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야기는 내가 아닌 친 동생의 이야기이다. 동생은 현재 일본에서 생명 환경 계열 일에 종사하고 있다. 유전 공학과 생명 과학을 거쳐서 환경학까지 이르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일본에서 결혼해 생활하면서 학회 활동을 하고있다. 동생이 일본어를 공부하면서까지 박사 학위를 받게 만든 이면에는 놀랍게도 두 개의 게임이 있었다.
동생의 최애 게임은 바이오 하자드. 이 게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어린시절, 동생은 바이오 하자드라는 게임에 크게 꽂혔다. 이 작품은 좀비가 나오는 저택에 갇힌 특수부대 대원의 이야기이다. 동생은 이 게임을 여러번 플레이를 하면서 저장 없이 클리어를 하기도 하고, 총 없이 단검만으로 클리어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이 게임의 구석 구석을 완전히 외우게 되었지만 여전히 파고 들고 싶어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이 시리즈는 계속해서 즐기고 있다. 동생은 다른건 몰라도,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는 출시되면 반드시 플레이 한다.
바이오하자드. 동생이 꽂힌 게임은 좀비가 나오는 호러 게임이었다.
그러던 중, 유사해 보이는 게임이 나왔다. '패러사이트 이브'라는 제목이었다. 당시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우연히 동명의 소설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운명처럼 그 소설을 동생에게 건네주었다. 패러사이트 이브의 내용은 인간 몸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의지를 갖고 자신을 증식해가며 인간을 정복하려고 하는 내용이다. 먼 세대로부터 유전되어 온,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세포가 반란을 일으킨다는 특이하면서도 오싹한 이야기였다. 동생은 이 소설에 매료되었고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관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당연히 게임도 해보게 되었다. 이 두가지가 섞이며 바이오하자드에 등장하는 좀비를 만드는 성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게임상에서 좀비를 만드는 약을 T바이러스라고 부르는데, 그 구조가 궁금하다고 했다. 언젠가 자기가 찾아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역시 그 형에 그 동생 아닌가!
패러사이트 이브. 동생은 '미토콘드리아'라는 소재에 꽂혔다.
좀비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위험한 발상으로 보이겠지만, 순수한 호기심으로 본다면 훌륭한 동기부여였다. 그렇게 동생은 유전공학과 생명과학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물 실험을 하는 연구소에 들어갔지만, 생명을 실험 도구로 쓰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고 그들을 보호하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줄기 세포 연구 이슈로 국내에서 유전 공학이 힘을 잃었다. 동생은 진로를 수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유학을 위한 어학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까지 건너간 이후에는 수업을 전부 녹음해가며 공부했고 결국에는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이른 것이다.
동생은 T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해 유전공학과 생명과학을 시작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물론, 지금도 좀비 바이러스를 만드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동물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수달을 중심으로 각종 생물들의 환경에 관련된 일과 연구를 하는 박사가 되었다. 동생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 행복해지는 일을 찾은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두 개의 게임이 있었던 것이다.
좀비와 수달이 연결되지는 않지만, 여튼 지금 동생은 수달 전문 환경 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혹자는 비웃을지도 모른다. 좀비 게임을 통해서 유전공학에, 생명과학에 동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는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동생은 실제로 이 과정을 통해 박사가 되었다. 이처럼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큰 동기부여나 방향성을 주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는 아직 꿈을 찾지 못했거나 꿈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나의 꿈을 찾아내고 싶다면, 기왕이면 즐거운 게임을 통해서, 여러 다양한 컨셉의 게임을 하면서 찾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꿈을 찾는 과정 또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