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처럼 시원한 마음

사랑을 담그는 시간

by 다정한 마음결

이사까지 2주 정도 남은 어느 날,

아이를 돌봐주시던 시터 선생님께서 갑작스레 개인적인 사정으로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연락을 주셨다. “2주만 더 하면 되는데, 마무리를 못 하고 가게 되어 너무 죄송해요”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로서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당장 가능한 시터 선생님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엄마 친구분께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다.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이었고, 예전부터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하셨지만, 엄마 친구라는 이유로 괜히 조심스러워서 선뜻 부탁드리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2주라는 짧은 기간이었기에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드렸다.


엄마 친구 분은, 우리 가족에게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첫날에는 귤과 수박을 들고 오셨다.


그 모습만으로도 따뜻했지만, 정말 놀라운 건 우리 아이들이 전혀 낯을 가리지 않고, 마치 오래 알고 지낸 할머니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따랐다는 점이다.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들도 그 사랑을 그대로 느꼈던 것 같다.

하필 그 주는 내가 너무 바쁜 업무에 치이던 때였다.

몸도 마음도 버거운 시기였지만, 엄마와 엄마 친구분이 함께 아이를 봐주신 덕분에 한결 마음이 편했다.


둘째 날,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엄마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KakaoTalk_20250719_223502254_02.jpg 왼쪽 동치미는 정말 인생 동치미!!! 정말 맛있었다
"친구가 집에서 반찬을 이렇게 많이 해왔다~"


그 문자를 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 친구 분은, 혹시 우리 엄마가 손주들 보느라 끼니를 제때 못 챙겨 드실까 봐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우리 집에 오신 첫날밤, 동치미를 담그고 반찬도 여러 가지 정성스럽게 준비해 다음 날 가져다주신 것이었다. 그 동치미는 정말 내가 먹어본 동치미 중 손에 꼽을 만큼 아삭하고 시원했다.


그다음 날에는 떡까지 사 오셨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그냥 오시기만 해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나는 덕분에 예쁜 아이들도 보고, 내 친구도 보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며 오히려 고마워하신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은 ‘인복’이 아닐까.

엄마도, 나도 참 사람 복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손길과 따뜻한 마음이, 힘든 순간을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도 우리 가정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고, 따뜻하게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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