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살고 싶다는 생각
요즘 나는 자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곧 마흔이 되고, 변호사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 살면서 세상이 얼마나 거친지도, 현실이 얼마나 냉정한지도 모른 척하며 살아온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더 자주 이대로만 살다 보면 내가 나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세상을 피하고 싶은 게 아니다.
경쟁도, 책임도, 버거움도 이미 충분히 통과해 왔다.
다만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내 안의 어떤 핵심만큼은 잃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오늘은 설 연휴를 맞아 가족과 친정 식구들과 햇살이 가득한 펜션에 와 있다.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며 “꼭꼭 숨어라!”를 외친다. 숨었다가 들키고, 또 웃고, 그 장면을 정말 몇 번이고 반복한다.
같은 놀이인데도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까르르 웃는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있는데 마음이 충만하고 따스한 기운이 감돌며 행복해졌다.
그러다 딸아이가 갑자기 내 얼굴을 끌어안더니
“엄마, 나 엄마랑 결혼할래” 하고 말한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뽀뽀를 마구마구 해댄다.
그게 너무 예뻐서 나는 그냥 웃으면서 아이를 꼭 안아줬다.
이런 순간들 앞에 서면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게 된다.
나는 더 강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더 무뎌지지 않고 싶다.
성과와 속도가 중요해질수록 사람의 얼굴을 놓치지 않고, 말 한마디가 남기는 온도를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싶다.
나는 아직도 "수고했어”라는 말에 힘이 나고,
“너도 참 애썼다”는 한마디에 마음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걸 이제는 어린 마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건 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현실을 겪고도 이걸 지키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요즘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이 질문을 계속 붙잡고 있다.
더 단단해 보이는 사람보다 내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거친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나의 결은 그대로 간직한 채 부드럽게 살아가고 싶다.
이건 대단한 꿈이라기보다는 요즘 내가 나에게
자주 되뇌는 다짐에 가깝다.
요즘 나는 윤슬을 자주 본다.
예전에도 바다는 늘 거기 있었는데, 이상하게 요새는 햇살이 물 위에서 반짝이는 순간에 자꾸 시선이 멈춘다.
오늘도 그랬다.
펜션 창문에서 본 윤슬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해가 기울 때의 빛도 그렇고, 하루가 끝나가는 노을도 예전보다 더 마음에 남는다.
윤슬을 보고 있으면,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보고 있으면, 지는 노을을 보고 있으면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이런 감각들을 나의 일부로 조용히 남겨두고 싶다.
요즘의 나는 더 많은 것을 가지고 확장하려 하기보다, 삶을 부드럽게 조화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바쁘게 살았고, 앞으로도 여전히 바쁘겠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 반짝이는 윤슬을 예쁘다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