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에 마침표가 있을까?"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째. 누군가는 벽을 날아다니고, 누군가는 매트 위에서 웃는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묵직한 팔과 불안한 발끝을 움켜쥐고 서 있었다. 초보 클라이머라는 이름은 어쩐지 나에게 꼭 맞는 듯하면서도 때론 무거운 질문처럼 느껴진다.
"내가 클라이밍을 왜 시작했더라?" 처음에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굳어진 내 몸을 좀 더 움직이고 싶었고, 색색의 홀드들을 나랑 체형이 비슷한 분들이 올라가는데 재미있어 보였다.
마냥 내 몸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필요했었다. 이 벽만 넘으면 뭔가 멋있어질 거 같았다.
그렇게 나의 클라이밍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상 벽 앞에 서면 수많은 감정들이 올라온다. 내가 이 벽을 올라갈 수 있을까? 부상당하면 안 되는데.. 나를 보고 혹여나 비웃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어느 날은 완등 직전에서 발이 미끄러졌다. 미끄러질 때 나는 내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나왔다. "이걸 계속하는 게 맞을까?"
클라이밍은 솔직한 운동이다. 손끝 하나, 발끝 하나에 감정이 실리고, 생각이 고스란히 동작으로 드러난다. 운동을 안 하면 내 몸은 무겁다고 난리다. 나라는 사람이 벽 앞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마주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낙법도 못하고 떨어졌지만 마냥 웃겼다. 아마도 물음표가 가득한 나 자신을 불안과 의심의 그림자를 넘고 싶었던 거다.
클라이밍은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었다. 막상 실행하면 재미있지만 끝나면 근육통으로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벽 앞에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루트를 포기하지 말고 조금 더 올라가요!!라는 크루원의 말에 내 두 손은 마지막 홀드에 올렸고 완등을 했다.
홍대 더클라임 B점에서 의 첫 번째 초록색 난이도를 풀었다. 초록색 난이도라니!! 나의 첫 기록인 셈이다.
이제는 "포기하지 않고 조금 더 올라가 볼래?" 나는 대답하는 듯 오른다. 물음표는 여전히 많지만 조금 더 단단한 나로 조금 더 솔직한 나로 물음표들이 나를 이끈다.
오늘도 나는 심장은 뛰고 손에는 땀이 나지만 조용히 말해본다. "이번에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초보라는 딱지, 그 이름은 부끄럽지 않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니까.
나는 오늘도 물음표를 품고 벽을 오른다. 넘어지고 흔들리더라도 그 안에서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완등이 전부는 아니고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손을 뻗는 마음이다. 두려움을 넘어서면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이 길에 마침표가 있을까? 끝이 있을까? 물어본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은 이 물음표조차도 사랑한다.
내가 초보 클라이머인 이유! 그것은 아직도 계속 배우고 있다는 뜻이니까. 초보 클라이머의 시간은 질문으로 가득하지만 그 질문들이 나를 더 높이 올려주는 성장의 과정이다.
이 길에 마침표는 없다. 그것이 내가 클라이밍을 하면서 느꼈던 나의 사적인 질문들이자 물음표의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