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버티는 대신, 사유하는 중입니다

책임 사이에서 나를 다시 생각하다

by 다정한 마음결

요즘 나는 자주 멈춰 서서 생각한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건 아닐까, 워킹맘들은.

아이 아프면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출근하고, 미안함을 안고 일을 하고,

잦은 휴, 복직으로 인하여 회사에서 받는 보상이 또렷하지 않아도 그냥 하루하루를 넘기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가끔 헷갈린다. 내가 유난인 건지, 아니면 이제는 질문을 시작할 때가 된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요즘 '버티고 있다'기보다는 '사유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삶을 꾸려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붙들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무엇을 얻고 있는지보다, 무엇을 포기하며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가 떠오를 때가 있다.


아이들과의 시간, 우리 엄마의 시간, 가족이 함께 감당해 온 선택들.

그 모든 것이 겹쳐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다.

그 사실을 외면하지 않게 되면서 일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한다.
계속하여 많은 일을 주고, 역할을 주고, 팀 직책도 하나 더 얹어준다.
분명 조직 안에서 필요 없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역할은 늘어나는데 그 의미와 보상은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아마 그 애매함이 나를 가장 지치게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하루는 또 흘러간다.

오늘 유치원 선생님에게서 “오늘 아이가 너무 잘 지냈어요”라는 전화를 받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내가 일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을 지지해 주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제는 돈을 번다거나 커리어를 유지한다는 말만으로는 스스로를 설득하기 어려운 지점에 온 것 같다.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시간도 내 삶의 핵심이고,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 것도 크다.



최근, 백화점에서 친정엄마 패딩을 하나 샀다.
점원 분이 예전에 친정엄마가 오셨었는데 이번엔 따님이 오시는 걸 보니 같이 지내시나 봐요, 하고 물어보셨다.

아이들 봐주시느라 평일에 오시는 거라고, 몇 년째 고생이 많으시다고 말씀드렸더니 전혀 몰랐다며, 어머님이 너무 밝아 보이시고 환해 보이셨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아, 알고 보니 우리 엄마는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내가 알고 있는 고생과는 별개로, 엄마는 나름의 균형 위에 서 있었구나.


그제야 알았다.
나는 엄마의 삶까지 대신 짊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는 걸.
그래서 더 무거웠던 것 같다는 걸.

모든 걸 내가 다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엄마의 삶은 엄마의 것이고, 아이들의 하루는 아이들의 것이고, 회사도 결국은 회사의 논리로 돌아간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나만 마음을 조금 추스르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나는 여전히 여러 책임 사이에 서 있다.
나는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여전히 고민이 많다.

다만, 예전보다는 덜 억울하고, 나에게 조금 더 정직해지기로 결심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오늘도 조용히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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