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내가 청바지에서 느끼는 매력이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디서나 편안할 수 있는 내면의 자유 아닐까. 누군가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그냥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오늘도 나는 청바지를 입고 나간다.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할지 몰라도 그저 내 길을 걷는 것만으로 충분한 행복이다. 때로는 어디론가 바쁘게 가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필요가 있다. 청바지처럼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하루 그게 오늘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너는 언제나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여. 내게는 큰 칭찬처럼 느껴졌다. 마치 아무런 꾸밈없이 나를 드러내는 것.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스타일이고 바로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다.
아직 새벽 공기 흔적이 가득한 듯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닥을 가만히 밟아본다. 툭툭 발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공간과 나를 천천히 연결해 준다.
창밖에서 흘러든 햇살은 바닥 위로 고요히 부서지고 먼지 하나 없이 정돈된 바닥은 그 빛을 따라 속삭이듯 은은하게 빛난다. 텅 빈 공간은 누군가 걸어간 자리에 남겨진 여운처럼 조용하지만 오히려 그 고요함이 더 깊은 여유를 준다. 나는 매트 사이 한 자락에 앉아 물걸레를 들고 천천히 바닥을 닦는다. 조용한 시간이 꽤 좋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촉한 물기 바닥을 스치는 걸레의 미세한 소리. 이런 단순한 동작들이 오히려 마음을 맑게 한다.
누군가의 하루가 시작되는 이 공간을 정리하며 문득 거칠게 흘러가던 마음의 결들도 이곳에서는 부드럽게 정돈될 수 있을까?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물걸레를 밀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청바지를 입은 날이 떠올랐다. 편안하고 자유롭고 그 안에서는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은 느낌. 청바지가 주는 그 여유처럼 이 순간이 나도 부드럽게 흘러갔다. 어딘가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물걸레를 조금 더 길게 끌며 바닥을 닦는다. 스트레칭룸을 천천히 지나갈 때마다 마치 여름 바람처럼 청량한 기운이 번져간다. 한 모금 마신 물처럼 맑고 시원한 감각이 나의 몸 안을 맴돈다. 이 조용하고 투명한 기운들이 이 공간을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청소가 끝나면 바닥은 다시 빛을 머금고 회원님들의 하루를 기다린다.
맨발로 들어와 스트레칭을 하고 요가 매트 위에서 천천히 숨을 쉬는 사람들. 움직임 하나하나가 이 순간을 닦아낸 것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을 조용히 준비한다.
오늘 헬스장은 평소보다 조용하다. 후끈한 공기 때문인지 북적이던 이 공간은 마치 멈춰버린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은 눈이 부실 만큼 강하다. 낮의 정적 속에 헬스장은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의 그림처럼 고요하다.
인포데스크에 앉은 나는 고요함 속에서 공기마저 느려진 듯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가끔 울리는 전화벨 소리, 락커룸에서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러닝머신 위에서 리듬처럼 이어지던 발걸음. 늘 귀에 들리던 소리들인데 오늘만큼은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잔상처럼 희미하다.
빛은 바닥에 길게 드리워지고 그 위로 먼지들이 천천히 떠다닌다. 햇살도 공기도 시간도 모두 느슨하게 풀어진 여름 오후 그 안에서 나는 조용히 이 순간이 지나기를 바란다.
마치 오래된 다락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바람이 스며드는 순간처럼 어딘가에서 나를 조용히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저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뿐인데 헬스장이 살아 있는 듯 느껴져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고 나 자신을 바라본다.
그저 모든 것들이 조용히 고요 속에 스며들고 있을 뿐이다. 지나간 시간들이 묻혀 있는 것처럼 여름 한가운데 사람들로 가득하던 이 헬스장은 오늘따라 다락방처럼 느껴진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드나들 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리던 공기. 손끝에 남아 있던 땀의 온기. 그 모든 것들이 이미 지나가고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시간이 멈춘 듯한 하루.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여전히 따갑고 나는 그 속에서 문득 어떤 감정을 놓고 온 듯한 기분에 잠긴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가끔씩 먼지 한 톨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이 지나갈 때 나는 내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잠시 잊는다. 멈춘 듯 선 채로 그저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어디선가 스쳐 지나갔던 바람 소리 누군가의 가벼운 발걸음이 나만의 여름 한 페이지를 채워준다. 이 모든 순간들이 이 고요함 속에서 언젠가 내게 소중한 기억이 되어 돌아올 거라는 걸.
내가 좋아하는 옷은 청바지다. 날씨가 덥든 춥든 청바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청바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청바지를 입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이 되는 기분이다. 나를 어디로든지 데려다줄 것 같은 자유로움.
오늘도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청바지를 꺼낸다. 입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바지 밑단을 살짝 말고 하얀색 스니커즈를 신는다. 가방도 필요 없고 목적도 없어도 괜찮다. 그냥 청바지를 입었으니까. 어디든 나가고 싶은 날이다.
가끔은 아무 목적 없이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상하게 채워질 때가 있다. 오늘 저녁 창밖을 바라보다가 별을 하나하나 세며 잠들었던 순간. 그때 느꼈던 고요함과 조금은 벗어난 듯한 자유로움이 아직도 마음 한켠에 조용히 남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언제나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건 아닐까. 꼭 목적이 있어야만 나설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 가볍게 한 발짝 나아가는 것.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삶의 작은 조각들을 차곡차곡 채워주는지도 모른다.
청바지를 입고 스니커즈 끈을 조이며 나는 지금 이 순간 어디든 괜찮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나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종종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거나 숨을 크게 쉬며 멈추곤 한다. 청바지처럼 나도 그냥 나다워지고 싶다. 그 어떤 것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그냥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느낌. 그것이 내가 청바지에서 느끼는 매력이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너는 언제나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내겐 그 말이 오히려 가장 큰 칭찬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런 삶을 원하는 건 아닐까?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