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by 갈매나무





잘 지내다가 또 왜 이럴까. 불과 2주 전만 해도 엄마와 통화를 하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어'라고 했었다. 그래놓고 지난 주말에는 알 수 없는 우울감과 무력감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운동을 하면 한결 개운하겠지 하는 마음에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도 해 보았다. 그래서 잠은 푹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다가 심장이 덜컥, 덜컥하는 바람에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았다.



골똘히 생각해 봐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극도의 심경 변화를 겪을 만한 계기도 없었다. 나 스스로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데, 깊이 가라앉는 날이 또 찾아왔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이겨내기'를 단념했다.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조용히 있었고, 어디 하나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니 이불속으로만 파고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포기해야 할 것은 포기하고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두어야 한다는 말, 그건 어쩌면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쉽지 않았다.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하지만 나이를 먹고 스스로를 수없이 되돌아보며 포기하는 것도, 흘러가게 두는 것도 점점 더 잘하게 된다. 이제는 종종 떨쳐내기 힘든 무력감이 찾아오면 그냥 그 무력감이 내 안에 흘러가게 둔다. 굳이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게 오히려 내게 안정을 준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까지 저문 지금, 마음은 어느 정도의 평화를 찾았다. 메스껍지도 않고 멍하지도 않다. 좋지 않은가. 빛 한 줄기 없는 바닷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니 들리는 소리도 참 많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윗집 발소리, 키보드 소리까지 다 생생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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