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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처럼 달콤한 글을 쓰고 싶다

일상의 사물에게 배우는 글쓰기

by 마음부자


지금은 이가 상한다고 잘 먹지도 않지만
어릴 적 마을 구멍가게에 가면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건 사탕이었다.


알사탕 하나를 사서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던 그 시절.
입 안에서 금방 녹아 사라질까 아껴 먹던 달콤한 순간이 있었다.


유리병 안에서 알록달록 반짝이던 사탕은 눈으로 먼저 먹는 즐거움이고

혀끝에서 천천히 퍼져 나올 때는 세상을 잠시 멈추게 하는 달콤함을 주었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 속 아이, 동동이처럼
나 역시 어렸을 적에 작은 알사탕 하나를 오래도록 아껴 먹으며
그 색과 맛에 취해본 적이 있다.


동동이는 친구가 없어 외로운 아이였지만
모양과 색이 각기 다른 여섯 개의 알사탕을 통해
마법 같은 세상으로 나아갔다.


그 시절 우리에게도 알사탕 하나는

그림책 속 주인공 동동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달아주던 마법 같은 열쇠였다.

사탕은 그렇게 눈과 입, 두 가지 즐거움을 동시에 선물하는 존재였다.


모든 사람이 사탕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단맛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가끔 입에 넣어 오물거리며 느끼는 달콤한 순간이 좋아
사무실 서랍 한 켠에 넣어두곤 한다.






요즘 사람들은 힘들고 지칠 때 종종 이렇게 말한다.
“아, 당 떨어졌어.”
그럴 때 누군가 건네는 사탕 하나는
당분 보충 그 이상이다.
작은 단맛이 금세 피곤을 풀어주고

눈꺼풀이 풀려있다가 누군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번쩍 올라가기도 하며
무너진 마음을 유쾌하게 일으켜 세운다.


아주 작은 사탕 하나지만
손만 뻗으면 언제든 닿을 수 있고,
부담 없이 다가와 위로와 활력을 선물한다.



나는 글도 사탕 같았으면 한다.
읽는 이에게 무거운 짐이 아니라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탕처럼,
쉽게 다가와 달콤하게 스며드는 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잠시나마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게 하는 글.



글쓰기와 사탕은 이런 점에서 닮았다.


첫째, 가볍지만 오래 남는다.
사탕은 작고 가볍지만, 그 달콤함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짧지만 진심 어린 문장은 오래도록 사람의 마음에 머무른다.


둘째, 색과 모양이 다양하다.
사탕이 모양과 색깔마다 다른 매력을 지니듯
글도 다양한 어휘와 표현으로
독자에게 여러 빛깔의 감정을 전할 수 있다.


셋째, 당이 필요할 때 꼭 곁에 있다.
힘들고 지칠 때 사탕 하나가 위로가 되듯이
글 역시 무거운 삶 속에서
잠깐 웃음을 짓게 하고 위로로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쓰기와 사탕은 바로 내 옆에 있다.

사탕은 필요함을 느낄 때 부담없이 구할 수 있듯이

글쓰기도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요즘처럼 힘든 시절
나는 자주 모든 걱정과 근심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
그럴 때 글을 쓰고 싶다.

사탕처럼 가볍고, 경쾌하고, 위트 있는 글을.

읽는 이가 잠시 미소 짓고,
마음 한쪽이 달콤하게 채워지는 글을 쓰고 싶다.


알사탕 하나를 입 안에 넣고
그 황홀하고 달콤한 맛을 아껴 음미하듯,

내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한다.



짧지만 반짝이는 문장,
읽고 나면 당이 채워지는 듯한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사탕처럼 달콤한 글을 꿈꾸며 끄적거려 본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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