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은 하루에 몇 시간 잘까?
★ WARNING : 성공을 위해 잠을 빼앗지 말 것! ★
고등학생 때 재미있게 봤던 웹툰 <이말년씨리즈>의 '잠은행'을 아직도 기억 한편에 담아두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잠이 많았던 나는 자정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며 졸음과 사투했는데, 당시 내 상황과 웹툰 속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 뇌리에 더 깊게 남았다. 하루 꼬박 14시간 동안 잠 못 자고 공부하던(물론 공부만 한 건 아니다) 학창 시절이, 몇 년 후 같은 사이클로 야근하는 직장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인가 싶기도 했다.
<이말년씨리즈> 걸작으로 꼽히는 잠은행 중 일부 장면 (아래 링크를 통해 전체 웹툰 감상 가능▼) (출처: 네이버웹툰)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103759&no=97&weekday=wed
'사당오락(四當五落)'은 대한민국에서 수험생활을 해본 이들이라면 모두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불합격한다는 무시무시한 말은 결과적으로 잠에 대한 강박증을 심어 주었다. 또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잠부터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일상에 스며들어 꼭 필요한 수면마저 '게으름'으로 치부해버렸다.
하지만, 매일 4시간만 자는 것은 몸에 큰 이상을 일으킨다. 지속적으로 수면 부족을 느끼면 면역력이 저하되어 전염병에 감염되기 쉽고, 인지 기능 저하로 치매 확률이 증가하며,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비만의 위험이 따라온다. '잠은 하루 4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사치다.'라고 주장하며 대표적인 단면가(Short Sleeper, 短眠家)로 알려진 토마스 에디슨도 본인의 연구소에서 몰래 낮잠을 잤다고 한다.
물론, 유전적으로 잠을 적게 자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전체 인구의 1-3%가량은 4시간씩 자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하루 3-4시간 밖에 자지 않았던 영국의 전(前) 총리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이름을 본따 "Thatcher Gene"이라고 불리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한 현상이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은 DNA 자체가 거부하기 때문에 적게 자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10시간 이상 자야 피로가 풀린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장면가(Long Sleeper, 長眠家)'라고 불리는 이들 가운데는 놀랍게도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10시간씩 자고도 때때로 낮잠도 즐겼다고 한다. 적게 잘수록 똑똑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보는 통상적인 시각을 깨는 의외의 인물인 것이다.
현대에 와서 수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적정 수면을 취하는 것이 집중력과 업무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들은 하루에 잠을 얼마나 잘까?
하루 7시간 잔다는 빌 게이츠(Bill Gates) (출처: Google)- 빌 게이츠: 7시간 수면 (12 am - 7 am)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세계 2위 부자로, 20년간 하루에 약 50억씩 기부한 자선사업가다. 빌 게이츠는 하루에 최소 7시간은 잠을 잔다고 한다. 1997년 한 인터뷰에서 '적게 자는' 사람들이 부럽다며 한숨 섞인 투정을 하던 빌 게이츠는 최근에서는 "잠을 7시간 정도 자지 못한다면 창조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살다 보니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슈퍼 얼리버드인 애플(Apple)의 수장 팀 쿡(Tim Cook) (출처: Google)- 팀 쿡: 대략 7시간 수면 (9 pm - 3:45 am)
애플의 CEO 팀 쿡은 얼리버드(Early Bird)로 유명하다. 그는 매일 오전 3시 45분에 기상하여 밤 사이 온 7-800통의 이메일을 확인한다고 한다(다 읽는데만 한 나절 걸릴 듯한데, 대단한 사람은 역시 다른가 보다). 일찍 일어나긴 하지만, 그만큼 일찍 잠자리에 들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다.
8시간은 눈이 닫혀있어야 한다고 믿는 제프 베조스(Jeff Bezos) (출처: Google)- 제프 베조스: 8시간 수면 (10 pm - 6 am)
아마존(Amazon)의 창업자이자 CEO, 그리고 2019년 기준 세계 1위 부자로 올라선 제프 베조스는 잠을 우선순위로 두어 항상 8시간 수면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또한, 아내와 아이들과 아침 식사 시간을 보내기 위해 너무 이른 아침 미팅은 피한다고 밝혔다(이 말이 무색하게 그는 역사상 가장 큰 위자료로 25년을 함께 했던 아내와 최근 이혼했다). "오전 10시쯤 미팅을 시작하여 아마존의 가장 중요한 안건을 다루며, 정신이 맑지 않은 오후 5시가 넘어가면 업무상 결정을 다음날로 미룬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침 8시 기상으로 올빼미형 CEO로 분류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출처: Google)- 마크 저커버그: 6 - 7시간 수면 (그때그때 다름 - 8 am)
페이스북(Facebook)의 창업자이자 CEO인 젊은 피 마크 저커버그는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며, 자기 전 프로그래머들과 업무 얘기를 하다가 종종 늦게 잠이 든다고 한다. 따라서, 아침형 인간이 아니어도(오전 8시 기상은 아침형으로 봐주지 않나 보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육아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아내를 위한 수면 박스(Sleep Box)를 개발하며 가정을 돌보는 일에도 열심이다.
1시부터 7시까지 잠을 자며 우주정복(?)의 큰 꿈을 꾸는 엘론 머스크(Elon Musk) (출처: Google)- 엘론 머스크: 6시간 수면 (1 am - 7 am)
테슬라(Tesla)와 스페이스 X(Space X)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는 6시간 정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장 수면에 못 미치는 시간이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태양광 발전, 인공지능, 터널, 민간 우주 항공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며 활동 반경을 지구에서 우주로까지 넓히고 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잭 도시(Jack Dorsey) (출처: Google)- 잭 도시: 6시간 수면 (11 pm - 5 am)
지난 3월 방한하여 트위터를 활성화한 일등공신으로 ‘케이팝’을 꼽은 트위터(Twitter)의 CEO 잭 도시는 아침 5시에 기상한다고 밝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각각 30분 동안 명상과 운동을 한다고 한다.
일 때문에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다 사고 후 <수면 혁명>을 통해 수면 전도사가 된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 (출처: Google)- 아리아나 허핑턴: 8시간 이상 수면 (정확한 시간 모름)
독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소재와 간결한 문장력으로 기성 미디어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의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원래 단면가였다. 매일 18시간의 업무를 소화하며 워커홀릭의 삶을 살던 그는 어느 날 수면 부족 현상으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만다. 이후 허핑턴은 <수면 혁명>이라는 책을 써 대중들에게 수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허핑턴은 평균 8시간 이상 자며, 자기 전에 모든 전자기기를 꺼서 방 밖에 내놓고 암막 커튼으로 빛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로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허핑턴의 세계 곳곳 사무실에는 '낮잠 방(Nap Room)'이 마련되어 있어 직원들에게도 늘상 잠을 충분히 잘 것을 장려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낮잠 방, 직장인들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아리아나 허핑턴이 추천하는 '잘 자는 방법' > https://ppss.kr/archives/92206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잠을 적게 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수면은 건강에도 좋지만, 중요한 결정을 앞둔 상황이거나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필수적이다. 또, 본인의 본래 수면 패턴을 무시하고 수면을 줄일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5시간 이하로 자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배 증가하고, 32일 동안 매일 5.5 시간 잠을 잔 경우 주의 결핍이 5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인의 적정 하루 수면 시간은 7~8시간이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잠은 줄이지 말자.
일을 그르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