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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do Jan 12. 2024

결혼을 해버렸다


2023년. 서른두 살에 덜컥 결혼을 해버렸다. 별다른 고민은 없었다. 이 나이쯤 결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준비 기간은 1년. 길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짧았다. 예식장에 예약금을 지불하고 나와 서점에 들러 웨딩 잡지를 샀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시간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지나갔다. 지금은 신혼여행까지 마치고 현실에 복귀한 지 오래다. 앞으로 써내려갈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결혼 준비 과정과 결혼, 삶에 관한 것이다. 시간과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더니 결국 글밥을 먹으며 산다. 독신일 때는 매일밤 일기를 썼다. 쉬는 날이면 카페에 가서 글로 생각을 정리했다. 글쓰기는 혼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놀이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퇴근하면 와이프와 집안일을 나눠서 처리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어두운 밤 스탠드 하나 켜놓고 글쓰던 시간은 사라졌다. 주말과 휴일의 자유도 사라졌다. 글을 쓰려면 시간과 노력을 벌어야 한다.


돌이켜보니 혼자 산 지 10년이 넘었다. 집의 구조와 형식이 어쨌건 전부 나만의 공간이었다. 지금의 부엌과 화장실, 가전과 침대는 전부 취향과 발품의 결과물이다. 학교 기숙사부터 시작해 원룸, 투룸 빌라를 거쳐 아파트까지 오면서 한번도 내 공간을 남과 공유한 적이 없었다. 집에서 이제는 다른 사람과 매일 함께 지내고 잔다. 평생 함께 살아갈 사람이다. 그것과 별개로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아직은 어색하다. 스스로를 혼자만의 삶에 너무 오래 길들였다.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와이프가 잠들고 난 뒤 예전처럼 혼자 사는 기분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으로 쓸 이야기의 제목이다. 함께지만 와이프가 완벽히 평온한 상태로 잠에 들면 덜 신경써도 된다. 그 순간이 되면 다시 혼자 살았을 때처럼 밀린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를 한다. 책도 조금 읽고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도 한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뉴스도 보고 여러 커뮤니티에 들어가 사람들 사는 것도 구경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고 했다. 와이프가 자는 사이 역사를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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