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저는 윤리 교과서를 참 좋아 했던 것 같아요. 철학자들이 남긴 말을 한줄씩 모아놓은 구절을 특히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하루는 '모든 것은 변한다',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밑줄을 치고 한참을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더라고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었어요.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영원할 것 같지만, 물건도 시간이 가면서 낡아가고 , 사람도 시간이 가면서 모습이 변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어느 것 하나도 그대로 있는 것은 없었어요.
이렇게 온세상 모든 것에 예외없이 다 적용되는 진리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한참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재미 있게 놀던 시절이었지만 문득 접하게 된 불교의 메세지는 제 안에서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인생을 허무하다', '삶은 고통이다'와 같은 문구들은 제게 불편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니, 나는 이렇게 친구들과 장난치고, 사랑해 주는 부모님 밑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재미 있는데 인생은 허무한거라고?' 당장은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보다 더 살만큼 살아본 사람이 남긴 말이라고 하니 왠지 그냥 무시하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뭔가 깊이 있는 중학생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도 아마 조금은 있었을테고요.
그 뒤로 불교철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대학교에서는 도서관에서 법구경과 같은 책을 빌려 보면서 정확히 모두 다 알 수는 없지만 불교는 종교라기 보다는 과학이라는 인상을 깊이 받았습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와 같은 명제가 진리인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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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중학교 때 우연히 접한 명상의 경험까지 더해져 불교에 대한 아주 소극적인 탐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명상의 체험은 다음 장에서 이야기 해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