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고 나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EBS 귀가 트이는 영어 교재를 샀다. 방송을 통해 사회, 경제, 인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표현을 익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표현들이 실생활과 아주 밀접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배운 단어들을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에 응용해 문장을 만든 후 챗GPT에게 자연스러운 표현인지 물어본다. GPT는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해당 상황에서는 어색하다며 다른 표현을 제안한다.
갑자기 영어를 써야 할 때 막히지 않고 말하기 위해 공부하는 건데 이래서는 영 효과가 나지 않을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결국 EBS 입이 트이는 영어 교재도 구매한다.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정리하자면 신문 읽기와 글쓰기, 귀트영, 스페인어와 운동, 입트영까지. 그나마 글을 자주 써야 한다는 강박은 좀 내려놓아서 편해졌지만 아무튼 하긴 해야 할 목록에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건 마음을 좀 번잡스럽게 한다.
올해는 안되더라도 꼭 대학원에 지원해 볼 예정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우선 그 분야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해 현재 업무와 연결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노력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것을 계속 갈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 위에 열거한 것들은 성실함을 요하지만 내려놓으면 금세 사라질 것들이기 때문에 종종 불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러지 않을 것이 필요했고, 답은 학위로써 내 노력을 입증할 수 있는 대학원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리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대학원을 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또 고민이다. 회사를 다니며 대학원을 졸업한 내 동기에게 물어보니 특별히 준비를 할 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성격상 그게 안 된다. 뭐라도 갈고닦아 놔야 할 것 같다. 좀 더 나은 내가 되어야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 그 학교에 걸맞은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감기몸살로 며칠째 약을 먹고 축 처져 있다. 새해 첫날부터 에너지가 좀 과했나. 그래도 이번 주말 동안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푹 쉬었다. 이 글을 쓰기 전, 사실 씻고 나서 짧게 영어 공부라도 하고 자려고 입트영 교재를 책상에 올려놨었다. 그런데 그냥 책을 펼치기 싫어 두 선생님이 환하게 웃고 계시는 표지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냥, 머리를 식히고 싶어 이렇게 태블릿을 열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나른한데 머릿속에선 여러 생각이 움찔댄다. 아무래도 책은 가방에 도로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