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 STAGE

당신이 가장(MOST) 원하는(WANTED) 공연이란?

| Writer. 러트

by 아이돌레
© 피원하모니 Weverse


피원하모니의 4번째 단독 콘서트 P1Harmony LIVE TOUR [P1ustage H : MOST WANTED] IN SEOUL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8월 9일에서 10일, 양일 간 진행된 콘서트는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의 수용인원인 8,000명을 채우며 피원하모니의 상승세를 증명했다. 정량적 수치 외에도 멜론 티켓, 트위터(현 X) 등에서 관람객 대부분의 호평이 잇따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P1Harmony LIVE TOUR [P1ustage H : MOST WANTED] IN SEOUL이 이렇듯 호평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어떠한 지점이 관객에게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해당 공연에 직접 다녀온 필자가 느낀 콘서트를 리뷰할 예정이다. 양일 간 진행된 세트리스트 순으로 전개되니 상단에 첨부한 플레이리스트를 참고하셔도 좋다.







이전 기사에서 여러차레 언급한 바 있듯, 피원하모니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유지해 오고 있는 그룹이다. 때문에 이를 좋아하는 팬도 많고, 세계관 요소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이번 P1Harmony LIVE TOUR [P1ustage H : MOST WANTED] IN SEOUL의 포문을 여는 인트로 VCR에서는 이러한 팬덤의 기대에 부응하듯 엄청난 퀄리티의 세계관 영상을 공개했다. 기존에 지구에서 전개되던 세계관을 우주로 확장하여 피원하모니의 히어로 서사는 유지함과 동시에 CG 및 3D 요소를 결합해 완벽한 SF 장르를 연출한 것이다. 필자는 이를 처음 보고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상하기도 했다. '콘서트에서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수준의 CG가 계속 되었지만, 해 주시면 마다하지 않죠. 아이돌을 영화로 데뷔시킨 FNC다운 행보이지 않았나. 역시 FNC.


인트로가 지나고 처음 등장한 곡은 <Black Hole>이다. 본디 <Black Hole>이란 피원하모니의 필살기이자 공연에서는 주로 하이라이트로서 쓰여온 곡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독 콘서트가 막 시작된 초장부터 꽂아버렸다. 엄청난 도박이 아닐 수 없었다. 팬 입장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신박한 오프닝이었고, 일반 관객이라면 시작부터 이목을 집중시키는 아주 강렬한 오프닝이었을 것이다. 아마 이번 콘서트를 향한 멤버들의 각오와 투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한 가지 우려가 된 점은 오프닝을 이렇게 시작할 때에 되려 뒷심이 부족하진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필자는 피원하모니의 이전 공연에서 같은 경험을 한 기억이 있어 더욱 그랬다. 결과적으로, 정말 쓸데없는 기우였다. 과연 피원하모니는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 에디터 직접 촬영


P1Harmony LIVE TOUR [P1ustage H : MOST WANTED] IN SEOUL에서 눈에 띄었던 부분 중 한 가지는 댄서 사용이다. 피원하모니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멘트 시간을 절대적으로 줄이고 대신에 촘촘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쪽을 택했다. 라이브를 하면서 촘촘한 세트리스트의 안무를 전부 수행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에, 특정 몇 곡은 댄서를 차용하는 선택을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단순히 댄서가 안무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댄서들이 어떠한 스토리를 가지고 노래 가사에 맞추어 안무로써 이야기를 전개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다소 뮤지컬 구성 같아 보이는 이러한 방식은 무대를 비우지 않고도 플레이어들의 효율까지 챙긴 똑똑한 연출이 아니었나.


© 에디터 직접 촬영


이번 콘서트에서 눈에 띄었던 또다른 부분은 단연 LED다. 피원하모니는 VCR과 세계관을 연결 짓고, 퍼포먼스에서도 스토리를 전개하려는 등 콘서트 전체가 가지는 유기성에 집중한 듯 보였다. <태양을 삼킨 아이(Look At Me Now)>에서는 새빨간 태양과 강렬한 태양열을 배경으로 하는가 하면, <Before The Dawn>에서는 동이 터오는 새볔녘을 송출하는 등 곡에 걸맞는 배경을 LED로 표현하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어지는 멘트 타임은, 필자가 다닌 케이팝 아이돌 공연 중 가장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피원하모니는 혹시 모르는 관객을 위해 간략한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서를 위한 진행 멘트 두 마디 정도를 덧붙인 뒤 곧바로 다음 곡을 진행했다. 그 후에 1부를 지나, 2부가 시작되고도 조금 더 지난 쯤에야 멘트 타임이 돌아왔다. 공연 시작 1시간 만에야 제대로 된 멘트 타임이 온 것이다. 앞서 필자가 이번 콘서트를 ‘멘트를 절대적으로 줄인 공연’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멤버 기호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끊기지 않고 진행된다"며, "그것을 많이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는 팬덤인 피스(P1ece)가 아주 고대하고, 고대한 무대인 <틀(Breakthrough)>이다. 팬덤 내에서는 #틀을석방하라 와 같은 밈이 유행할 정도로 모두가 오래 기다려 왔다. 피원하모니의 이번 콘서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밴드 세션과 함께하며 전곡을 밴드 버전으로 편곡하여 선보였다. 팬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틀(Breakthrough)>에 밴드 편곡이 더해졌다고 하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과거에 <틀(Breakthrough)>을 공개하지 못했던 이유에는 안무 저작권 문제가 있었다. 이에 피원하모니는 새로운 안무와 함께 퍼포먼스를 효과적으로 보이기 위한 LED와 레이저 연출을 가미했다. 댄서 위에 올라탄 멤버가 뒤로 떨어지는 안무에 맞춰 ‘틀’이 깨지는 듯한 LED 연출을 보이는가 하면, 단단한 '틀'을 깨는 레이저 빛이 무대 전면을 가르기도 했다. 콘서트가 끝나고 공연을 회상하던 팬들은 이를 확인하고 연출을 향한 호평을 끊이지 않았다.


© 에디터 직접 촬영


1부가 끝나고, 피원하모니 콘서트의 명물인 6인의 솔로 무대가 이어졌다. 이전 콘서트부터 느꼈지만, 피원하모니는 6인이 전부 하고 싶은 무대가 매우 뚜렷한 그룹이다. 지웅은 이전 콘서트에서 보인 저스틴 비버의 <Baby>에 이어 마크 론슨의 <Uptown Funk>를 들고 왔다. 선곡만 보아도 관객 전부가 익숙하고, 몸을 흔들 수밖에 없는 무대를 선호하는 멤버임을 알 것이다. 기호의 경우 그랜드 피아노를 이용한 재즈풍의 <Creep>을 선보였다. 필자는 이전에 했던 <Kill Bill>의 연장선에 있다고 느꼈는데, 아마 이것이 기호라는 멤버가 추구하는 무대가 아니었을까. 인탁의 경우는 콘서트 직전에 선공개한 <Good Kisser> 무대를 선보였다.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드럼 연주까지 함께 준비한 인탁은 "본인이 잘하는 것을 디벨롭하여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을 전했다. 실제로 드럼 연주를 위해 공연 전날 새벽까지 연습했다고.



소울은 프리스타일 댄스가 강점인 멤버로, 피원하모니의 공격적인 퍼포먼스를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이전 콘서트부터 본인이 가장 잘하는 장르의 댄스를 선보여 왔는데, 이번 P1Harmony LIVE TOUR [P1ustage H : MOST WANTED] IN SEOUL에서는 조금 다르게 다인원의 댄서와 함께 했다. 댄서와 함께였음에도 전혀 이질감 없이, 오히려 구성을 진두지휘하는 듯한 소울의 모습은 그가 가진 퍼포먼스 능력을 입증하는 듯했다. 놀라운 점은, 이 또한 공연 이틀 전에 완성된 퍼포먼스였다는 것이다. 이 그룹 정말 뭐 하는 그룹인가. 메인 래퍼인 종섭은 이전 콘서트에서 <Praise The Lord>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번 또한 호응을 유도할 만한 기존의 힙합곡을 가져오리라 예상했지만, 종섭이 선보인 것은 다름 아닌 자작곡이었다. 이에 대해 종섭은 "모두가 모르는 것이 당연한 무대를 선보이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처음 보는 무대에 집중해서 관객 모두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을 의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테오는, 공연의 강자다. 공연을 할 줄 아는 사람, 공연을 올릴 줄 아는 사람. 그러한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테오는 양일 간 서로 다른 무대를 준비했다. 첫날에는 어린이 합창단을 동원하여 어른이 되어버린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잔나비의 <꿈과 책과 힘과 벽>을 선보였고, 이튿날에는 4 Non Blondes의 <What's Up>을 본인의 기타로 연주하면서 장내를 뜨겁게 달궜다. 이 사람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 피원하모니 콘서트가 아니라 불후의 명곡에 온 줄 알았다. 누가 화정체육관에서 이렇게까지 합니까, 도대체.


불후의 명곡과 같았던 6인 6색의 솔로 무대가 지나가고, 다시 VCR이 재생되었다. VCR에서는 피원하모니의 캐릭터인 피원키즈가 등장하여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정글에 도착한 피원하모니를 보여주었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세트리스트가 마치 야생과 같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다만, 필자는 현재도 이 스토리에 그닥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왔습니다…. 왔습니다! <Wasp>가 왔습니다!!!! 필자는 <SAD SONG> 앨범이 발매될 때부터 이 곡의 무대를 기대해 왔다. <Wasp>는 피원하모니의 랩 유닛 곡으로, 멤버 테오가 "공연을 위해 준비해 보는 게 어떻냐"는 언질에서 시작해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인탁이 종섭을 부르는 파트에서, 댄서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던 종섭이 공격적인 가사를 뱉으며 나오는 구성(“어머 어쭈 얘 좀 봐라 겁도 없나?”)과 듀엣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양쪽의 LED 전광판을 한 명씩 사용한 점이었다. 콘서트를 가 본 사람이라면 전광판으로 송출되는 카메라가 한두 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좋아하는 멤버의 단독 앵글이 2분 내내 나온다는 것이 어떻게 안 좋을 수 있을까. 랩 유닛을 향한 기대와 팬덤의 연출적 니즈가 잘 반영된 무대였다.


© 에디터 직접 촬영


이어서 무드를 이어받은 것은 <Work>다. 이번 콘서트에서 연출로서 가장 화제를 이끈 무대가 아닐까 싶다. 이 곡은 멤버 종섭이 작곡•작사를 도맡은 곡으로, 필자의 이전 웹진인 <내가 쓰는 2025 K-POP 상반기 결산>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그런 만큼 팬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던 곡이자, 기대가 높았던 곡으로 연출에 있어서도 많은 부담이 있었으리라 예상한다. <Work>라는 곡의 특징은 단연 '건방짐'이다. (혹은 도도함?) 그리고 이를 공연으로 풀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원하모니는 이것을 정면돌파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5km 밖에서도 SASSY할 것 같은 기호의 등장을 필두로 전 멤버가 인-아웃을 반복하며 무대의 중심을 주고 받는다. 이어지는 후렴에서는 약 20초 가량 모델 워킹을 선보인다. 런웨이의 기본인 포징도 빠지지 않는다. 청자가 <Work>라는 곡을 들으며 추상적으로 떠올린 형태를 퍼포먼스로 승화시킨 것이다. 새삼 이들의 담력에 감탄했다. 특히, 테오의 아이디어라는 엔딩 연출은 워크가 가지고 있는 프릭(freak)함을 시각화한 최고의 그림이었다.



최근에 피원하모니를 알게 되었다면 <Bop>이라는 노래가 생소할지도 모른다. 꽤나 오랫동안 빛 보지 못한 노래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공연 곡으로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콘서트를 다녀온 많은 팬들은 "세트리스트가 신선했다", "새로운 곡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입을 모았다.

이후 <Everybody Clap>부터 <Do It Like This>, <Jump>로 이어지는 흐름 또한 피원하모니의 공연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라인업이다. 평균적으로는 위에 첨부한 한 팬의 말처럼 <Black Hole>로 돌출 무대까지 전진한 다음, <Follow Me>에서 뛰어노는 루틴을 반복했다. 그러나 피원하모니는 모든 팬들이 예상하는 추측을 보기 좋게 깨고, 그 자리를 신선함과 재미로 채웠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2부로 불리는 후반부 세트리스트를 ‘다죽자월드’라고 부른다. 머리끈 풀고 뛰어놀아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다. 피원하모니는 관객을 이렇게 만들 줄 아는 그룹이었다.


앵콜은 양일 간 다르게 진행되었다. 첫날에는 <Countdonw To Love>와 다가오는 9월에 발매될 <Night Of My Life>, <Ayaya>, <Last Call>, <Follow Me> 순이었고, 이튿날에는 <Countdonw To Love>와 <SAD SONG>, <때깔(Killin' it)>, <Ayaya>, <Last Call>, <Flashy> 순이었다. 첫 공연 직후, 팬덤 사이에서 "<SAD SONG>과 <때깔(Killin' it)>이 없어서 아쉽다"는 반응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튿날의 세트리스트는 이러한 팬덤의 피드백을 곧바로 반영한 모습이다.

본 공연의 ‘다죽자월드’ 구간이 지나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관객 전부가 앵콜까지 떼창을 이어갔다. 이에 몇몇 멤버들은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 점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냈는데, 팬덤과 멤버 전부가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후일담을 남기기도 했다.

밴드 세션과 댄서 소개도 이어졌다. 앞서 말했듯, 이번 P1Harmony LIVE TOUR [P1ustage H : MOST WANTED] IN SEOUL는 전곡에 밴드 편곡이 들어가, 밴드•댄서의 의존도가 높은 공연이다. 많은 인원이 하나의 공연을 위해 힘썼고, 그로 인해 고퀄리티의 만족도 높은 공연이 나왔다. 우리는 과연 케이팝 아이돌의 공연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바로 이런 장면이 아니었을까.




10년을 넘게 케이팝을 좋아하면서, 다양한 규모의 공연을 다녔다. 그 중에는 절대로 잊지 못할 어느 순간의 공연도 있고, 경험하지 못해 아쉬운 공연도 많다. 그리고 피원하모니의 P1Harmony LIVE TOUR [P1ustage H : MOST WANTED] IN SEOUL은 내게 있어 몇 년 간 동결된 콘서트 소트를 갱신한 공연이자, 직접 보지 못한 이들이 진정으로 안타까워지는 공연이었다. 이들의 콘서트에는 혜자스러운 팬서비스도, 거리감을 줄이는 팬서비스도 없었다. 오로지 라이브와 무대 연출, 특수효과 뿐이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 공연을 잊지 못해 지금까지 시름시름 앓고 있으며, 피원하모니의 앵콜 콘서트 또한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개최만 해 준다면 모든 지인을 데려갈 의향도 있다. 그러니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좋은 건 같이 나누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FNC에서는 P1Harmony LIVE TOUR [P1ustage H : MOST WANTED] IN SEOUL의 앵콜 콘서트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피원하모니 파이팅!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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