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나의 이름이 브랜드가 될 때까지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올린 아치 구조물에서,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고 구조를 완성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 올리는 단 하나의 돌, ‘쐐기돌(Keystone)’이다. 그 작은 돌 하나가 제자리를 찾는 순간, 흩어져 있던 각각의 돌들은 비로소 하나의 견고한 아치가 되어 제 역할을 해낸다.
나는 브랜딩에서 ‘마이크로 프로필’이 바로 그 쐐기돌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당신이 가진 수많은 재능과 경험, 노력이라는 각각의 돌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마침내 무너지지 않는 ‘당신’이라는 브랜드 아치를 완성시키는 결정적인 한 수. 많은 이들이 이 작은 돌의 힘을 간과하지만, 제대로 놓인 쐐기돌 하나는 때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다.
내가 만났던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누구보다 뛰어난 그림 실력과 독창적인 스타일을 가졌지만, 주 수입원은 그림과는 무관한 아르바이트였다. 그녀의 SNS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그림들이 가득했고, 많지는 않지만 팬들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통장으로 이어지는 ‘일감’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그녀의 프로필이라는 쐐기돌을 다시 깎았다. ‘아이패드 드로잉’이라는 기능 나열을 지우고, ‘책의 이야기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표지를 입혀드립니다’라는 약속을 새겼다. 수십 장의 그림 대신, 그녀가 작업했던 단 세 권의 가상 책 표지와 그 작업 과정을 담은 링크 하나만을 남겼다. ‘작업 문의 DM’이라는 모호한 말 대신, ‘출간될 당신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 [작업 의뢰서 작성하기]’라는 명확한 문을 만들었다.
프로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림 너무 예뻐요!’라며 팬심을 드러내던 DM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전혀 다른 종류의 메시지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작가님의 작업 방식이 저희가 찾던 바로 그 결입니다. 신간 표지 의뢰 드리고 싶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불특정 다수의 ‘좋아요’에 목매지 않게 되었다. 그녀의 가치를 정확히 알아보는 소수의 ‘진짜 고객’들이 그녀를 찾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주도권을 쥐었고, 마침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온전히 사랑하는 그림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프로필이라는 작은 쐐기돌 하나가, 그녀의 재능이라는 무거운 바위를 마침내 움직인 것이다. 이것은 비단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의 잠재력을 가로막고 있는 것 역시, 어쩌면 당신이 아직 제자리에 놓지 않은 이 작은 돌 하나일지 모른다.