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스타일, 그리고 세계관

나는 얼마나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예술가가 하는 일은 창조다.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소스를 동원하고, 수많은 재료가 자신을 통과해 자신만의 색깔이 덧입혀지길 기대한다. 연주 방식, 문장, 붓의 터치, 조각의 표현 방식. 훌륭한 예술가가 되려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추는 게 기본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려면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을 믿고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기량을 연마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자기 세계관을 만들어 간다.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것. 나를 세상 속에 객관적으로 투사할 수 있어야 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세계관은 형성되는 동시에 확장된다. 그래서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순간을 습관적으로 흘려보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예술가라는 직업은 정말 좋은 환경을 지닌 것 같다. 예술가들은 지금의 작업을 하면서도 늘 새로운 작업을 추구하고 구상하면서 삶을 지속하고 있으니.


그러나 예술가라면 무엇보다 기량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기량은 꾸준한 연습과 지속하는 시간에 비례하는, 매우 기본적인 과정이다. 쌓일수록 더 크게 발휘되는 역량이다. 하지만 훌륭한 기량을 갖췄어도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부족하면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데 고충이 많다. 세상은 굳이 조각 작품 하나 없다고 아쉬워하지 않는다. 예술가의 가치는 너무나 쉽게 절하된다. 내가 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열정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 작품을 선보이지만, 세상은 여기에 관심이 없다. 그러면 나는 작품을 부려놓기 바쁘게 다시 짐을 싼다. 게다가 고작 나 정도의 위치를 노리는 지망생이 넘쳐난다.


나는 얼마나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10년? 20년?


좀 더 쉽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언제쯤 나의 작품들이 보상받을 수 있을까? 모두가 막막한 질문이지만 이런

의심 정도로는 작업이 중단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남들과 경쟁할 만큼 뛰어난가, 이런 질문에 얽매이면 작업을 지속하기 힘들어진다.


나는 그저 나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고, 이 질문들이 내가 느끼는 가장 절절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답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써 내가 표현한 작품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지금의 삶에서 내려와야 한다.


가끔 작가의 세계관보다 스타일이 도드라지는 작품을 볼 때가 있다. 운이 좋아서 일수도 있고, 홍보하는 감각이 좋아서 일수도 있지만, 작가로서 작업을 지속하고 싶다면 세계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세계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믿음이다. 작품의 결과도 그렇지만, 작품 안에 깃든 세계관을 보증해 주는 것은 오로지 작가 자신의 믿음이다.


나를 믿는다, 2018




글/작품 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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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은 조각가로 현재 그림자와 여백을 통해 하나의 형태에서 여러 가지 형상이 빚어지는 조각을 만들고 있다. 2004년 첫 번째 개인전 〈여행〉 이후 아홉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백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공저로 『그럴 수밖에 없는 그릴 수밖에 없는』을 펴냈다.

인스타그램 @artin_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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