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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강국의 민낯, Toyota 허위인증 사태

왜 일본은 부정을 걸러내지 못했는가? 자율과 책임의 균형점

by 조성우

TOYOTA 그룹의 허위인증 사태는 이미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내용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뉴스로만 접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글을 쓰기 직전, 저는 이 문제를 다룬 도서인 '검증: 도요타 부정문제'를 읽었습니다. 보도를 통해 파편적으로 접했던 사실들이 이 책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왜 이토록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사건 나열을 넘어, 도요타 그룹의 조직 문화와 일본의 인증 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을 심도 깊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TOYOTA 그룹의 연이은 허위인증 사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일본의 국가 인증 제도가 가진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이 사태는 일본과는 달리자기인증제도를 시행하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TOYOTA 허위인증 사태의 배경 및 주요 내용


TOYOTA 그룹은 계열사를 포함해 오랜 기간 허위인증 행위를 지속했습니다.

* 히노자동차: 2022년 3월 4일에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 및 연비 시험 부정행위가 발각되었는데, 이는 최소 2003년부터 20년 가까이 이어진 부정행위였습니다.


* 다이하츠 공업: 2023년 4월 28일, 해외 시장용 차량의 측면 충돌 시험 부정행위가 드러났으며, 이후 조사에서 에어백 타이머 조작 등 192건의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밝혀졌습니다. 가장 오래된 부정은 198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TOYOTA 자동직기: 2023년 3월 17일, 지게차 엔진에서 배출가스 시험 부정행위가 발각되었으며, 이후 자동차용 디젤 엔진에서도 3개 기종의 부정이 추가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부정행위는 6년간 지속되었습니다.


* TOYOTA자동차: 2024년 6월 3일, 충돌 시험 및 엔진 출력 시험 등 6개 항목에서 허위인증을 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TOYOTA그룹이 제시한 원인은 '단기 개발로 인한 압박’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깊은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러한 부정행위가 오랜 기간 발각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국가 인증 제도의 맹점: 일본은 국가 기관이 직접 차량의 안전성 및 환경 기준을 시험하고 승인하는 국가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TOYOTA그룹은 인증 시험 절차를 준수하기보다는 '더 엄격한' 자체 개발 시험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인증을 위한 별도 조작을 가했습니다. 국가 기관이 모든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기 어려운 맹점을 파고든 것입니다.


* 기술력에 대한 과도한 자만: TOYOTA그룹은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자부심으로, 법규가 정한 기준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인증 절차를 경시하는 태도로 이어졌습니다.


* 내부 견제 기능의 부재: 품질 보증 부서가 개발 부서를 견제하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개발 부서는 엔진 제어 소프트웨어를 조작하거나 불법 가공을 하는 등 명백한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품질 보증 부서는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없는 조직 문화가 만연해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과거 2001년 국내 자동차 3사 (현대, 기아, GM대우)에서 일부 차종의 엔진 출력을 실제보다 높게 표시하여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사건이 있었는데, 비슷한 양상으로 보입니다.




자기인증제를 시행하는 한국에 주는 시사점


도요타 사태는 자기인증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자기인증제도(Self-Certification)는 자동차 제작사가 스스로 안전 기준을 충족했음을 인증하고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사후에 불시에 시험을 진행하여 인증 적합성을 확인합니다. 이는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신차 출시 기간을 단축하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윤리 의식에 따라 소비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 기업의 윤리 의식 강화의 중요성: 자기인증제도는 기업의 자율과 책임에 기반하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높은 윤리 의식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도요타의 사례는 기업의 양심에만 의존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소비자 정보 접근성 강화 및 전문가를 포함한 시민사회 감시 역할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 엄격한 사후 관리 및 처벌: 정부는 불시 점검을 강화하고, 부정행위 적발 시 강력하고 엄정한 처벌을 통해 기업의 부정행위 의지를 사전에 억제해야 합니다. 인증 절차의 전 과정 투명화 및 데이터 공개를 하도록 기존제도를 개선하고 특히, 허위인증으로 인한 소비자 안전 위협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현재 최대 100억 원의 과징금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내부 고발자 보호 시스템의 활성화: 다이하츠 부정행위는 '내부 고발'로 인해 발각되었습니다. 내부 부정을 감추려는 조직적 시도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내부 고발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은 부정행위를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안전엔 지나침이 없다”는 신념 아래, 이러한 원칙을 공고히 하여 일본 TOYOTA의 인증 조작과 같은 사고가 대한민국에선 결코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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