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do Feb 10. 2024

20대의 연애와 30대의 연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30대를 맞았다. 메이커 아닌 도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단(公團)에 다니는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밑에서 남동생 한 명과 컸다. 몇 번의 이사를 겪어 오랜 친구는 없다. 대신 다양한 지역의 친구들을 만났다. 일반적인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에 있는 평범한 대학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 26살의 나이로 국내 한 언론사에 입사했다.


정이 많고 한번 정한 것은 잘 바꾸지 않는 성격이다. 성인이 돼서 연애를 여러 번 하진 않았다. 21살부터 한 사람과 오래 만났다. 20대 후반 첫 이별을 겪고 32살에 결혼하기 전까지 몇 번의 연애를 더 해본 게 전부다. 그럼에도 30대의 연애는 20대와 달랐다. 이 글은 개인적인 감상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결혼한 남녀 동년배들의 의견을 포함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법관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그는 흔히 말하는 명문고에 서울 법대를 나오지 않았다. 미대를 다니다 사법고시를 패스해 법관이 됐다. 그는 자신이 직을 시작한 뒤로 얼마나 많은 선입견에 시달렸는지 이야기했다. 남과 다른 스펙을 좋게 보는 사람도 있었고 무시하며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40대인 그는 20대와 30대의 차이를 이야기해 줬다. 20대까진 누구를 만나면 학벌이나 배경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러다 30대가 되면서 사람 자체를 놓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괜찮은 직장을 얻은 것은 딱 20대까지만 이야기하고 30대부턴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는 20대까진 운명이고 30대부턴 인성과 실력이라고 했다.



처음 들었을 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첫 이별을 겪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20대의 연애가 단지 만나서 즐거웠다면 30대의 연애는 성격이 잘 맞아야 재밌다. 20대에는 데이트하며 지금을 이야기했다면 30대는 만나서 미래를 논했다. 20대에는 지금의 내 모습만 신경 쓰면 됐지만 30대는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밑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어야 했다.


함께 취업 준비를 하던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만큼 속을 터놓고 지낸다. 친구는 서울에 괜찮은 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지금은 주요 일간지 기자인데 20대 때와 달리 30대가 되며 연애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소개팅도 열심히 요청하고 또 하기도 많이 한다는데 연애까지 이어지진 않는 모양이다. 언젠가 한번 소개팅 때 무슨 얘기를 하냐고 물었더니 일 얘기만 하다 끝난다고 했다.


친구는 참 착하고 성실하지만 아직 20대의 연애를 벗어나지 못했다. 친구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사는 게 성공 방정식이라 믿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얻는 일과 다르다. 30대부터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허황된 주장일지라도 그럴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천지 차이다.


남자가 주장하고 여자가 따르던 부창부수의 시대는 지났다. 나만 하더라도 아내의 수입이 더 높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성격이라던 시대도 지났다. 남자도 여자도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고 동일선상에서 배우자감을 고른다. 자신의 능력이 엄청나게 특출나지 않는 한 더 이상 매력이 되지 못한다. 30대부터는 다닌 학교나 직업, 외모가 훌륭한 사람보단 자신을 객관화해 명확히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

이전 04화 “그런데 이름이 뭐예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