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나를 잃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

부드럽게 살고 싶다는 생각

by 다정한 마음결

요즘 나는 자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곧 마흔이 되고, 변호사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 살면서 세상이 얼마나 거친지도, 현실이 얼마나 냉정한지도 모른 척하며 살아온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더 자주 이대로만 살다 보면 내가 나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세상을 피하고 싶은 게 아니다.

경쟁도, 책임도, 버거움도미 충분히 통과해 왔다.

다만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내 안의 어떤 핵심만큼은 잃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오늘은 설 연휴를 맞아 가족과 친정 식구들과 햇살이 가득한 펜션에 와 있다.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며 “꼭꼭 숨어라!”를 외친다. 숨었다가 들키고, 또 웃고, 그 장면을 정말 몇 번이고 반복한다.

같은 놀이인데도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까르르 웃는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있는데 마음이 충만하고 따스한 기운이 감돌며 행복해졌다.


그러다 딸아이가 갑자기 내 얼굴을 끌어안더니

“엄마, 나 엄마랑 결혼할래” 하고 말한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뽀뽀를 마구마구 해댄다.

그게 너무 예뻐서 나는 그냥 웃으면서 아이를 꼭 안아줬다.


이런 순간들 앞에 서면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게 된다.

나는 더 강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더 무뎌지지 않고 싶다.

성과와 속도가 중요해질수록 사람의 얼굴을 놓치지 않고, 한마디가 남기는 온도를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싶다.


나는 아직도 "수고했어”라는 말에 힘이 나고,

“너도 참 애썼다”는 한마디에 마음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걸 이제는 어린 마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건 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현실을 겪고도 이걸 지키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요즘의 나는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이 질문을 계속 붙잡고 있다.

더 단단해 보이는 사람보다 내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거친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나의 결은 그대로 간직한 채 부드럽게 살아가고 싶다.

이건 대단한 꿈이라기보다는 요즘 내가 나에게

자주 되뇌는 다짐에 가깝다.



요즘 나는 윤슬을 자주 본다.

예전에도 바다는 늘 거기 있었는데, 이상하게 요새는 햇살이 물 위에서 반짝이는 순간에 자꾸 시선이 멈춘다.


오늘도 그랬다.

펜션 창문에서 본 윤슬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해가 기울 때의 빛도 그렇고, 하루가 끝나가는 노을도 예전보다 더 마음에 남는다.

윤슬을 보고 있으면,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보고 있으면, 지는 노을을 보고 있으면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이런 감각들을 나의 일부로 조용히 남겨두고 싶다.

요즘의 나는 더 많은 것을 가지고 확장하려 하기보다, 삶을 부드럽게 조화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바쁘게 살았고, 앞으로도 여전히 바쁘겠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 반짝이는 윤슬을 예쁘다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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