강박이라고 생각하셔도 되고요. (책임감. 강박에서 욕망으로)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저에 대한 자기혐오가 커졌다는 것이에요. 이제 사회에서 아예 낙인찍힌 전과자가 되기도 했잖아요. 저를 평생 증오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그것이 오해이든 진실이든 간에 말이지요. 내가 세상에 없으면 오히려 더 행복할 사람이 많을 것 같더라고요.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환경과 식량난까지 연결되며 인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어느 정도 이득 인가까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스스로를 혐오함과 동시에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면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이 쓰레기를 사회에서 치우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드는 거예요. 매일 그래요. 정말 매일. 순간순간. 아, 놀라실 필요는 없어요. 자살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선생님이 보시기에도 이상한가요? 제가 봐도 이 두 가지뿐이라면 저는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제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마지막 한 가지가 있어요. 그게 뭐냐 고요? 1만 명 가까운 팔로어 대부분이 적으로 돌아섰을 때, 매일매일 협박과 악의에 찬 메시지가 날아오던 상황에서 저를 믿어준 분들이 있어요. 심지어 어머니까지 저를 공격하는 상황에서요. 블로그 이웃 분들, 그리고 정말 극 소수의 지인들이요. (이웃이라는 버팀목, 댓글이라는 온기) 만약 제가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분들의 기대와 신뢰를 배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저는 사업을 하며 아주 큰 배신을 당했어요. 그것도 여러 번이요.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요. 그렇기에 더욱 저만큼은 믿어준 분들을 결코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일시적인 복수보다 내가 그들과 같은 행동을 평생 하지 않는 것이 더 멋진 복수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켜봐 주시는 분들, 믿어 주시는 분들에게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계속 보여야 해요. 은혜에 대한 보답 치고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정말 최소한의 도리일 것 같아요. 솔직히 자주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제 슬슬 죽어도 될까? 그럴 때마다 아직은 안 되는 이유들이 보여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이유는 저를 지켜보고 믿어주시는 분들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아직은 죽음을 선택할 수 없어요. 이렇게 버티고 살다 보니 쓰레기 같은 나도 어쩌면 재활용이 가능한 걸까 싶은 생각이 조금씩 드는 것 같네요. 뭐, 착각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