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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발자국이 모여서

인포데스크의 시선에서

by 홍매화



회원님과 마주하는 이 자리


사람들은 흔히 헬스장 인포데스크를 지나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저 사람들은 그냥 앉아서 접수만 받는 일이겠지." 하지만 그 책상 뒤에 앉아 있는 나의 하루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헬스장 안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건 운동하는 회원들이 아니라 인포데스크 직원일지도 모른다. 이 작은 창구 너머로 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각자의 이야기와 감정이 얽힌다.



건강과 삶의 한 조각


인포데스크의 하루는 아침 6시부터 시작된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다. 활기차게 운동하러 오는 회원님과 몸이 아파 조심스레 움직이는 회원님도. 처음 문을 열고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는 뉴페이스 회원님도 있다. 그들의 하루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곳에서는 잠시 스쳐 간다. 출입 태그가 안 찍힌다며 손짓하는 회원, 예약 시간이 헷갈렸다며 항의하는 전화, 개인 락커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사람, 사물함 비밀번호를 틀려서 문이 안 열린다는 긴급 상황까지. 상황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몰려오면 누구든 정신을 잃기 쉽다. 때로는 "어제 트레이너와 상담했는데요" 라며 진지한 이야기를 건네고, 때로는 "수건 하나 더 주세요"라는 사소한 부탁도 종종 있다.


"이 모든 순간이 연결되어 나는 그들의 건강과 삶의 한 조각에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진짜 일상


아침부터 저녁까지 헬스장 인포 데스크는 작은 전쟁터다. 문이 열리면 첫 손님맞이부터 시작해 하루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안녕하세요. 회원권 등록 도와드릴까요?"부터 운동 초보부터 헬스 마니아, 그리고 금액이 궁금한 사람까지. 인사말은 늘 똑같지만 상대하는 사람은 매번 다르다. 사람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대답하고 안내해야 하니 웃는 얼굴과 친절함은 필수다. 이 작은 창구 너머로 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각자의 이야기와 감정이 얽힌다. 회원님과 마주하는 이 자리는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진짜 일상이 펼쳐지는 무대이다.



선생님 덕분에 시설이 깨끗해요!


가장 바쁜 시간대는 출근 전과 퇴근 후다. 출근 전에 운동을 하려는 직장인들, 퇴근 후 몰려드는 야간 회원들, PT 스케줄이 겹치는 시간대까지. 순간순간 쏟아지는 질문과 요청에 인포데스크는 멀티태스킹의 신이 되어야 한다. 손은 카드 단말기를 찍고 나의 입은 회원에게 수업 시간을 설명하고 눈은 다른 회원이 들고 온 분실물에 집중해야 한다. 실수는 곧 컴플레인으로 돌아온다.


"예약이 왜 안 되어있냐"는 말 한마디가 온종일 마음을 무겁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보람도 있다. 고인물 회원님의 "오늘도 수고 많으세요?"라며 건네는 말 한마디. 처음 방문한 신규 회원님이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고맙다"라고 웃는 순간, 누군가 운동을 끝내고 땀에 젖은 얼굴로 "선생님 덕분에 시설이 깔끔해요"라고 말할 때. 그제야 인포데스크.라는 의미가 피부에 와닿았다.



헬스장의 얼굴 :)


헬스장 인포데스크는 헬스장의 얼굴이다. 친절과 정확함은 기본이고 때로는 감정노동자가 되어야 하며 위기 대응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PT 트레이너는 회원의 몸을 관리한다면 인포데스크 직원은 그들의 운동 경험 전체를 관리한다. 그래서 그 자리는 단순한 접수 데스크가 아니다. 인포데스크는 헬스장이라는 유기체를 살아 있게 만드는 심장이다.


회원님과 함께하는 이 자리, 소소한 일상 대화나 가끔은 운동 꿀팁이나 건강 관련 이야기를 회원님과 주고받으며 친근감을 쌓기도 한다. 이런 소통으로 회원님들의 꾸준한 방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헬스장 인포데스크는 단순한 안내 데스크가 아니다. 회원과 헬스장의 연결고리이며 운동하는 모든 사람들의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숨은 조력자다. 바쁘고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큰 자리다.



그 중간을 지키는 사람


시설 청결 체크와 기본적인 청소 상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쾌적한 환경이 회원들의 만족도로 이어지니까. 가끔씩 비상 상황 대응과 운동 중 부상이나 몸 상태가 안 좋아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인포데스크는 긴급 연락처와 응급처치 절차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때 빠르고 침착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날은 분실물이 넘친다. 떨어진 양말, 벤치 위에 놓고 간 이어폰, 샤워실에 남겨진 물병. 나는 분실물들을 조용히 정리한다. 다음날 "혹시 어제 파란 물병 못 보셨나요?"라고 묻는 얼굴을 위해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도록. 낯선 공간이 조금 덜 낯설게 느껴지도록. 그 중간을 지키는 사람이다.



인포데스크 직원으로 불러도


밤 10시가 넘으면 헬스장은 조용해진다. 하루의 땀이 바닥에 증기로 남고 거울에는 아무도 비치지 않는다. 나는 카운터에서 마지막 전산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누가 처음 왔고. 누가 오늘 힘들어 보였는지. 누가 새로운 루트를 시도했는지 누가 끝까지 버텼는지. 모든 순간의 조각들이 모여 헬스장이라는 공간을 만든다. 중요한 퍼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맞춰야 하는 고도의 집중력과 감정 조절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매일 사람을 만나며 생기는 소소한 에너지와 이야기들. 그게 인포데스크의 진짜 매력이다. 회원님들에게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냥 인포데스크 직원으로 불리겠지. 하지만 나는 이 헬스장의 하루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사람이고 인포데스크 직원 만으로 충분하다. 비밀처럼 조용하지만 확실히 이 공간을 채우는 존재로서.



회원님들의 발자국은 성실함의 흔적


매일 아침, 내가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열쇠보다도. 동료보다도. 사람들의 발자국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물기를 머금은 운동화 자국이. 맑은 날이면 가볍게 스친 운동화 먼지 자국이. 그리고 어떤 날은 수많은 땀방울과 의지가 스며든 무게감 있는 발걸음이 출입문 앞 매트 위에 찍혀 있다. 나는 헬스장 인포데스크 직원이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나간다. 그들의 첫걸음이 때로는 말보다 먼저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은 무거운 하루였어요.", "이번 주는 정말 열심히 해볼게요." 그 어떤 인사보다 솔직한 대화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들어오는 회원님이 있다. 늘 같은 트레이닝복, 같은 표정, 하지만 다른 마음으로 들어오신다. 지민 회원님이 지나가면 뿌듯함이 남는다. "오늘도 오셨구나. 하루를 또 잘 이겨내겠구나." 그 발자국은 마치 출근 도장을 찍듯. 성실함의 흔적을 남긴다.



젊은 엄마 회원님 에피소드


어느 날, 몇 달간 보이지 않던 회원님이 다시 나타나셨다. 살짝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눈빛은 오히려 더 단단했다. "그동안 개인적인 일이 있었어요. 다시 마라톤 준비 해보려구요." 이 한마디에 나는 회원님이 입장할 때 찍은 첫 발자국이 눈에 밟혔다. 주저함도 있었고 결심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발자국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시작한 용기. 그건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끔은 분주한 저녁 시간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오는 젊은 엄마가 있다. 운동하러 왔다기보다는 잠시 나로 돌아오기 위한 투쟁처럼 보일 때가 있다. 젊은 엄마의 발자국은 늘 바쁘고 조급하지만 단호하다. 짧은 시간이더라도 자기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흔적이 그 발자국에 담겨 있었다.



마치며


이렇게 수많은 발자국이 모여 이 헬스장이 만들어진다. 기구 소리, 음악 소리, 땀 냄새, 웃음, 숨소리 이 모든 것들이 매일의 작은 걸음들로 시작된다. 나는 그저 인포데스크에 앉아 회원님들의 발자국을 지켜볼 뿐이다. 어쩌면 인포데스크는 헬스장과 회원님들의 심장박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조용히 묻는다. "오늘 당신의 발자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 모인 수많은 발자국이 누군가에게는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회복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지속이라는 걸. 발자국이 하나둘 모여. 오늘도 이곳은 살아 숨 쉬는 헬스장이다.


하루하루 찍히는 발자국은 금세 사라지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누구의 간절함, 누구의 꾸준함, 누구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흔적들이 모여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나는 그 소중한 걸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문이 열릴 때마다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가 또 한 쌍의 발자국이 이곳에 남겨질 테니까.



"회원과 마주하는 이 자리, 이곳은 단순한 인포 데스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다. 바쁘고 때로는 지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나의 진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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