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인베이더
이곳에 손님이 없는 날은 드물다. 은퇴한 노인들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놀 거리가 없는 시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긴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손님이 없이 한산했다. 게임기들마다 각각의 다양한 모험이 펼쳐지고 있다. 소녀는 계산대 근처에 앉아 이 수많은 세계의 중심에 있음을 즐기고 있다. 치열하게 움직이는 수많은 세상 속 여유로움. 다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온다. 남자와 여자. 커플인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여자는 수첩을, 남자는 카메라를 들고 있다. 스마트 폰이 일상화가 되며 사라진 두 가지다. 신기한 느낌으로 소녀는 쳐다본다. 아마 수첩을 들고 있는 여자가 조금 더 높은 사람인 것 같다. 남자는 쩔쩔매는 느낌으로 카메라를 메고 따라다닌다. 이거 진짜 오래된 게임인데, 알아? 여자가 말한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게임은 스페이스 인베이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게임이니 교양으로라도 알 법하다.
화면 속에서는 줄을 맞춘 외계인들이 천천히 내려온다. 압박감이 있다. 플레이어는 총을 쏴서 마치 벽처럼 느껴지는 외계인들을 물리쳐야 한다. 작은 엄폐물도 있다. 두 사람은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소녀는 안다. 같은 화면을 보며 서로 다른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여자는 내려오는 외계인들을 바라본다. 남자는 밑에서 총을 쏘는 비행기를 바라본다. 둘 중 이를 더 흥미롭게 보는 사람은 여자 쪽이다. 잠시 후 남자가 카메라를 들어 눈을 맞춘다. 왜 화면을 찍어? 여기 전체를 찍어야지. 여자가 잔소리를 한다.
두 사람은 오락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한다. 저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소녀는 물끄러미 관찰한다. 치열하게 움직이는 세상이 화면 밖에도 있다. 그것도 둘이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돌린다. 여자와도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소녀에게 빠르게 걸어온다. 여기 사장님은 안 계시니?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니? 얼마나 된 곳이야? 동전 교환기가 없는데, 네가 돈을 바꾸는 거야? 돈이 아닌 물건도 동전으로 교환해 준다던데, 알려줄 수 있겠니? 질문을 퍼붓기 시작한다. 소녀는 눈만 깜빡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만두는 게 어떨까요? 남자가 말한다. 용기를 쥐어 짜낸 것 같다. 시선은 여자를 향해 있지 않다.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보고 있다. 이곳은 다른 시간에 있는 것 같아요. 조용하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여자가 답한다. 그래서 더 좋은 거야. 시청률이, 조회수가 얼마나 나오겠어? 요즘은 레트로를 찾는다고! 게다가 가게를 보는 것이 어린 소녀라니. 너무 좋잖아? 소문을 따라와 보기를 잘했어.
소녀는 깨닫는다. 저 사람들은 이곳을 방송에 사용하려고 온 것이다. 오락실은 더 널리 알려질 것이고, 많은 사람이 찾아올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큰 점을 모을 시간이 짧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그분이 말했었다. 오락실에 관한 모든 판단은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고. 너를 믿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자주 오는 분들에게 이곳이 여전히 같은 장소로 느껴질까?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는 시선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까? 소녀의 목표는 큰 점을 모으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변화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느꼈다.
너에게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 어른은 안 계시니? 여자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젓는다.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한 걸까? 여자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일정을 정하고 어떤 콘셉트를 찍을지, 카메라는 어디에서 비춰야 할지, 아마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도 말하는 것 같다. 남자는 여전히 스페이스 인베이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외계인이 계속해서 내려온다. 소녀는 생각한다. 물리치는 것이 좋을까?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하도록. 한 판만. 게임 한 판만 하게 만들면 돼. 동전을 손에 쥔다.
하지만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미안한 표정. 괴로워하는 것 같다. 문득, 이 것은 소녀의 모험이 아닌 그의 모험임을 깨닫는다. 동전을 내려놓는다.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게임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이유는 처음으로 상대를 향해, 압박해 오는 상단의 외계인들을 향해 공격하는 방식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아직 그는 총을 쏘지 못하는 것뿐이다. 엄폐물 뒤에 숨어있을 뿐인 것이겠지.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떠났다. 아마 조만간 다시 올 것이다. 그때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겠지. 오락실은 변하게 될 것이다. 소녀는 선택했다. 익숙한 것을 지키기보다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기로. 그것이 자신의 모험이든 타인의 모험이든. 이를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큰 점을 잠시 내려놓았다. 오락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앞에 가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외계인들이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