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도 마찬가지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린 웨이모(Waymo)의 안전성 분석 기사가 자율주행 업계에서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약 1억 마일의 무인 주행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인간 운전자보다 에어백 전개 사고나 부상자 수가 훨씬 적었다는 내용입니다. 마치 임상 시험에서 신약의 효과가 너무 뚜렷해 실험을 조기에 중단하고 약을 승인하는 상황과 비슷하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마이클 버나드가 기고한 분석글을 읽으며, 우리가 숫자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1억 마일이라는 거대한 숫자에 속는 걸까요?
통계학에는 소수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표본이 작을수록 결과가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게 나오는 등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과거 빌 게이츠 재단이 소규모 학교가 성적이 좋다는 데이터만 보고 학교 규모를 줄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소규모 학교는 성적이 최상위권인 경우도 많았지만, 최하위권인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저 표본이 작아서 생긴 통계적 잡음이었던 것이죠.
웨이모의 1억 마일도 비슷합니다. 인간이 운전할 때 사망 사고는 대략 1억 마일당 1건 정도 발생합니다. 즉, 웨이모가 주행한 1억 마일 데이터에서는 사망자가 0명일 수도, 운이 나빠 1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 데이터로는 자율주행차가 인간보다 확실히 안전하다고 결론 내리기엔 표본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신뢰를 얻으려면 수십억 마일의 주행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즉, 현재 웨이모가 달성한 1억 마일은 일반적인 주행 데이터로는 많아 보이지만, '사망 사고'와 같은 희귀 사건(Rare Events)을 통계적으로 검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사고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Near-miss(아차 사고) 데이터나, RSS(Responsibility-Sensitive Safety)와 같은 결정론적 안전 모델의 도입 필요성이 커집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 기계보다는 낫길 바라는 마음
여기서 우리는 감정적인 딜레마를 마주합니다. 우리는 인간 운전자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피곤하면 졸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의가 산만해지며, 급한 마음에 신호를 위반하기도 합니다. 반면 자율주행 시스템은 지치지도 않고 문자를 보내지도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기계가 훨씬 안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계의 실수에 훨씬 더 가혹합니다. 인간 운전자의 수만 번의 실수보다 자율주행차의 한 번의 사고가 더 큰 공포로 다가옵니다. 이것은 우리가 통제권을 잃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는 대처할 수 있다고 믿지만, 기계에 맡겼을 때는 내 목숨을 온전히 알고리즘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지려면, 단순히 인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실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안전성을 수치로 증명해야만 우리의 이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율주행은 편의가 아닌 공중보건의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자율주행을 공중보건 기술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교통사고는 전염병만큼이나 많은 사람을 해치고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자율주행 도입의 목표는 운전의 편리함이 아니라, 마치 백신을 도입하듯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다만, 미국의 환경과 우리의 환경은 다릅니다. 미국은 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곳이 많아 로보택시가 필수적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걷기나 대중교통 이용이 줄어들어 비만이나 당뇨 같은 2차적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대중교통이 발달한 한국의 경우, 자율주행은 지하철이나 버스가 닿지 않는 곳을 연결하는 보완재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무작정 걷는 시간을 줄이고 차에 타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과연 우리 건강과 도시 전체에 유익한 일인지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가 지금의 효율을 갖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데이터 축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1억 마일 데이터는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틀림없지만,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이릅니다.
한미 FTA의 우회로(?)를 통하여 우리나라에도 테슬라 FSD 가 일부 도입되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편의보다는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우리에겐 더 많은 시간과, 더 다양한 환경에서의 수십억 마일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환호하기보다, 그 기술이 정말로 우리 가족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냉철하게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https://cleantechnica.com/2025/12/04/why-autonomous-vehicles-need-billions-of-miles-before-we-can-trust-the-trend-lines/ (접속일 :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