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괜찮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될 때면, 괜찮았던 때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괜찮았던 날들이 대부분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는 걸 생각한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괜찮지 않을 것만 같아 불안한 날들의 끝에는 또 예상 밖의 날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2. 30대 후반에도 이렇게 살 줄은 몰랐다. 남편 양쪽 귀를 잡아당기며 원숭이 같다고 혼자 깔깔대고, 밀레니엄 시절 가수를 흉내 내면서 얼마나 똑같은지 남편에게 물어보고, 무심결에 닭다리를 두 개 다 먹은 걸로 남편을 몇 년째 놀리고, 이렇게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일상의 가장 큰 낙으로 삼으며. 어렸을 때 나를 웃게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날 웃게 할 줄은 몰랐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날 웃게 하는 것, 근심을 잊게 하는 것들은 똑같다. 잃지 않아서 행복하고, 확실한 게 있어서 편안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다.
3.
지난 글에서, 나이가 들면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것을 잘하게 된다'라고 써놓았었다. 며칠 전 자려고 누웠는데 그것의 장점이 떠올라서 기록으로 남긴다.
젊은 시절, 그러니까 세상이 무엇으로 가득 차있는지 모를 때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고르면 된다. 혹시 무언가를 잘못 골랐더라도 괜찮다. 내려놓고 고갤 들면 새로운 것들이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으니까. 몇 번이나 실패를 해도 괜찮다. 시간 또한 젊은이의 편이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하나를 내려놓으면 나를 매료시키는 새로움이 또 다가올지 확신이 없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기할 만큼 가치가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주저하다가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현명하게 포기하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중요한 덕목이 된다.
나는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잘하고 싶은 것도 많다.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게 많다고 여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하고, 운 좋게 현명하신 분들이 조언을 들으며 하나둘씩 욕심을 내려놓고 있다.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건 나쁜 게 아니다. 그건 흘려보내고 남은 선명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포기한 것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조바심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가장 쉬운 예로 예뻐지고 싶어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 그렇다고 해서 지금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나와 잘 맞는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더 예뻐지겠다며 노력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자 내려놓아도 될 것임을 깨달았다. 또 하나는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문화와 사회 관련 지식에 집착하는 것. 내 삶과 별 관련도 없는 것을 '언젠가'라는 막연한 환상에 취해 갈구하는 것을 내려놨다. 이건 감사하게도 내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신 관리자분 덕분이었다. 그리하여 라틴 아메리카는 관심사 정도로만 두기로.
아무튼 마음이 편하다. 포기를 한다는 것은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는 뜻이자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