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머리 한 놈
단골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
매번 손님이 없어서 최선을 다해 내 머리를 손질해 주던 분이다. 한 자리에서 25년 장사한 걸 매우 뿌듯해하던 사장님이었는데, 이제 그만 접을 때가 된 건지, 코로나 19를 이겨내지 못한 건지, 미용실 문은 닫혔고, 나는 그저 ‘폐업’ 두 글자 앞에서 어째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두서없이 자란 더벅머리를 하고 학생들을 만나도 될까. 온라인 수업이긴 해도 그런 모습으로 수업을 하는 건 꺼림칙했다. 면 소재지를 누비다 겨우 눈에 띈, 30년은 족히 됐을 법한 미용실의 문을 열었다.
할머니 한 분이 파마를 말고 있었고 다른 할머니 한 분이 손님에게 대접할 차 받침을 정리하며 어찌 이리 지저분하게 커피 가루를 흘렸냐며 나간 손님들을 욕하고 있었다. 10분만 기다리면 된다는 말에 자리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엄마 연배의 할머니 셋이서 두런두런 나누는 그 이야기 소재가 참 맥락 없이 이어지며 다양하고도 찰지다. “그 애들 죽은 부모들, 한 명당 16억씩 받았대요. 그게 다 우리 돈이야.” 그리고 잠시 뒤 요즘 하는 드라마 얘기로 넘어가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어머니, 자식 죽고 16억 받으면 좋으시겠어요?”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16억씩 받았다는 얘기 어디서 들으셨어요?”
“방송에서 나오던데?”
“자식들 수학여행 간다고 보냈는데, 애들 탄 배가 가라앉았어요. 배 뒤집어지는 동안 해경이고 군인이고 아무것도 안 하고, 방송에선 잘 구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애들은 죽었고, 부모들이 광화문 앞에 앉아 굶으면서 애들 죽을 때 왜 가만있었냐고 묻는데, 어떤 사람들이 16억을 받았다는 가짜 뉴스를 흘려요.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말이 없다. 계속 말이 없다. 어색해서 그냥 나갈까 싶은데, 마침 파마 말던 손님이 일어나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내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할머니 셋의 그 다양하고 찰진 대화가 어색한 침묵에 단절되어 있었다.
미용사 할머니는 투블럭, 요새 젊은 사람들 어쩌고 하더니 나를 중학생 머리를 한 동네 바보 아저씨로 만들어 놓았다. 머리만 감고 미용실을 나오는데, 자꾸 귀가 간지럽다. 할머니들의 다채로운 대화에 오랫동안 내 이야기가 맥락 없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 왜 그 바보 머리 한 놈 있잖아.
글/작품 안경진
안경진은 조각가로 현재 그림자와 여백을 통해 하나의 형태에서 여러 가지 형상이 빚어지는 조각을 만들고 있다. 2004년 첫 번째 개인전 〈여행〉 이후 아홉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백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공저로 『그럴 수밖에 없는 그릴 수밖에 없는』을 펴냈다.
인스타그램 @artin_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