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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실험 대상이 아닙니다

AI 운전면허, 그리고 책임의 재정의

by 조성우

미국 자율주행 시장의 신뢰에 금이 갔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라 불리는 Waymo(구글 자회사)의 로보택시가 스쿨버스에서 하차 중인 어린이들을 무시하고 그대로 통과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행인에 의해 촬영되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었고, 결국 미연방 도로교통안전청(NHTSA)이 정식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스쿨존에서 멈추지 않은 Waymo


사건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학교 앞 도로에서 일어났습니다.

해당 구역은 2024년 제정된 ‘Addy’s Law(애디법)’ 이후, 정차 중인 스쿨버스의 정지 신호를 무시할 경우 중대한 위반으로 간주되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Waymo의 차량은 정차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감속한 뒤, 스쿨버스의 정지표지판(stop arm)을 피하기 위해 왼쪽으로 꺾어 그대로 통과했습니다.

그 시각, 아이들이 바로 차량 옆에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AI가 교통의 ‘맥락적 의미’를 아직 이해하지 못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됩니다.



NHTSA의 조사와 입법자들의 분노


NHTSA는 즉시 조사(Preliminary Evaluation)를 개시하며, 이번 사고가 센서 인식의 실패인지, 알고리즘 판단 오류인지, 혹은 운영자 개입 문제인지를 규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Addy’s Law’를 제정한 주의회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법의 이름이 된 8세 소녀 애디 피어스(Addy Pierce)는 스쿨버스를 타러 길을 건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였습니다.


“자율주행차에는 운전면허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교통법규 위반 시, 누가 처벌을 받습니까?”

— 클린트 크로워 의원


그는 제조사에 직접 벌금을 부과하고,

어린이나 보행자를 위협하는 경우에는 훨씬 더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상원의원 릭 윌리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면, 도로에서 철수시켜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실험 대상이 아닙니다.”



Waymo의 대응


Waymo는 “당국과 협력 중이며 차량 로그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공식 사과도, 시스템 오류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습니다.

테슬라를 비롯한 업계 전반이 유사한 ‘침묵 전략’을 취하는 가운데, Waymo의 대응은 오히려 신뢰 하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Waymo가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시점에 터졌습니다.

한 네티즌의 말처럼, “이런 차량에도 소프트웨어 면허 제도가 있어야 하며, 심각한 위반이 발생하면 해당 버전의 차량 전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신뢰


통계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인간 운전자보다 사고율이 낮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 번의 사고가 만드는 신뢰감의 훼손 ’입니다. 특히 그 대상이 아이일 때, 사회는 기술보다 윤리와 책임을 묻습니다.


AI는 여전히 ‘위험’을 감정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기계입니다. 스쿨버스의 정지 신호가 단순한 ‘빨간 표지판’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신호’라는 점을 시스템이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계가 법을 지켜도, 윤리를 배운 적은 없다”는 자율주행의 본질적 한계입니다.



시사점 – 어린이보호구역 내 자율주행 금지


우리나라 역시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임시운행 허가 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자율주행 모드 주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 개발자들에게 불편한 제약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번 Waymo 사례는 이 규제가 단순한 보수적 조치가 아니라, ‘예방적 안전 철학’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AI의 인식 정확도보다 아이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

는 정책적 판단이 옳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입니다.


이 규제는 기술의 성숙도가 충분히 검증되기 전까지,

특히 예측 불가능한 보행자 밀집 구간에서는 인간의 판단 개입이 필수적임을 명확히 합니다.


또한, 하나의 프로그램이 수많은 차량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특성상, 단 한 번의 오류라도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같은 위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프로그램의 버전 관리, 안전성 인증, 긴급 중단 절차가 자율주행 규제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의 책임, 규제의 진화


이번 사건은 미국 NHTSA뿐 아니라, 전 세계 규제기관이 “자율주행차의 법적 책임 주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다시 논의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국 또한 운전자-시스템 간 공동책임 모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인증 체계, AI 판단 로그 공개 의무화 등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Waymo의 스쿨버스 사건은 단순한 교통 위반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경고음입니다.


자율주행이 혁신의 상징에서 공공 안전의 시험대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실험 대상이 아닙니다.”


https://unionrayo.com/en/nhtsa-investigates-waymo/
(접속일​ : 2025.11.5)
https://youtu.be/TroDXdV5t44?si=DyjVzYPFNotYhbsJ ​ (접속일​ : 20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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