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잘 산다는 말의 의미

여러 가치를 동시에 안고 산다는 것

by 다정한 마음결

요즘 나는 생각이 많다.

아이들, 일, 돈, 유학, 복직, 자리, 방학, 엄마의 나이, 나의 나이까지.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사는 걸까. 조금은 단순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


전업으로 사는 동기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전업이 부럽다기보다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방향과 에너지가 있다는 게 가끔 피곤한 사람인 것 같다.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일도 잘하고 싶고, 경제적 안정도 놓치고 싶지 않고, 자율성도 지키고 싶고, 가족 관계도 부드럽게 유지하고 싶다.


이걸 그동안 나는 욕구가 많다고 생각해 왔다. 욕심이 많아서 복잡해지는 거라고.

그런데 조금 다르게 보니 이건 뭔가를 더 가지려는 마음이라기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존재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결핍보다는 삶의 방향이고, 생의 성향, 즉 기질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이게 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에너지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들여다보면, 이 마음들은 제각각인 것 같아도 사실은 한 방향을 보고 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엄마로서의 본성에 가까운 감각이고,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내가 사회 안에서 의미 있게 작동하고 있다는 감각이다. 경제적 안정은 불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안전감이고, 자율성은 내가 나 자체로 존중받고 싶다는 마음이며, 가족 관계의 부드러움은 내가 원하는 삶의 온도에 가깝다.


이건 서로 충돌하는 마음들이 아니다. 모두 결국 나답게 잘 살고 싶다는 쪽으로 모여 있다.

그래서 내 삶이 복잡했던 게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많았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서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가치를 동시에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던 거다.



오늘 딸과 함께 책 부록에 있는 활동지 활동을 하던 중에, 소원을 적는 칸이 있어서 딸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소원을 적어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딸은 해맑은 표정으로 "우리 가족이 다 잘살면 좋겠어~"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울컥했던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 안에서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하나를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방향과 에너지를 억누르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살아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복잡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살아 있으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마 내 삶에는 언제나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설계를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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