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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Sep 25. 2023

10. 협업

Collaboration

  “친구야 미안해! 나 먼저 갈게.”     


  무슨 말일까? 바로 선행학습을 광고하는 문구이다.

  몇 년 전 어느 날 다른 학원들은 분위기가 어떤지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여 주변 학원 건물들을 돌아다녀 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어느 학원 복도에 위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는 것을 봤다.     


  나는 약 4년 동안 대구지역 등대지기 모임 회원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짚고 대안을 마련하여 이를 현수막으로 제작해서 대구 시내 거리에 내거는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작년 말에 이 활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불필요한 선행학습의 폐해를 알리는 현수막을 만들어서 걸었기 때문이었다.


선행학습이라는 악마의 속삭임

- 선행만 하면 1등 할 수 있다는 거짓말!        

- 남들보다 앞서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짓말!


  바로 위 내용이었다. 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가는가?


  어떤 날에는 모르는 사람이 사진을 찍어가고, 또 어떤 날에는 현수막 양쪽 위 줄 두 개를 풀어놓아 현수막이 아래로 축 늘어져서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하고, 급기야 어느 날에는 아예 현수막이 사라지고 없었다. 다른 현수막들은 멀쩡하게 걸려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조만간 구청에 불법 현수막으로 신고가 들어가겠다 싶어서 당분간 현수막 활동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선행학습의 잘못된 점을 알리는 이 현수막에 대한 저항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선행학습을 통해 수익을 얻는 학원이라면 자신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니 이 문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불필요한 선행학습은 나쁜 경쟁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쟁의 긍정적인 점은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나아가 나라와 나라 간에 승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 덕분에 새로운 기술과 상품, 그리고 서비스들이 만들어져서 오늘날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경쟁 사회에서는 승리한 소수의 사람만이 모든 걸 다 가져가고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누리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좋은 가치 덕목들이 빛을 잃게 된다.

  또한, 경쟁은 협업을 방해한다. 선행학습을 가지고 다시 이야기하자면, 선행학습은 나쁜 경쟁을 유발한다. 선행학습이 필요하고, 해도 좋은 경우가 있지만, 굳이 필요하지도 않고 현행학습도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강요하고 경쟁으로 내몰아 친구를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건 어른들이 잘못하는 것이다.


  진정한 경쟁은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면, 0.001초를 줄이기 위해서 매일 똑같은 훈련을 365일 반복한다. 다른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전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대회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협업은 여러 사람들이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혼자 할 때에 비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협업은 선생님이 내주신 과학과제물을 여러 친구들과 합심하여 각자 할 일을 나누어 진행하고 마지막에는 한데 모아서 종합하여 완성하는 것입니다. 


협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합창, 반주, 무용 등을 연습하고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하는 것입니다.           


협업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함께 할 때 커다란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협업은 같이의 가치를 아는 것입니다.      


  협업과 관련하여 중요한 말이 있다. 바로 동반자 의식이다. 다시 말해 파트너십(Partnership), 그리고 모둠 내 협력, 즉, 팀워크(Teamwork)이다.

  제목에 이끌려 단숨에 읽었던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가?(이소정, 2021, 퍼블리온)」라는 책에서 지은이는 경쟁으로 망해가던 회사를 파트너십을 통한 협업으로 다시 2018년 기준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로 올라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놀랄만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책의 제목인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다는 말이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서 자신이 만든 것은 꽁꽁 숨기고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은 최대한 많이 가져다 쓰려고 한다. 왜? 다른 사람은 나의 경쟁 상대이니까.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하려면 사람들과 협업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자신이 만든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공동체 정신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동반자 의식을 직원들에게 장려하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만들었으며 이런 태도를 바탕으로 경영을 했기에 다시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협업이야말로 어른이건 아이이건 가장 이상적인 인간관계 모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이 책은 우리에게 얘기하고 있다.     


  협업은 과도한 경쟁과 불안한 미래로 인해 외롭고 답답한 일상을 힘겹게 겪어야 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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