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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Sep 25. 2020

맨몸으로 사회에 나가서 지금만큼 벌 수 있을까?

다니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그만두기는 더 힘든 회사생활  

다니기는 너무 힘들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는 더 힘든 곳

직장생활이란 참 그런 것 같다. 다니기는 너무 힘들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는 더 힘든 곳.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생각난다. 뭐든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나에게 회사생활에도 긍정적인 면들만 잔뜩 보였다. 



과연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회사생활을 할 때 만큼 잘할 수 있을까?


<회사생활은 규칙적이다>  

대학생 때 나는 굉장히 무질서하게 살았었다. 항상 새벽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하루를 느지막이 시작했고, 뭔가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남길만한 성과가 없었다. 항상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나에게는 강제적으로 새벽같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일찍 하루를 마치는 회사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규칙적으로 생활해서 몸은 더 활력을 얻는 것 같았다. 


<회사는 기록을 남긴다> 

회사에서는 일하면서 기록이라는 것을 남겼다. 뭐가 되었건 작은 것들도 적어 놓고 보면 하나씩 쌓여 가는 것이 보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개선을 할 수도 있고, 잘 된 것에 대해 인정을 할 수도 있었다. 사실 기록이 없는 삶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삶과 같다.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사에서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다> 

회사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도 매우 좋았다. 사실 학창 시절에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혼자서' 하는 일이었다. 교과서를 읽고, 암기하고, 시험을 보고, 과제를 해내는 것 모두 나와의 싸움에서 내가 해내는 나 혼자만의 일이었다. 근데 회사에서는 일을 함께 한다. 과제를 혼자 맡아서 하는 게 아니라 나보다 더 오랫동안 일을 해 왔던 선배와 함께 한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차이였다. 공부는 혼자 하다 막히면 거기서 무한정 연기가 되어 버렸지만 일은 혼자 하다 막히면 함께 하는 사람이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내가 스스로 알 수 없는 해결 방안을 알려 주기도 하고, 나보다 넓은 혜안으로 필요한 요소들을 찾아 주기도, 도움이 필요한 부문에 요청을 해 주기도 했다. 


<회사에 가면 소속감을 느낀다> 

회사에 가면 매일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좋았다. 나에게 소속된 집단이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사는 마을 같이 느껴졌다. 내가 속한 조직은 가족 같았고, 옆 부서의 사람들은 친척들 같았다. 서로 일을 하면서 옆 부서 사람들이 와서 소통을 하곤 했는데 그것이 나는 참 좋았던 것 같다. 내가 매일 만날 사람이 있고, 찾아와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안정감을 주었다. 물론 내가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곳에서 일했던 탓도 있는 것 같다. 


<회사는 월급을 준다> 

주말이면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월말이면 크지는 않더라도 내가 다른 데서 일한다면 만져 볼 수 없을 금액의 돈이 따박따박 들어왔다. 나는 회사에서 연봉 통지서를 받을 때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과연 정말로 이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을 했는가? 나는 내 연봉만큼 일을 해냈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솔직히 YES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일한 것은 내 연봉의 발톱만큼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일하면서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것과 성과는 다른 일이 아닌가. 나의 능력으로 밖에 나가서도 정말 이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는 내 머리 위에 아주 오랫동안 크게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회사는 혼자선 하기 어려운 일을 달성하게 해 준다> 

기러기가 떼 지어 날 때 V자 대형을 만들어서 날게 되면 혼자 날 때보다 저항을 덜 받아서 훨씬 멀리 날 수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조직의 힘이 아니겠는가. 조직은 그런 곳이었다. 나에게 나의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 



맨몸으로 사회에 나가서 지금만큼 벌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내 머리 위에 오랫동안 두둥실 떠올라 있던 물음표는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서도, 설령 이 집단이 나를 버린다고 하더라도 맨몸으로 사회에 나가서 여기서 벌던 것만큼 혹은 그 이상을 벌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 내가 받고 있는 돈은 허상이 아닐까. 잠시 이곳에 머물다 갈 때에만 얻을 수 있는.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나가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내 힘으로 지금 여기서 버는 만큼 벌 수 있어야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에 나의 생명줄을 맡긴다는 것은 너무나 불안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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