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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mo ‘고양이 사건’으로 본 자율주행의 신뢰 위기

사회적 수용성의 미래

by 조성우

Waymo 자율주행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양이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은, 통계적으로 인간보다 안전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불안을 증폭시켰습니다.


기술보다 먼저 무너진 ‘감정의 신뢰’


2025년 10월 27일,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구에서 Waymo의 자율주행차가 한 마리의 고양이 ‘KitKat’을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이후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시의원 재키 필더(Jackie Fielder)는 “각 카운티가 자율주행 운행 허용 여부를 직접 투표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통계적으로 자율주행차가 인간 운전보다 훨씬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전국적 논란으로 번졌다는 사실입니다.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인간 운전자는 Waymo보다 약 5배 더 많은 사고를 일으킵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계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의 가장 큰 약점: 책임의 부재


사고 현장에서 주민들은 “차 안에 아무도 없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대화할 사람도, 항의할 대상도 없었습니다.

이것이 자율주행 기술이 마주한 근본적 딜레마입니다.


인간 운전자는 실수 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자율주행은 ‘얼굴 없는 기업의 소프트웨어’가 운전자를 대신합니다.

이때 시민들은 기술적 신뢰보다 사회적 책임의 부재를 더욱 크게 느낍니다.


이는 단순한 법적 공백이 아니라, 신뢰 체계의 붕괴로 볼 수 있습니다.


Cruise의 교훈 — 기술보다 PR이 더 큰 리스크


이번 Waymo 사건은 2023년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Cruise가 겪었던 사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한 여성이 차량에 치인 뒤 차량 아래로 들어가,

인식 실패로 약 6미터 끌려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800만~1,2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았고, GM은 미국 내 로보택시 운영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기술적 결함보다 PR 실패가 신뢰를 잃게 했다는 점입니다. 사고 이후 기업이 투명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기술은 “위험한 블랙박스”로 인식됩니다.



자율주행은 이제 ‘사회의 선택’이 되었습니다


이번 Waymo 사건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도시와 기술의 관계를 다시 묻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운수노조(Teamsters)는 “기술기업이 우리 도로를 사용하려면, 지역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이 말속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 자율주행은 기술만으로 움직일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일자리, 지역 자치, 데이터 주권 같은 사회적 이슈가 놓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자율주행은 더 이상 엔지니어의 영역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시민과 지역 사회, 지방정부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공공의 기술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정교한 센서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느냐로 바뀔 것입니다.

자율주행의 진짜 미래는 알고리즘 속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기술을 받아들이는 마음속에 달려 있습니다.


기술은 중앙에서 설계되지만, 운행 허가는 지역이 결정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은 알고리즘의 정밀도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얼마나 신속히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


1. 투명성 강화 (Transparency First)


사고 발생 시 차량의 센서 데이터, 인식 로그, 판단 알고리즘 일부를 즉시 공개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기술적 완벽함보다 “숨기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더 강력한 신뢰의 근거가 됩니다.


2. 지역 사회 협력 (Local Partnership)


기업 중심의 테스트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와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 주변 정지선 인식 개선, 시민 자율주행 체험 프로그램, 지자체와의 교통안전 공동 캠페인 등이 해당됩니다. 기술을 ‘시민과 함께 작동하는 안전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3, 디지털 운전자 책임제 (Digital Driver Liability)


정부는 차량 단위가 아닌 소프트웨어 버전 단위의 책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2025.10.15 버전 인식 알고리즘”이 사고를 일으켰다면, 그 버전을 운전 주체로 간주하여 법적 절차를 밟는 방식입니다.

이는 향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증 제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안전하지만, 사람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Waymo의 고양이 사건은 자율주행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Social Acceptance)의 위기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시민이 ‘안심’ 하지 못하는 순간 그 도시는 자율주행 운행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율주행의 성공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신뢰(Trust) 위에서 완성됩니다.


자율주행 안전의 다음 단계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공공 신뢰 설계’입니다. 기술과 인간 사이의 심리적 간극을 메우는 것이 이제 자율주행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https://www.politico.com/newsletters/politico-nightly/2025/11/07/self-driving-cars-have-a-cat-problem-00643349 ​ (접속일 : 202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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