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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봄 Oct 29. 2022

비혼과 모성애

    외로움을 핑계로 결혼을 들먹이는 게 지겹다.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가? 그렇다면 불행한 기혼자는 없었어야지. 혼자일 때 외로운 것보다 둘일 때 외로운 게 더 비참하다. 외로움은 인간의 숙제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불행한 비혼을 만들지 마라.      


    고작 숫자일 뿐인 나이까지 들먹여가며 결혼시키려는 모습을 보면 지금이 21세기가 맞나 싶다. 그만할 때도 됐는데 멈추질 않는다. 이젠 결혼식도 촌스럽게 느껴질 지경인데도. 1교시, 2교시 학원도 아니고 나눠진 층, 매 타임 시작하고 다음 수업을 위해 맞춰진 시간 내에 끝낸다. 가족들과 당사자들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며 기억도 안 난다고 할 정도로 바쁘다. 입장, 주례, 축가, 사진, 뷔페 어느 결혼식에 가도 비슷한 패턴이다. 결혼식에도 유행이 있어서 하나 유행하면 우후죽순 똑같아진다. 돈은 돈대로 써가며 허례허식하며 축의금으로 땜빵한다. 이걸 온전히 축하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굳이 내가 눈을 낮춰가며 결혼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남자야 낮추든 말든 애 낳아줘, 본인 성도 줘, 밥도 해 줘. 심지어 커리어, 연고지 다 버리고 남편 따라 직장까지 옮긴다. 반면 여자는 굳이 몸 갈아가면서까지 결혼을 해야 하나? 남자가 여자 잘 만나서 팔자 핀 경우는 많아도 여자가 남자 잘 만나서 팔자 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폭행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가 튀어나올지, 어떤 범죄가 일어날지, 어떤 기후 이상이 나타날지 모르는 지금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나에게 모성은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모성이다. 내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이가 힘든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결혼해 애를 안 낳는 게 쉬운 일일까. 여자의 선택권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당연히 애를 낳을 거로 생각한다. 자기가 낳는 게 아니니까. 시부모 또한 마찬가지다. 본인들의 아들을 닮은, 대를 이어줄, 자신의 손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주길 바라지만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뭐하나 보장되지 않은 나라에서 참 뻔뻔하다. 여자는 애 낳는 기계가 아니다. 결혼 전엔 처녀니 뭐니 그렇게 예민하게 굴면서 성인이 되면 결혼하라고 난리, 결혼하면 애는 언제 ‘만들’ 거냐며 난리다.      


    흔했던 드라마의 단골 대사가 있다. ‘아버님, 따님 저 주십쇼!’웃기지도 않다. 본인들 선택권도 아닌데 주네, 마네하고 있는 모습이. 이런데도 애를 낳으라는 건 여성에게 모욕이다. 연애도 데이트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그렇게 연애하고 결혼하란다. 금이야 옥이야 키워진 딸은 남의 집 며느리가 된다.


    당신이 애를 낳고, 성은 나의 성으로,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할 것이 아니라면 맞벌이는 필수여야 한다. 대신 아침밥과 저녁은 당연히 차려줘야 하고, 육아와 살림도 당신이 해야 한다. 우리 부모님에게 깍듯하게 효도해야 하고 제사 땐 당연히 우리 집 먼저 들려야 한다. 술 먹으러 나가서도 안 되고 애를 낳아도 외형관리는 꾸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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