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브루노에서 벌어진 웨이모 로보택시 불법 U턴 사건
운전자가 없는 차가 교통법규를 어기면, 벌금은 누가 내야 할까요?
최근 북캘리포니아 San Bruno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경찰관이 불법 U턴을 한 차량을 목격하고, 음주운전 의심을 전제로 차량을 정지시켰습니다. 그런데 운전석을 확인하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제의 차량은 웨이모(Waymo)의 완전자율주행 로보택시였던 것이죠.
경찰은 분명히 위반을 확인하고 통상적인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운전자”라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단속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교통 위반 양식에는 ‘로봇’ 항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곧바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모으며, “누가 딱지(ticket)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범칙금이 무의미해지는 순간
사람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돈이 아깝고 벌점이 두렵기 때문에, 운전자가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라는 학습 효과를 얻도록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다릅니다. 범칙금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벌점 때문에 습관을 고칠 일도 없습니다. 즉, 기존의 벌금 제도는 자율주행차 앞에서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웨이모의 입장과 기업 책임 논의
웨이모는 공식 성명에서 자사 시스템인 Waymo Driver가 도로 규칙 준수를 목표로 설계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며, 반복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기업의 입장이 기술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법적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명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경찰·사법기관·기업 간의 책임 분담 구조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시 대응 절차
로보택시가 사고를 당하면, 스스로 안전한 장소에 정차하고 비상등을 켠 뒤 심각한 충돌일 경우 911에 자동 신고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 등록증과 보험 관련 정보는 차량 내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인간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조사와 행정 처리가 가능합니다.
즉, 실제 사고 처리 절차는 인간 운전 차량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이는 대중의 불안을 줄이고,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벌 대신 데이터와 학습으로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사고와 위반 상황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접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처벌이 아니라 학습과 개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1. 정보 수집 – 위반 상황에서 차량 센서, 주변 환경, 시스템 로그 등을 최대한 기록
2. 제조사 전달 – 수집된 데이터를 웨이모와 같은 운영사에 전달하여 개선 자료로 활용
3. 시스템 업데이트 – 문제 원인을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수정해 동일한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데이트
현재 미국 내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주 대부분은 이런 보고 체계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처벌보다 학습을 통해 장기적인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접근입니다.
캘리포니아 법 개정 움직임
흥미로운 점은 캘리포니아 주가 최근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Governor Gavin Newsom은 2024년에 자율주행차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 SB 915 (Autonomous Vehicles Liability Act)에 서명했습니다. 자율주행차(AV, autonomous vehicle)의 로컬(local) 규제 권한을 지방 정부에게 일부 이양하고, AV 서비스 운영자에게 데이터 공개, 요금 공개, 차량 허가 제도, 긴급 구조자 대응(interoperability/override) 등을 요구하는 법안입니다. 즉, 이 법안은 도로 위반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분명히 기업에 귀속시키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법안 문서상으로는 2025년 7월 31일 발효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2024년 6월, 발의자 Senator Dave Cortese가 법안을 상정 상태에서 철회(“pulled from consideration”) 되어 현재로서는 실제 시행될 예정이 확정된 법률은 아닙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선도적 입법은 다른 주와 연방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평가됩니다.
규제는 ‘벌칙’보다 ‘데이터’로 시작해야
자율주행이 진정한 교통 혁신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현실에 맞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핵심은 분명합니다. 기존의 벌칙 중심 제도는 무인차 환경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사건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하고 기업이 이를 통해 학습·개선을 반복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캘리포니아의 법 개정은 기업 책임 귀속이라는 틀을 마련하려는 첫걸음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투명한 데이터 공유와 분석, 그리고 연방 차원의 일관된 규제 체계가 병행되어야만 공공 신뢰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www.nytimes.com/2025/10/01/us/waymo-tickets-san-bruno.html (접속일 :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