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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Dec 01. 2018

뭔가 기분이 오묘해지는 시기

11월부터 2월이 주는 신비함

이제 거의 30년째 살아오고 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연말부터 연시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주는 오묘한 감정이다. 길게는 11월부터 2월, 짧게는 12월과 1월이 바로 그 기간이다. 보신각 종소리의 여운이 귓가에 머무는 그동안에는 왜인지 모를 긴장감과 처짐,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한 무수한 형용사가 주는 기분이 엄습한다. 그래서 딱히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무슨 기분인지 잘 모르겠다.




연말이 주는 것은 대개 허탈함이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나 목표들 중 지켜지지 못한 것들이 주는 씁쓰름한 후회가 체감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루지 못한 목표보다는 이룬 것들이 많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결과론적으로 실패한 몇몇은 나를 매섭게 찌르는 신발 속 유리 조각 같다. 나의 경우에는 꾸준한 운동과 절주 등이 후회의 항목에 자주 들어가는 단골이다.


연초가 주는 것은 연말의 허탈함과 연관되어 있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며 기대감이 가득 차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하기 마련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지만, 일련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신년도 딱히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다가온다. 


사람이 살아갈수록 누적된 행동의 패턴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법이다. 따라서 나의 경우에도 같은 약속이라도 작년보다 새해에 약속을 지키는 것이 힘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올 연말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술을 줄이는 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힘이 빠진다. 2019년 연말에도 운동하며 자기 관리 하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한 잔 기울이고 있을 것 같으니, 참...


그렇다고 내가 자포자기하고 산다는 것은 아니다. 3월 이후에는 대개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잘 모를 만큼 나름대로 앞만 보면서 달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자는 목표로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다 보면 결국 찬바람이 부는 계절은 다가오고 비슷한 기분이 주는 패턴에 다시금 빠져든다. 그래서인지 연말연시에는 너무 감정적으로 지쳐있다.




지금은 직업을 바꾸는 전환점이라 정신이 없어서 이런 기분이 조금이나마 덜하다. 그렇지만 이내 안정이 되면 비슷한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막연하게 두려운 부분도 있다. 앞으로 살아갈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이런 시기가 그 이상은 다가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웃으며 이러한 시간들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은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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