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들고서라도 걷는다

'못'하는 게 아닌, '안' 하는 거라면, 한번 해보자!

이틀 전 근전도 검사는 힘들었고, 실망스러웠다.


전기 자극 검사에서는 반응이 없어 전압을 최대치까지 올렸고,

바늘 검사에서는 긴 바늘을 온갖 곳을 찔러보다가, 급기야는 고환 부위까지 찔러 넣었다.

양쪽 모두 ㅜㅜ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신경 반응은 전혀 없었다.

순간 막막함이 몰려왔다.

가장 회복이 더딘 발목 신경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하고


그러다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다.

정작 내가 이렇게 실망하고 막막해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


아마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나는 선우와 함께 걷고 싶다.

여행도 가고 싶다.


냐짱 해변을 걷고 싶고,

도쿄 시부야와 긴자 거리를 거닐고 싶고,

서울 안국역에서 북촌 거리를 느긋하게 걸어보고 싶다.


그걸 못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떻게든 가면 된다.

발목을 부드럽게 쓰지 못하면,

그냥 다리 전체를 통으로 써서 걸으면 된다.


균형을 못 잡아 서지 못하면,

워커도 있고 지팡이도 있다.

발목에 간단한 보조기를 착용하고,

지팡이를 짚고라도 걸으면 된다.


물론 그렇게 걸으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못 간다”는 생각은 버리자.

그건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겠다”는 것이니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도 상관없다.

나는 어떤 방법과 수단을 쓰더라도,

내년 4월에 선우와 함께

냐짱 해변을 걷고 있을 나를 선택했다.


전극 바늘은 숨죽였지만

나의 의지는 주눅 들지 않았다.


못하는 게 아닌, 안 하는 거라면

그래, 한번 해보자

계속 걷다 보면,

반드시 신경도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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