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꼼짝없이 누워있던 나는 선우와 약속을 했다.
선우가 가고 싶어 하는 파스타 레스토랑에 꼭 함께 가자고.
그런데 문제는,
그 식당이 2층에 있고 계단으로만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평지조차 휠체어로 겨우 오가던 내게,
그건 너무도 큰 모험이자 먼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선우와 “그래, 가보자!” 하고 약속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물론 온전히 뚜벅뚜벅 걸은 것은 아니었다.
계단 손잡이를 꼭 붙잡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후들후들 겨우겨우 올라갔다.
예약된 자리에 앉는 순간,
밀려오는 뿌듯함과 평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음식 맛도 참 훌륭했다.
더 신기한 건,
그 식당의 셰프 이름이 ‘선우’였다는 것.
그리고 홀에서 우리를 맞이한 여성 매니저분은
사실 대표님이었는데,
그분도 10년 전, 허리를 크게 다쳐 10개월 동안 병원에서 누워 지내셨다 했다.
그것도 지금 나와 같은 병원에서.
게다가 그분은 선우 엄마와 동갑이었고,
심지어 같은 달에 태어난 동갑내기였다.
참으로 우연 같으면서도,
인연인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선우와 나는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다음에는,
지팡이도, 손잡이도 아닌,
내 두 다리로 뚜벅뚜벅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