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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도 치킨 먹나요?

완벽한 식단

by 홍매화



늦은 밤, 처음 알게 된 이야기


마지막 회원을 보내고 헬스장이 조용해진 밤 서로 퇴근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트레이너는 운동만 해서 좋겠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선생님은 잠시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회원님 한 분 한 분 목표 맞춰서 신경 쓰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가끔은 저도 제 운동은 못 하고 집에 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트레이너의 하루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꺼냈다. "전화 30통만 받아도 머리가 띵해요. 그런데 거기다가 예약 꼬이고 컴플레인까지 오면… 솔직히 울고 싶어요."

우린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날 처음으로 서로의 고단함을 이해하게 됐다.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


내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 단순히 고객을 맞이하고 질문에 답하는 직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단순히 '일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곳에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동료들과 협력하며 때로는 후배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특히 후배들에게 업무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나는 '인포데스크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깊이 있게 느꼈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동료애를 배우게 되었다.


처음엔 부담이 컸다. 후배들이 입사했을 때, 나는 그들에게 인포데스크의 업무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였다.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기술부터 예의 바르고 친절한 태도까지 내가 그동안 터득해 온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배우고 느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 몇 번의 교육을 하면서 나는 그들이 실수를 반복하거나, 내가 말한 것들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 때 속상했다. 그때마다 나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선생님이니까 잘 가르쳐야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으로서 내가 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정확한 지식'만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배울 것인가'라는 마음가짐이었다.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후배들이 업무를 하나씩 익혀갈 때마다 나는 그들의 눈빛에서 점차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선생님'이 아닌, '동료'로 다가오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나는 비로소 내 역할이 단순히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고민을 나누며, 서로 배울 수 있는 동료가 되는 과정이 진정한 선생님의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내가 처음 겪었던 실수들을 넘어 훨씬 더 훌륭하게 고객을 응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들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내가 놓쳤던 부분을 지적할 때 나는 그들의 동료로서 감사함을 느꼈다. 그들이 이제 나는 그동안 내가 배운 것들이 결국 '가르친다'는 개념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인포데스크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그동안 배운 것들을 후배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내가 선생님으로서 그들에게 전달했던 지식들이 이제는 그들 스스로에게 힘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는 순간을 보며 나는 그들의 동료가 된 것을 실감한다.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트레이너와 동료가 되는 과정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는 사이였다. 나는 피트니스 센터의 인포데스크 직원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등록을 받고, 문의사항을 처리하는 일을 했다. PT 트레이너는 주로 운동 구역에서 활동했고, 처음에는 서로 눈인사조차 드물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우리는 ‘동료’라기보다는 단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가까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작은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원들이 인포데스크에 와서 운동 프로그램이나 트레이너 스케줄에 대해 물을 때, 나는 종종 명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반대로 트레이너들은 회원들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불만을 표현할 때 답답함을 느꼈다. 그렇게 오해가 쌓이고, 불편한 감정이 교차하며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벽을 허문 건, 예상치 못한 한 마디였다. “혹시 우리, 정보 공유하는 방식 좀 바꿔볼까요?” PT 트레이너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트레이닝을 받는 회원들의 경험이 더 나아지려면 프런트와 트레이너 사이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우리 인포데스크 직원들에게도 깊이 와닿았다. 사실 우리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었다.


그날 이후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한 회원의 감사편지


매주 짧은 미팅을 통해 주간 스케줄과 주요 회원들의 특이사항을 공유하고, 급한 상황에는 메신저로 빠르게 소통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형식적이었지만 점차 서로의 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관계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는 트레이너들의 열정을 알게 되었고, 그들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객의 요구를 조율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느 날, 한 회원이 트레이너와 인포데스크에게 감사 편지를 전했다. 프로그램 안내부터 트레이닝까지, 끊김 없이 잘 연결되어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함께 읽던 우리는 웃었고, 그 웃음 속엔 동료애가 담겨 있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역할 수행자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가진 팀’이 되어 있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회원이 운동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인포데스크와 PT 트레이너는 뗄 수 없는 파트너였다. 협력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 그리고 배려 속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의 예술이다.





저녁 10시의 동료라는 이름


저녁 10시, 헬스장은 거의 텅 비었다. 나는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고, 이 트레이너는 PT 존에서 마지막 회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다가와 말했다. “오늘 하루, 힘들었죠? 끝나고 커피 한 잔 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오늘 우리 진짜 같이 버텼네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이 힘들고, 같이 해결하고, 같이 웃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동료라는 이름의 의미였다.



01. 트레이너의 비밀노트 '치킨'


PT로 하루 종일 몸을 쓰고, 회원 근육만 챙기는 트레이너들. 하지만 밤이 되면 나타나는 야식의 유혹, 바로 치킨이다. 단순히 맛있어서? 아니다. 바삭한 튀김 속에는 오늘 하루 버틴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보상과 내일 또 열심히 뛰기 위한 에너지 충전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트레이너가 치킨을?” 맞다. 운동과 즐거움의 균형을 배우는 게 우리 일이니까. 치킨은 상극 같지만, 사실은 서로를 완성하는 친구다.

혼자 먹어도 좋지만, 동료와 나누면 웃음과 공감까지 덤으로 온다. PT가 끝나고 “오늘 힘들었죠?” “응 근데 치킨 먹으니까 다 날아간다!” 이 한 조각에 하루의 피로가 싹 사라진다. 트레이너도 인간이다. 치킨 한 조각이 만들어주는 작은 행복과 힘, 오늘도 나는 선택한다. “괜찮아, 나도 사람이다. 내일도 열심히 뛰자.”



02. 트레이너의 비밀노트 '피자'


"트레이너는 치킨 안 먹죠?" 회원님들이 물어볼 때마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저요? 음… 주로 단백질 위주로 먹죠." 그러나 그건 사실 반쪽짜리 진실이다.


트레이너는 늘 계산과 계획 속에서 살아간다. 하루의 운동 루틴, 식단, 칼로리, 근육 회복, 모든 것이 정확해야 한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조금만 더’가 아니라 ‘정확히’가 기준이다. 하지만 밤이 찾아오면, 그 규칙들은 잠시 쉬어도 된다. 피자 한 조각이 그 순간의 주인공이 된다. 녹아내리는 치즈와 쫄깃한 도우, 풍부한 토핑의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긴 하루를 견뎌낸 자신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다. 트레이너에게 피자는 계산할 수 없는 즐거움이자 마음의 공백을 채워주는 작은 위로 같은 존재이다.



03. 트레이너의 비밀노트 '햄버거'


트레이너라고 항상 샐러드만 먹는 건 아니다. 낮에는 근육과 칼로리를 계산하며 철저하지만 밤이 되면 작은 반란이 시작된다. 그 반란의 주인공은 햄버거이다. 첫 입을 베어 무는 순간, '이래서 운동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스친다. 탄력 있는 근육을 위해 하지만 동시에 이런 작은 행복을 위해서도. 피자 한 조각, 햄버거 한 입이 주는 위로는 아무리 프로틴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트레이너도 결국 사람이고 사람에게는 가끔 치팅이라는 휴식이 필요하다.



마치며


사람들은 트레이너를 보면 ‘항상 철저하고 완벽한 식단’만 생각하지만 그들도 결국 인간이다. 근육과 체력은 노력으로 만들 수 있어도 행복과 만족은 순간순간의 선택에서 나온다. 그래서 가끔 깊은 밤 트레이너는 냉장고를 열고 따뜻한 야식을 꺼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피자는 그들에게 단순한 칼로리가 아니다. 그것은 규율과 성취 속에서 잠시 벗어나 인간적인 기쁨과 자신을 위한 작은 축제를 경험하게 해주는 특별한 야식이다.


트레이너들도 치킨 먹고, 피자도 먹고, 가끔은 과자도 먹는다. 그들은 "지속 가능한 식단"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오히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한 입도 먹으면 망했다’는 식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포데스크 선생님으로서 현대인들의 강박을 조금은 깨고 싶어서 이 글을 적고 있다.


다이어트는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치킨도 먹을 수 있어. 문제는 빈도와 양, 그리고 먹고 나서의 태도야. 한 끼 잘못 먹었다고 다이어트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해. 지속 가능한 방식이 오히려 살이 덜 찌고 건강도 지키고 마음도 편하다는 걸.


오늘의 치킨은 내일의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연료다. 결국 먹고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균형 위에서 트레이너라는 직업도, 인포데스크 선생님인 내 삶도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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