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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츤데레 Dec 27. 2019

업로드가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

혹은 변명

두 개의 회사에 나와, 세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요즘 것들의 이직이 잦아진다는 신문 기사에 참 적합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 주변에서는 이제는 괜찮냐, 만족하냐, 행복하냐 등의 질문을 참 많이들 한다. 그들은 무덤덤한 투로 비슷한 단어를 활용하여 질문한다. 그렇지만 그 똑같은 단어들을 한 1년 넘게 들어보니, 주변의 질문은 크게 두 가지가 방향인 것 같다. 


회사를 꽤나 자주 옮기는 내가 신기하며 현재는 좀 어떤지 물어보는 부류가 첫째고, 본인의 회사생활도 별로이니 어떤 액션(퇴사, 이직 등)을 직접 실행해본 사람의 경험을 간접 체험하고 싶다는 것이 두 번째이다. 물론 손윗사람들의 경우에는 적당히 옮기고 이젠 존버 해야지, 라는 뜻으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개 주변의 질문은 앞의 두 뉘앙스로 수렴하기 마련이다.


비슷한 질문을 여러 사람들한테 번갈아가면서 듣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차분하면서도 감정의 농도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게, 늘 똑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지금이 가장 덜 불행하다고.




옮겨 다니다 보니, 만족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100% 만족스러운 직장이 없는 만큼, 100% 쓰레기인 곳도 없었다. 어느 곳이건 폐급인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불합리한 시스템 역시 운영되기 마련이다. 다 적당히 혼란스러웠고, 장단점이 혼재했다. 


어딘가를 나오거나, 어디에서 어디로 옮기면 뚜렷한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늘 깨닫는 과정이었기에, 생각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스스로 혼란스럽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시점이 많아졌고 불안정의 정점을 향해 치달았던 적도 있다. 그러한 생각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질만한 시점에는 친구들과 한 잔의 술로 도피하거나, 글을 조금씩 써 내려가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거의 완전히 수용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직장이 완벽하다거나 최고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퇴사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전까지의 회사에서 불만족스러웠던 점들을 채워주는 곳임은 분명하다. 급여나 일적인 면을 차치하고서라도, 업무시간에는 물어본 것 이상을 가르쳐주고, 퇴근하고서는 편안하게 맥주 한 잔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라보니 생각은 단순해지고, 하루하루 일적으로나 관계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었다. 고민도 물론 줄어들고, 불안정성도 줄어들어 주변에도 혼란스러움을 전가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되어 기분 또한 한층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글로써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쓰다보니 변명이, 아니.. 결론이 굉장히 길어졌다. 그렇지만 이러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는 꾸준히 조금씩이나마 글을 쓸 것이다. 


물론 예전보다 빈도는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다. 1주일에 2개씩은 쓰자고 생각하던 때보다는 당연히 양적으로는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계속 써 내려갈 것 같다. 평균보다 복잡하고 예민한 내가 혼란스러운 사회를 차분하게 걸어가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 인터파크 BOOK(<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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