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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씨 Sep 30. 2024

내게 걷기란

걷기를 좋아하는 시니어가 되었다 얏호!


나는 내 나이 여성에게 꽤 흔한 병이 있다. 그 무섭다는 골다공증. 다행히 아직은 경계선에 있다. 조금만 더 나빠져도 약을 써야 하는 간당간당한 상태다.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해도 많이 보고 운동을 통해 뼈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울했던 지난 3년간 움직임은 더욱 적었다. 결국 골절 사고로 이어졌다.


발목 골절 치료 5개월 차에도 엑스레이 결과는 처참했다. 아직도 뼈가 다 아물지 않은 것도 모자라 오랜 기간 잘 쓰지 못한 발가락뼈가 모조리 골다공증으로 진행해 있었다. 이 날 의사는 아파도 참고 걸으라는 말로 나약한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의 걷기는 처음엔 집 앞 하천변 산책로를 걷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가을맞이 제초작업으로 새들이 떠난 하천 산책로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도 장소를 옮길 때였다.


평지 산책로가 아닌 오르내림이 있는 길을 찾아갔다. 가까운 인왕산부터 새벽 첫차를 타고 가는 먼 곳까지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 걸으면서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천 풍경에 푹 빠져 버렸다.

지금까지 아름답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걷는 행위를 일컫는 멋진 단어들은 많다. 산책 도보여행 하이킹 트레킹 산행 등산 등등. 내가 하고 있는 걷기도 이 중 몇 군데에 꿰 넣을 수 있다.

굳이 촌스럽게(?) ‘걷기’라 부르는 것은 내가 보기에 내가 하는 건 딱 걷기여서 그렇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걷고 있을 뿐이다.


근력운동을 해야 하는 나이라는데 아직은 정신을 덜 차렸는지 그냥 걷기만 하고 있다. 걸을 생각을 하면 그나마 엉덩이를 소파에서 뗄 수 있으니 감지덕지하는 중이다.


이제 겨우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했으나 어쩌면 얼마 못할지도 모른다. 다시 우울해져서 집에 틀어박힐지도 모르고 하루아침 변덕으로 흥미가 사라져 버릴지도 알 수 없다.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일지 모른다.

부지런히 아름다운 곳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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